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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강론
작성자송규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6 조회수544 추천수2 반대(0) 신고

새 추기경들과 함께 드리는 공동 집전 미사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강론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성 베드로 광장

2006년 3월 25일 토요일

존경하는 추기경님들, 총대주교님들,
주교님들, 신부님들, 그리고 형제자매 여러분,

어제 추기경회의에 이어 오늘 새 추기경님들과 공동 집전 미사를 주례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인 오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은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하느님 아드님의 강생을 통하여 교회의 기원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거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역사상 교회가 이룬 모든 업적과 교회 제도 하나하나는 그 태초의 샘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강생하신 하느님 말씀이신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바로 그분이 우리가 끊임없이 기념하는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바로 오늘 우리는 그 신비의 한 측면, 곧 그 신적 샘이 흐르는 특별한 경로인 동정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예수 탄생 예고(The Annunciation)

베르나르도 성인은 수로(aquaeductus)의 모습을 이용하여 이를 잘 표현하였습니다[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 강론, 『라틴 교부 총서』(PL), 183,437-448 참조]. 따라서 성자의 강생을 기념하며 우리는 그분의 어머니를 공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천사의 아룀을 듣고 이를 받아들이며 성모님께서 “보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마음속 깊은 데서 우러나온 대답을 하신 바로 그 순간에 영원한 말씀께서는 때가 차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세세대대로, 이 말할 수 없는 신비가 불러일으키는 놀라움은 전혀 가시지 않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님 탄생 예고의 그 천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그려보며 “천사님, 말씀해 주십시오. 왜 마리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까?” 하고 묻습니다. 그 천사가 말하기를, 그 답변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고 한 바로 그 인사말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설교」(Sermo), 291,6 참조].


실제로, 그 천사는 ‘그녀에게 나타나’ 지상 이름인 마리아로 부르지 않고, 마리아는 언제나 하느님의 관심을 받는 하느님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천상 이름, 그리스 원어로는 ‘사랑받는 이’인 “은총이 가득한 이”로 부릅니다(루카 1,28 참조). 오리게네스는 그러한 호칭이 인간에게 부여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성경 전체에서 이에 비길만한 호칭도 없다고 말합니다[「루카 강론」(In Lucam), 6,7 참조].


이 호칭은 수동 형식으로 표현되지만, 주님께 언제나 ‘사랑 받아’ 왔고 영원히 ‘사랑받는’ 마리아의 이 ‘수동성’은 그녀의 자유로운 동의, 그녀의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대답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곧 사랑받는 데에서 마리아는 자기 위에 퍼부어 주시는 하느님 사랑의 물결을 몸소 기꺼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적으로 능동적입니다. 여기에서도 마리아는, 성부께 순종하시어 당신의 자유를 충만히 실현하신 그 아드님의 완전한 제자가 되십니다.


제2독서에서 우리는 히브리서의 저자가 그리스도 강생에 비추어 시편 39편을 해석한 다음의 놀라운 구절을 들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보십시오, 하느님! …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히브 10,5-7). 그리스도와 동정 마리아께서 각기 하느님 사랑의 뜻에 한 목소리로 ‘아멘’ 하고 대답하시는 이 두 번의 “보십시오” 하는 말씀의 신비 앞에서 우리는 놀랍고 감사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고개 숙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이 풍요로운 거행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은총입니까! 교회의 봉사자인 우리 삶을 밝히는 빛이 이 신비 안에서 얼마나 풍성하게 흘러넘칩니까!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새 추기경 여러분, 베드로 후계자의 탁월한 ‘원로’로서 여러분이 맡은 사명에 여러분은 얼마든지 훌륭한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섭리하신 이 상황이, 교회의 베드로적 차원을 강조하는 오늘의 행사를 더욱 근본적인 또 다른 원리인 마리아적 차원에 비추어 보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교회의 마리아적 차원의 중요성은 공의회 이후 사랑하는 저의 선임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모두 임의 것”(Totus Tuus)이라는 당신의 좌우명에 따라 특별히 강조하신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영성과 그분의 쉼 없는 직무를 통하여, 성모 마리아의 현존이 교회의 모후로 모든 이의 눈앞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1981년 5월 13일 바로 이곳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암살 기도가 있었던 그 때에 성모님의 현존을 강조하셨습니다. 그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하시며, 그분께서는 교황궁내 높은 곳에 동정 성모님의 모자이크 작품을 설치하시어 성모님께서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게 하심으로써 당신의 오랜 재임 기간 동안 날마다 중요한 순간을 성모님과 함께하셨습니다. 그분의 교황직 마지막 단계는 고통에 차있었지만 마침내 그 고통을 이겨내고 참으로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신 지가 바로 일 년 전입니다.


주님 탄생 예고의 성화상은 다른 어떤 성화상보다도, 어떻게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신 그 신비에서 교회 안에 모든 것이 비롯되는지를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로 그 신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인간과 맺은 계약이 성령의 활동으로 완전히 성립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에 ‘예’ 하신 은총이 가득하신 동정 성모님께서 교회 안의 모든 것, 베드로와 그 후계자들의 직무를 포함하는 모든 제도와 직무를 성모님의 옷자락 안에 ‘품으시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와 맺는 이러한 유대는 우리 모두 안에 강렬한 사랑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의 결론부에서 복되신 동정녀를 매우 강조하였듯이 성모 마리아와 교회는 참으로 고유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베드로적 차원과 마리아적 차원의 상호 관계에 관한 주제는 제가 이제 여러분께 수여하려는 반지의 상징 안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반지는 언제나 혼인의 표징입니다. 여러분은 대부분 이미 주교 수품 때에 그리스도의 신부인 거룩한 교회를 수호하겠다는 신의와 약속의 표지로 반지를 받았습니다(「주교 서품 예식서」 참조).


제가 오늘 여러분께 수여하게 될 추기경 품위에 맞는 반지는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혼인 선물에서 다시 드러나는 그 약속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취지가 담긴 것입니다. 이 반지는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긴밀히 일치하여 교회의 신랑으로서 여러분의 사명을 완수하여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표지입니다. 여러분이 이 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여러분을 뽑으시고 세우신 주 예수님께, 그리고 여러분이 정배의 사랑으로 봉사하도록 부름 받은 그분의 거룩한 교회에, 여러분이 새로운 마음으로 ‘예’, ‘보십시오’ 하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교회의 두 차원인 마리아적 차원과 베드로적 차원은 서로를 완성해 주는 최상의 가치인 사랑 안에서 결합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듯이, 사랑은 “더 큰”은사이며 “으뜸”입니다(1코린 12,31; 13,13).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영원히 남는 것은 오직 사랑이신 하느님뿐입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사순 시기의 이 좋은 기회를 활용하여, 우리의 개인적 삶과 우리가 종사하는 교회 활동이 모두 사랑에서 활력을 얻고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또한 이런 점에서는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그 신비가 우리를 깨우쳐 줍니다.


실제로 성모 마리아께서 천사의 예고를 받으시고 가장 먼저 하신 일은 사촌 엘리사벳에게 문안 인사를 하려고 그녀의 집으로 ‘서둘러’ 가신 일입니다(루카 1,39 참조). 동정 마리아의 이러한 행동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믿음과 성령의 내적 자극으로 이루어진 겸손하고 용기 있는 참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을 잊고 기꺼이 자기 이웃을 위하여 봉사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회의 모습과 표양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교회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처럼 자기 안에 머무시려 오시고 사랑의 길로 자신의 발걸음을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의 신비를 온전하게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교황직을 시작하면서 선택한 길이고, 제 첫 회칙으로 ‘사랑의 공동체’인 교회를 건설하도록 모든 사람을 초대한 길입니다[「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 제2부 참조].


존경하는 형제 추기경 여러분, 이 목적을 추구하며 여러분의 영적 친밀감과 적극적인 도움이 제게는 든든한 지지와 위안이 되니 이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추기경단이 더욱 열렬한 목자의 사랑으로 온 교회가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도록 돕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의 찬미와 영광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사제, 부제,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모두 다 함께 성령께 간구하고 기도하기를 당부 드립니다. 아멘!

출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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