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리가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7 조회수1,035 추천수14 반대(0) 신고
4월 17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월요일-마태오 28장 8-15절


“평안하냐?”



<우리가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발현하셔서 처음으로 건네신 말씀들을 묵상해봅니다.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로 돌아가신 예수님이셨는데, 그리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셨는데,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철저한 외면과 배신을 당하면서 죽어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던지신 말씀은 이랬습니다.


“평안하냐?”


구원자로 오신 자신을 그토록 혹독하게 다루었으며, 결국 그토록 험악한 꼴을 당하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후 인간세상을 향해 던진 첫 마디가 “평안하냐?”였습니다.


그분의 어조에서는 조금의 분노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간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지도 않으십니다. 오직 우리들 걱정뿐입니다.


“평안하냐?”는 한 마디 말 안에는 이런 예수님의 심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간 나 때문에 얼마나 걱정들이 많았느냐? 실망도 많았겠지? 내면의 두려움도 컸겠지? 이제 안심하여라. 내가 이렇게 다시 살아나지 않았느냐?”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제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다정한 어조로 ‘내 형제들’이라 칭하면서 미리 용서를 베푸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제자들의 얼굴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당신을 찾아오기까지 기다리지 않으시고 친히 제자들을 찾아가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은 잃었던 아들의 비유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분께서 위기에 처했을 때 외면하고 떠나간 부당한 제자들이었지만, 조금도 꾸짖지 않으십니다. 제자로서 그릇된 행동 앞에 아무런 질책도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잘못이 하늘을 찌를 듯 크다 하더라도 그저 참아주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최초로 목격한 여인들의 행동을 한번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다.”


여인들이 예수님의 발을 붙잡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꿈에 그리던 예수님이 나타나셨는데, 이제 더 이상 예수님을 놓치고 싶지 않은 내면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또 사라지실지 모르는 예수님, 그분이 떠나고 난 뒤 남게 될 허탈감, 실망감이 두려워 여인들은 예수님의 발을 꼭 붙든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여인들은 예수님을 극진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발을 잡았겠지만 어느 정도 인간적, 이기적인 욕심이 없지 않았습니다. 나를 살리신 예수님, 그래서 목숨 바쳐 사랑했던 예수님을 또 다시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에서 예수님의 발을 붙잡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제 보다 큰 세계로 나아가셔야 할 부활의 예수님이십니다. 좁은 인간관계의 사슬을 끊고 더 많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비상하셔야 할 예수님이십니다.


따라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종전의 현존방식을 탈피하십니다. 그분은 이제 이스라엘을 벗어나 전 인류를 상대하셔야 할 크신 하느님이십니다. 나만의 예수님, 마리아 막달레나만의 예수님이 아니라 세상만민의 하느님이 되신 것입니다.


여인들은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낡은 방식으로 예수를 찾고 있습니다. 여인들은 예수님의 부활에 대해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예수님 추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더 이상 전처럼 돌아가시거나 사라지시거나 우리를 버리고 떠나가실 예수님이 아니십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영광스럽고 영적인 새로운 현존양식에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동행하시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셨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가 그분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언제든지 다가오시는 사랑의 주님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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