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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목요일 묵상말씀 "자신을 다 주신 예수님"김정수 대건안드레아신부님
작성자유용승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3 조회수717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 목요일                 “자신을 다 주신 예수님”            06. 4. 13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은 예수님께서 성체 성사를 세우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른 때와는 달리 일 년에 한 번, 모든 정신을 모아서 신중하게 예수님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만들어가야 되겠습니다. 오로지 예수님께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는 누구인가, 하느님은 누구신가, 예수님은 왜 오셨나, 신자로서 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밤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예수님을 처음 만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 봅시다.


그런데 우리가 들은 복음은 어떻게 보면 성체 성사와는 거리가 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들으신 복음과 제2독서에서 예수님의 성체 성사 세우심과 제1독서에 나오는 과월절은 사실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과월절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꺼내 오신 것을 기뻐하는 동시에 거기서 나올 때 얼마나 어려웠던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들은 거기서 나올 때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등을 챙기지도 못하고 급하게 쫓겨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은 이런 고통 중에서도 이제는 새로운 세계로 간다는 희망 때문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한낱 종이었던 민족이 자유롭게 되어 새롭게 바뀐 세상을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완전히 새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파스카 전통은 이스라엘인들에게 재앙과 죽음을 피하는 해방의 표지가 되고,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경험은 하느님이 이루신 해방을 통해서 체험된 것으로 구원 역사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제2독서에는 이런 과월절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가지신 최후의 만찬을 전해주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께로부터 세상에 오셨다가 하느님께 돌아가시며 마지막으로 “이제 내가 떠나야지, 이제 작별이지, 이제 끝이야”라고 생각하시면서, “이들을 내가 무지무지하게 사랑하는데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시다가 예수님께서는 최후 만찬에서 빵을 드시며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1코린 11, 24), 잔을 드시며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1코린 11, 25)라고 장엄한 마지막을 전하고 있습니다.


요한 복음은 다른 복음서와 달리 예수님의 세족례가 나옵니다. 세족례는 스승이며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마치 종과 같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것을 말합니다. 이 세족례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마음을 표현하셨습니다. 이것은 마지막 작별의 의미로 주인과 종의 관계를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주종의 관계가 뒤집었다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의 발을 씻기는 일을 함으로써 “지금부터 일어날 일이 세상에서 생각하는 순서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뒤집어 놓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달리 말하면 돈이 많고 권력이 커야 잘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세상의 이치를 뒤집어놓는 일입니다. 그러고 예수님께서는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 15)라고 하시며 새 삶의 길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이 밤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께 가시기 전에 세상 삶의 종합을 이루시는 날입니다. 최후의 만찬에서 성체 성사를 설정하시고 사제 직분의 사명을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최후 만찬에서 우리에게 당신 몸을 내어 주심으로써 당신의 모든 것을 비우셨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는 이상 이런 비움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만찬의 취지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님의 세족례는 사제 직분의 사명감을 보여주시는 표현으로 사목자들과 봉사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입니다. 세족례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닥의 삶, 낮아진 삶 그리고 비움에 주안점을 두셨습니다. 예수님의 깊은 뜻을 사목자들과 봉사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가야 하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족례를 통해 사제 직분과 봉사 직분이 가져야 할 봉헌된 삶, 봉사의 삶을 실천하는 방법을 밝히셨습니다. 비우며 낮고 겸손하게 행하라는 구체적인 가르침입니다. 정말 봉사란 진심으로 발을 씻겨줄 줄 아는, 자기 몸을 깨끗이 씻을 뿐 아니라 이웃의 발도 깨끗이 씻어주는 신품 성사의 뜻이 깊게 스며있습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성체성사와 세족례를 종합해 봅시다. 과월절을 통해서, 쓴 음식과 쓴 풀과 어린 양을 먹고, 문설주에다 피를 발라놓은 집만 구원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예수님 자신이 음식이 되어 주린 배를 채우게 하시고, 자신의 피로써 우리를 살려주십니다. 이것은 정말 세상이 뒤집어지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주인이 노예의 발을 씻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하느님이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셔서 온전히 새롭게 바뀐 세상을 이룩하셨습니다. 이것이 과월절부터 시작해서 지금 성체성사에까지 온 것입니다. 이것을 오늘 저녁에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기억은 몇 천 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기억하는 셈입니다.


예수님과의 구체적인 만남은 예수님을 기억하고 말씀을 듣고 전례를 행하는 것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와 맺어진 사랑의 관계입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엮어줍니다. 매 미사 때마다 예수님의 죽음을 선포하고 부활을 새롭게 하는 일이 성체 성사의 양식이기도 하지만, 성체 성사는 우리 삶의 길잡이기도 하고 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구원을 노래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성체성사의 설정 및 신비 그리고 주님의 수난은 바로 부활에 이르는 과정의 징표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가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은, 다시 말해 부활의 신비에 접근하는 것은 성체성사의 설정이고 그분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며 확인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통째로 내주신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진수는 자기를 내 놓고 비워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빼고는 부활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당신 몸을 내어 주심으로써 당신의 모든 것을 비우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이런 비움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족례의 취지야말로 사랑의 실천인데 그것은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게, 아픈 사람보다 더 아프게, 낮은 사람보다 더 낮게, 내려앉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발을 씻어줄 수 있는 진정한 봉사를 남모르게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가정에서 그런 봉사를 해 보십시오. 그리고 우리 본당에서 비우고, 낮추고, 위하는 삶이 드러날 때 본당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서로 만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다운 본당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어떤 살아계신 은수자가 쓴 ‘미래 사제’라는 글의 한 부분입니다.

“하느님,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까?

죽음의 위기에 직면한 때, 성직자는 이와 같은 순간을 위해 존재합니다.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그 고통이 봉헌을 통해서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성직자의 직무입니다.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깨달음, 넘치는 모든 것, 모든 성사들을 통한 풍성한 은총, 모든 것 위에 있는 성찬식, 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제, 성직자가 정말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성직자의 신비로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미래의 사제들, 진정한 사제들, 복음적 신앙을 가진 사제들, 기도와 고독 속에 침잠할 수 있는 사제들, 교회가 가장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먼저 봉사하고 산다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은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을 가장 먼저 도와줄 수 있는 사제라는 그것이 교회의 몫이고 사제의 몫이라는 것, 이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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