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10 조회수73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06년 4월 10일 성주간 월요일


 

제1독서 이사야 42,1-7

 

복음 요한 12,1-11

 

 

저는 아침에 성지 청소를 비롯한 각종 작업을 하다가, 미사 전 30분에 수단으로 갈아입고서 고해성사를 줍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그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그래서 때로는 30분 전에 고해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조금 늦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서 들어가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도 이렇게 늦었습니다. 저는 바쁜 마음에 그냥 작업하던 체육복 바지 위에다가 그냥 수단을 입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수단은 기다란 원피스 치마의 형태를 갖추고 있기에 안에 어떤 옷을 입었는지 벗겨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시간도 없고, 순례객들도 제가 속에 무엇을 입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수단 속에 체육복을 입는 성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투시 카메라를 쓰고 있지 않는 한, 제가 속에 어떤 옷을 입었는지 알 수가 없겠지요. 하지만 미사 중에 저는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제가 속에 체육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분명히 수단 안에 입은 체육복을 알아챌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바로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방수가 되는 맨질맨질한 체육복 바지이기에 움직일 때마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겠어요? 분명히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그 소리가 수단 안에 체육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겉으로 보이는 것만 잘 감추면 된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리는 아닌 법이지요. 겉모습만 보고서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 안에는 거짓이 난무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 지요?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라는 한 여인이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그 발을 닦아 드립니다. 이 행동은 그 당시 최고 존경의 표시였지요.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던 예수를 배반할 유다 이스카리옷이 투덜거립니다. 그는 향유를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 하지요. 따라서 값비싼 향유를 붓고 있는 마리아의 행동도, 이 마리아를 받아주시는 예수님의 모습도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유다를 매우 현실적이며, 가난한 사람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겉만 보고서 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사실 그의 속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마치 제가 겉에는 수단으로 그럴싸해 보이지만 안에는 체육복을 입은 것처럼, 유다 역시 재물에 집착하는 욕심을 ‘현실적이며 가난한 사람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그럴싸한 가면 안에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이중적인 유다 이스카리옷의 최후는 어떠했나요? 그의 최후는 자신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신 스승 예수님을 팔아넘기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커다란 죄를 짓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지금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요? 혹시 겉만 그럴싸한 모습으로 치장하기에 바빴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겉과 속이 일치하는 모습, 바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겉으로만 잘 보이려고 하지 맙시다.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안도현, '아침엽서' 중에서)


 

 

길은 혼자서 가는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 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말고,
높낮이를 따지지 말고 가라는 뜻이다.

철길은 왜 서로 닿지 못하는 거리를 두면서 가는가.
사랑 한다는 것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지만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알맞은 거리가 필요 하다는 뜻이다.

서로 등을 돌린뒤에 생긴 모난 거리가 아니라
서로 그리워 하는 둥근 거리 말이다.
철길을 따라가 보라.
철길은 절대로 90도 각도로 방향을 꺽지 않는다.

앞과뒤, 왼쪽과 오른쪽을 다 둘러본뒤에 천천히,
둥글게,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커브를 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랑도 그렇게 철길을 닮아가라.

 

 

Andre Gagnon ㅡ L'air Du S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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