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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2 조회수647 추천수3 반대(0) 신고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루가 4,16-30)

 

 예수님께서 두루마리를 말아 시중드는 이에게 돌려 주시고 자리에 앉으시니,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 "오늘 이 성서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 * * * * * * *

 

모든 복음서가 다 전해져야할 복음서이고 또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있지만 특히 루가 복음서 전체는 복음 선포자의 복음서라고 할 수 있다. 즉 복음을 어떻게 전하는지, 무엇을 전하는 것인지, 누구에게 전하는 것인지 등 복음 선포자의 자세와 사명을 중점적으로 전해주는 복음서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이 이사야 두루마리를 펴시고 거기에 적혀있는 말씀을 읽고 자리에 앉으시자 사람들이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고 하였다. 나는 성서를 펴서 읽을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읽는가? 나에게도 성서의 말씀이 "은총의 말씀"으로 다가오는가? 나도 성서를 읽을 때마다 이 말씀은 "은총의 말씀"이라고 하며 놀라워하는가? 그렇다. 성서의 말씀은 매번 읽을 때마다 은총의 말씀이요, 은혜를 주는 말씀이요, 하느님이 나에게 주시는 은혜로운 선물이다.

 

왜 은총의 말씀이라고 하는가?
성서를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이 기뻐지고, 묶여 있던 것들에게서 해방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눈이 뜨이고, 억압받고 있던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보내어 자유로움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성서를 읽을 때마다 이런 은혜를 받는다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마다 이런 은혜를 받아야 한다.

 

언제 이 은혜를 받는가?
 "오늘 이 성서의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라고 말씀하신 대로 이 은혜는 내일도 아니고 앞으로 받을 것도 아니고 바로 오늘 말씀을 듣는 이에게 주어지는 은총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기는 바로 이런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말씀이 이루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시대가 아니라 말씀을 들으면 그 말씀이 듣는 이 가운데에서 이루워지는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때가 차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1, 15)라고 말씀하신 대로 하느님의 나라가 와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2000년전 나자렛에서 완성된 말씀은 그 때부터 완성된 말씀으로 선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곳에서 어디에서든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면, 듣고 받아들인 그 사람에게 말씀이 가져다 주는 은총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선포되는 말씀에 순명하는 것이다.

 

즉 성모님처럼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워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38)라고 받아들이고 생활하는 것이다. 보라, 성모님은 당신이 말씀하신대로 받아들이고 순명했기 때문에 예수님을 잉태하게 되었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으며 "여자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신 분."이라고 부르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은총의 어머니가 되시지 않았는가?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할 점은 "오늘 이 성서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씀이다.

성서는 바로 오늘의 이야기이고 오늘 완성되는 말씀이다. 따라서 성서를 읽는 사람에게 있어서 말씀은 들은 말씀대로 오늘 완성되어야 한다. 말씀이 완성될 때가 바로 오늘이다. 그러나 말씀을 듣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 말씀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바로 오늘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미래에 이루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들은 말씀 그 자체는 오늘 이루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말씀이다. 다만 그 말씀을 듣는 사람에게만, 그것도 말씀을 듣는 자세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따라서 우리가 복음을 읽을 때 과거의 이야기로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이야기로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한번도 말씀이 내 안에서 오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읽는 말씀은 바로 오늘 나에게 말씀대로 이루워지게 하는 은총의 말씀이라는 믿음으로 읽고 들어야 한다. 아무리 놀라운 은총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은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은총의 말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성서를 펼칠 때마다 은총의 말씀, 은혜를 받게 하는 말씀이라는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아마도 말씀이 은총의 말씀으로 느껴지고 받아들이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읽고 들은 말씀이 그대로 나에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아직 내 안에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거나 아니면 오늘 이루어질 수 없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읽은 말씀이 어떻게 하면 은총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는가?

"그분의 말씀을 오늘 듣게 되거든, 너희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라."(시편 95,7)고 말씀하신 대로 나의 마음이 말씀 앞에서 활짝 열려져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닫혀져 있으면 안 된다. 귀, 눈, 지성 등 나의 존재 전부가 말씀 앞에서 열려 있어야 한다.


우리가 복음을 들을 때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의 눈이 예수님을 주시하였다."라고 하였듯이 우리의 모든 인격이 열려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내가 말씀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나의 존재 자체가 모두 눈이 되어야 하고 온통 귀가 되어야 한다. 영성적이라 할 수 있는 나의 존재의 모든 모공(毛孔)이 열려 있어야 한다.

 

 온 대양을 흡수하기 위해서 열려 있는 스펀지의 모공처럼 말이다. 우리의 영적 감각이 모두 열려 있을 때 오늘 내가 읽은 말씀이 내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어려운 주문인가?

 

말씀이 오늘 내 안에서 은총의 말씀으로 다가왔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반응은 무엇인가? 놀라움이다. 즉 누구보다도 내 자신이 놀란다. 그리고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은 바로 은총임을 깨닫게 된다. 그 때부터 말씀은 진 꿀보다 더 달기 시작한다.

 

즉 비로소 말씀의 맛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씀을 은총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은혜를 전한다는 것이다. 은혜는 은혜를 받은 사람만이 전할 수 있다. 은혜 없이 전하는 모든 말씀은 공허할 뿐이다. 또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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