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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린이가 엄마를 의지하듯/신앙의 해[18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5 조회수351 추천수2 반대(0) 신고


                                                            그림 : [배티] 성당터 최양업 신부상

어린이가 말을 하고 자기 표현을 시작하면 타고난 본성이 드러날 게다. 두세 살만
되어도 먹을 것과 물건에 욕심을 내고, 주위의 사랑을 독점하려든다. 때로는 질투를
하고 싸움도 하면서. 그리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고집도 부린다.

그러나 어린이는 이렇게 본성은 어른과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게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마음에 쌓아 두는 법이 없단다. 싸우고 나서도 다시 금방 친해지기 일쑤이다.
아이의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지 않기에 앙심을 품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의
언어에는 ‘용서’라는 말이 없다나. 미움이니, 용서니, 화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이미
아이들이 훌쩍 크고 난 다음의 일이리라.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을 게다. 더 나아가 하느님 그분의 도움과 보살핌 없이는 한시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겸허히 인정도 해야 하리라. 육체적
영적인 생명도 모두 그분께 달려 있고 그분의 품속에서 성장해야 할 어린이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걸 고백도 해야 할 게다.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마르 10,13-16)’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어린이들과 같은 것이라 가르치신다. 많은 이가 이 말씀을
들으면 어린이처럼 티 없고 순수해야 한다는 생각도 할 게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어린이들 대부분은 당장의 이익에 신경을 써서 더 큰 것을 바라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처지를 배려하지 못할 때도 있다. 또한 장난을 좋아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그르치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이들은 한마디로 철부지이다.
스스로 옳은 것을 판단할 수 없고,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할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는 늘 부모의 사랑과 교육이 필요하리라.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르신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이란, 비록 자신이 나약하고
죄도 많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아닐까?
문제는 하느님 앞에서 어른 행세를 하는 것일 게다. 어른이란 독립한 이를 말한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독립하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짓일까?
그분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하겠는가?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산다는 것은 아무런 본성적 욕구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은 분노, 질투, 앙심, 거짓, 허영 등 온갖 쓰레기를 마음이라는
바구니 속에 다 담아 두고 사는 이들일 게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린이처럼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 마음속에 아무것도 가두어 두지 말고 물처럼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일 게다. 내 마음이 흐르는 물이 될 때가 맑아지리라.
어린이가 이처럼 맑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예수님은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하신다. 어른인 우리가 어떻게 어린이가 될 수
있을지? 불가능한 일이지만 ‘어린이와 같이’는 될 수도 있을 게다. 어린이는 도움
없이는 살지 못한다.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어린이에게 엄마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에도 영향을 끼치니까.
예수님은 이런 어린이처럼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되란다.
엄마와 함께 있는 어린이가 편하듯 그분과 함께 있으면서 행복해지란다.
그러한 느낌과 감정을 지속적으로 거리낌이 없이 체험하라신다. 
 

어린이처럼 되라고 해서 ‘자주 토라지고 응석 부리라.’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린이처럼 살아가려면 단순해야 할 게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의 삶은 너무
바쁘고 복잡하다. 이전의 단순했던 것조차 그렇게 바꾸고 있다. 잘 사는 것과 바쁘게
사는 것은 다르다. 그런데도 그렇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 줄 착각한다. 노력 없이는
단순한 삶이 불가능하다. 핵심만을 보는 훈련과 절제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가능하다.
어린이가 엄마를 의지하듯 하느님을 의지하며 살아가면 분명 은총이 주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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