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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춥고, 배고프고, 쓸쓸하고, 허전하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04 조회수885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5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요한 8장 31-42절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춥고, 배고프고, 쓸쓸하고, 허전하고>


한 평생 수도자로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해야할 수도자 양성소, 원리원칙대로 가난하게, 팍팍하게 살 수밖에 없는 수련소이기에 때로 지나친 요구를 많이 합니다.


“수도자가 망하는 지름길은 등 따뜻하고 배부른 생활 계속하는 것입니다. 수도자로서 쇠락하는 지름길은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수도자가 제일 한심스런 때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권력의 맛에 길드는 것입니다. 안락의자에 깊숙이 앉아 현실에 안주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수행생활을 하고 있는가, 아닌가, 간단하게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춥고, 어느 정도 배고프면 제대로 된 수도생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느 정도 쓸쓸하고, 어느 정도 허전해야 수도자로서 정상입니다.


수도자가 누릴 것 안 누릴 것 다 누리고 살면 그게 어디 수도자입니까? 부디 남들이 다 가는 넓은 길, 안락한 길, ‘때깔 나는’ 길이 아니라 사서 고생하는 길, 좁고 가파른 길을 선택하십시오. 그럼 분명히 수도자로 성공할 것입니다.”


‘예수님 추종’이란 만만치 않은 일에 자신의 청춘을 건 형제들, 참으로 대견해보입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이란 큰 벽 앞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형제들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얼굴로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는 형제들이 기특해 보이기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더욱 앞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시며 힘찬 격려의 말씀을 던지십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주님 안에 머무르게 될 때, 우리는 참 제자가 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상급으로 진리에 대한 깨우침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며, 그 진리는 우리를 갖은 속박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임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돌아보니 참으로 오랜 세월 갈구해왔던 것이었습니다. ‘진리에 대한 깨달음’ 더 이상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대 자유’, 그러나 그것들은 제 삶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요원한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은혜롭게도 주님께서는 제게 길을 열어주시는군요. 결국 해답은 하나이군요. 그분 안에 머무는 것, 그분 사랑의 품안에 살아 숨 쉬는 것, 대자대비하신 그분의 손바닥 안에 둥지를 트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깨우친다는 것이 무엇인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 무엇인가 묵상해봅니다.


깨우친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면벽을 하고, 가부좌를 틀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도(道)통해서 신선처럼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이 세상을 완전히 초월해서 딴 나라 사람처럼 사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깨우친다는 것은, 그래서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더욱 치열하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저는 믿습니다. 더욱 눈 부릅뜨고 성실히 삶의 현장을 지키는 일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고통이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십자가의 무게가 삶을 짓누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는 환한 얼굴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깨우침의 과정을 거친 사람, 그래서 제대로 된 영성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현세적, 물질적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이, 언제나 무병장수, 만사형통, 가화만사성하는 가운데, 늘 성공만을 거듭하는 사람, 생생한 하느님 체험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 그래서 늘 만족스런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사람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듭되는 불운, 끝도 없는 방황, 좌절, 실패, 상실감, 그 한가운데서도 그분을 떠나지 않고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깨우친 사람일 것입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무리 난감해도 어떻게 해서든 그분과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 끝까지 희망하는 사람이야말로 대자유를 누리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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