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엠마오 유감 ◆ . . . . . . . 임문철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26 조회수1,162 추천수15 반대(0) 신고

 

 

 

  우리 신자들이 열심히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잡는 날은

일 년 중 어느 날일까?

 

새해 첫날도 아니고, 자기 생일이나 영명축일도 아니다.

성탄이나 부활대축일은 더더욱 아니다.

답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이다.

 

재의 수요일을 맞아 우리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 기도도 이젠 자주 바쳐야지,

평일미사도 빠지지 않고 매일 참석해야지,

술도 끊고 담배도 끊어야지." 이렇게 여러가지 결심들을 굳게한다.

 

그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언제까지?

부활성야가 되면 술 끊은 이는 병으로 나발 불고,

담배 끊은 이는 줄담배 피고,

커피 끊은 자매님은 커피 주전자를 안고 다닌다.

 

사순절이란 무엇인가?

부활절을 잘 맞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 아닌가?

사순절을 잘 보낸 이들은 악습도.. 죄에 물든 우리의 과거도..

예수님의 시신과 함께 돌무덤에 묻어버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새 삶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과 동시에 우리의 악습도 부활한다.

사순절이 되면 열심히 살고,

부활이 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 . .

 

우리 사제들도 마찬가지이다.

부활이 되면 더욱 더 예수님을 닮은 목자로서 신자들을 위해

새롭게 태어나야 할 터인데,

 

부활대축일을 지내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이젠 좀 쉬자고 말한다.

그래서 평협회장이나 몇몇 이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걸 사제들의 세계에서는 '엠마오'라고 부른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십자가의 죽음을 목격하고 절망에 빠져

엠마오로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엠마오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십자가의 땅인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만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우리는 부활 중심이 아니라

사순절 중심의 신앙생활을 하게 된다.

 

어느 신부님이 남아메리카에서 인디오들을 위해 선교활동을 하던 중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아는 대로 써보라고 했더니

열이면 열 모두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분이다." 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라고 다를 바가 없다.

'예수님'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십자가에 달려 고통 받으시는 모습,

가시관 쓰고 피를 철철 흘리시는 모습,

아니면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리며 기도 하시는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주바라기'들이다.

해바라기가 해님만 바라보다가 얼굴도 모습도 해님을 닮게 되었듯이

우리도 주님만 바라보다 얼굴도 삶도 주님을 닮은 제자들이 되어야 할

'주바라기'들이다.

 

우리는 주님을 어느 정도 닮기는 했으나

모두 십자가에 달린 주님의 모습, 가시관 쓴 얼굴을 닮았다.

 

그러나 죽은 예수라면 믿을 필요가 없다!

"원수까지 사랑하여라"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 마저 돌려 대어라" 라는

고귀한 가르침을 폈으나 결국은 실패한 젊은 이상주의자라면

존경은 하고.. 추모는 할지언정..

우리가 목숨까지 바쳐가며 따를 이유가 없다.

 

우리는 죽어버린 예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죽었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것이다.

 

우리가 주님 부활의 거룩한 밤에 듣게 되는 복음은

"주님께서 부활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믿음은 헛된 것입니다" 라는

사도 바오로의 외침이다.

 

부활은 우리 믿음의 시작이요 원천이며 또한 중심이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와 영광 그리고 기쁨이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에 놓여져야 한다.

 

신앙생활이 짐스럽게 느껴지고

아무리해도 작심삼일밖에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시관과 십자가 고통의 양만 생각하면 죄송하고 부담이 될 뿐이다.

십자가를 바라보되 십자가 너머의 승리를 바라보아야 한다.

 

부활 신앙이 우리 삶에 중심에 놓여질 때

기쁨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솟아나와,

누가 그렇게 살면 죽인다고 해도

"죽이려면 죽여라, 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신명나는 활기찬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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