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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캐오의 회개
작성자박현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31 조회수1,734 추천수0 반대(0) 신고

 



종려나무들과 더 키가 작고 잎이 우거진 다른 나무들로 그늘이 진 광장이 보이는데 장마당 같다. 종려나무들은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는데, 뜨거운 센 바람에 삐거덕 소리를 내는 잎들을 흔들고 있다. 바람은 마치 사막이나 또는 적으로 황폐한 땅이나 불그스름한 흙이 있는 데서 불어 오는 것처럼 불그스름한 먼지를 일으킨다. 반대로 다른 나무들은 광장 가장자리를 따라 일종의 긴 화랑을 그늘진 회랑을 이루고 있어서,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이 그 아래로 피해 들어가서, 움직이고 떠들며 소란을 피운다.

광장 한 구석 바로 간선도로가 시작되는 곳에 세금 받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사무소가 있다. 저울과 자가 있고 걸상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한 작은 사람이 앉아서 감시하고 살펴보고 돈을 받는다. 그는 매우 잘 알려진 사람인 것처럼 누구나가 그와 말을 한다. 많은 사람이 그를 부르기 때문에 나는 그가 염세리 자캐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읍내에서 일어난 일을 물으려고 질문을 하는데 그들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세금을 내기 위하여 그를 부른다. 그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여러 사람이 이상히 여긴다. 과연 그는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다. 그는 외마디로 대답하고 때로는 손짓으로 대답한다. 이것을 많은 사람이 이상히 여기는 것으로 보아 자캐오가 보통은 말이 많다는 것을 알수 있다. 몸이 불편한지 또는 부모가 병이 들었는지 어떤 사람이 묻는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두번만 그가 강한 관심을 보인다. 첫번째는 예루살렘에서 오면서 나자렛 선생님에 대하여 말하고 그의 기적과 설교 이야기를 한 두 사람에게 말을 물어볼 때이다. 그 때에는 자캐오가 많은 질문을 한다

 

"그분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인자하시오? 그분의 말이 그분이 하는 행동과 일치하오? 그분이 권장하는 자비를 그 다음에 그분이 실제로 베푸시오? 모든 사람에게? 세리들에게까지도? 그분이 아무도 물리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오?" 그리고는 귀를 기이고 곰곰히 생각하고 한숨을 쉬고 한다. 또 한번은 어떤 사람이 나귀에 가구를 싣고 지나가는 수염난 사나이를 그에게 가리킬 때이다

 

"자캐오, 보게. 저 사람은 문둥병자 자카리알세. 10년 전부터 저 사람은 무덤속에서 살았네. 이제는 병이 고쳐져서, 그와 가족들이 문둥병자로 선고를 받았을 때 율법을 적용해서 비웠던 그의 집에 놓으려고 가구를 다시 사는 걸세"

 

"저 사람을 부르시오"'

 

자카리아가 온다.

 

"당신이 문둥병자였소?"

 

"그렇소. 그리고 나와 함께 내 아내와 두 아이도 문둥병자였소. 아내가 먼저 병에 걸렸는데 우리는 그것을 이내 알아차리지 못했소. 아이들은 엄마하고 같이 자서 병이 들었고, 나는 아내를 가까이 해서 병이 들었소. 우리는 모두가 문둥병자였소! 사람들이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우리를 마을에서 쫓아냈소. ...그들이 우리를 우리 집에 그대로 내버려둘 수도 있었을 거요. 우리 집은 길 끝에 있는...마지막 집이었소. 우리는 그들을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요. 우리는 사람들에게 보이지도 않게 하느라고 벌써 산나무 울타리를 아주 높이 자라게 했었소. 그것은 벌써 무덤이나 다름없었소....그러나 우리 집이었지요...그런데 사람들은 우리를 내쫓았소.'나가라! 나가라!' 하고. 아무도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소. 그래서 우리는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빈무덤에 자리잡았소. 거기에는 불행한 사람이 많이 있소. 그러나 아이들은 동굴의 추위로 죽었소. 병과 추위와 굶주림으로 이내 죽은 거지요...두 아들이었지요...병들기 전에는 예뻤어요. 튼튼하고 잘 생기고, 8월의 오디 모양으로 갈색이고 머리카락이 굽슬굽슬하고, 영리했소. 그 애들은 헌데 투성이의 두 해골이 되었었소. ...머리는 빠지고 눈은 딱지가 앉아 감겨지고, 그 작은 손발은 흰 인비늘이 되어 떨어졌소. 내 아이들이 내 눈 앞에서 먼지가 되어 버렸소!...몇 시간 사이를 두고 그 애들이 죽은 그날 아침 그 애들의 얼굴은 이미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소. ...나는 제 어미가 울부짖는 가운데 그 애들을 마치 죽은 짐승의 시체처럼, 흙 조금과 많은 돌 밑에 묻었소...몇달 후에 어미도 죽었고...나 혼자만 남았소...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소. 그리고 나는 사람의 손으로 판 구덩이에 묻히지도 못했을 거요...나는 벌써 거의 소경이 되었었소. 그러던 어느날 나자렛 선생님이 지나가셨소. 나는 내가 있던 무덤에서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외쳤소. 겁내지 않고 내게 빵을 갖다 주었던 어떤 거지가 이런 부르짖음으로 나자렛 선생님을 불러서 눈 멀었던 것이 나았다고 말했소. 그리고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소

 

'선생님은 눈의 시력만 내게 주시지 않고 영혼의 눈도 뜨게 하셨소. 나는 선생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다는 것을 보았고, 이제는 모든 것을 그분을 통해서 보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형제인 당신을 피하지 않고, 빵과 믿음을 가져다주오. 그리스도께로 가시오. 그래서 그분은 찬미할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어나게 하시오'

 

나는 걸을 수가 없었소. 뼈까지 궤양이 된 내 발로는 걸을 수가 없었던 거요...또 그리고...사람들에게 들키면 나는 돌에 맞아 죽었을 거요. 나는 그분이 지나가는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소. 선생님은 예루살렘에 가시느라고 자주 지나가셨소. 하루는 내가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길에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것과 군중을 보았고, 떠드는 소리를 들었소. 나는 무덤 구덩이들이 있는 언덕 꼭대기로 기어갔소. 그리고 두건을 쓴 머리들 사이에 두건을 쓰지 않은 금발 머리가 반짝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기에 있는 힘을 다해서 큰 소리로 외쳤소. 세번 외쳐서 마침내 내 외침이 선생님께 이르렀소. 선생님은 몸을 돌리시더니 걸음을 멈추셨소. 그리고 혼자서 다가오셨소. 선생님은 바로 내가 있던 곳 아래에 오셔서 나를 바라다 보셨소. 목소리와 미소가 아름답고 친절하신 분이 !....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오?'

 

'병이 고쳐지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소? 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소?'하고 선생님은 물으셨소.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니까요"

 

"그렇게 믿소?"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하고 대답했소 '저는 지극히 높으신 분이 당신의 온 영광으로 선생님의 머리 위에서 빛나시는 것을 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아주 정열적인 얼굴로 한 손을 내미셨소. 선생님의 눈은 두개의 파란 해와 같았소. 그리고 말씀하셨소.

 

'내가 원하니,깨끗해 지시오'

 

그리고 미소를 지으시며 내게 강복하셨소!...아! 얼마나 아름다운 미소였는지! 나는 어떤 힘이 내 안에 불칼처럼 뚫고 들어 와서 내 심장을 찾아 달리고, 내 핏줄 안을 달려 가는 것을 느꼈소. 그렇게도 병이 몹시 들었던 내 심장이 20대의 기운을 되찾았소. 내 핏줄 속에서 얼어붙었던 피가 다시 뜨거워지고 활발해졌소. 고통이 없어지고 피로가 없어지고, 기쁨이!...선생님은 나를 바라보고 계셨고, 나를 지극히 행복하게 해주고 계셨소.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소. '사제들에게 가서 보이시오.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해 주었소' 하고 

 

그때에 나는 내가 고쳐졌다는 것을 깨닫고 내손과 발을 들여다보았소. 헌데가 없어졌더군요. 전에는 뼈가 드러나있던 곳에 볼그레하고 생생한 살이 있었소. 나는 시내로 달려 가서 얼굴을 비추어 보았소. 얼굴도 깨끗하더군요. 나는 깨끗해졌던 것입니다! 나는 소름끼치는 10년이 지난 후에 깨끗해졌던 것입니다!...아! 선생님은 왜 전에, 내 아내와 아이들이 살아 있을 때 지나가지 않으셨을까요? 선생님은 우리를 모두 고쳐 주셨을 텐데. 이제는 보시오. 내 집에 놓을 것들을 사고 있소. ...그러나 나는 혼자요..."

 

"당신은 선생님을 다시는 뵙지 못했소?"

 

"예. 그러나 선생님이 이 근방에 계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여길 왔소. 나는 선생님을 또 찬미하고 싶고 내게 고독한 가운데에 힘을 가지도록 강복해 주시기를 바라오"

 

자케오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문다. 그들은 헤어진다. 시간이 흘렀다. 더운 시간이 되었다. 장꾼들이 흩어진다. 세리는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걸상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나자렛 선생님이다. 선생님이다!" 하고 어린이들이 간선도로를 가리키며 외친다.

 

여자들과 남자들과 병자들과 거지들이 서둘러 마주 달려간다. 장마당은 텅 비었다. 종려나무에 매놓은 노새들과 낙타들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고, 자캐오는 걸상에 그대로 앉아 있다. 그러나 그는 곧 일어나서 걸상 위로 올라간다. 병자들 위로 몸을 구부리시며 나타나시는 예수를 환영하기 위한 것처럼 많은 사람이 나뭇가지를 꺾어서 흔들기 때문에 자캐오는 아직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그러자 자캐오는 옷을 벗고 짧은 속옷만 입은 채 나무로 기어 올라간다. 그의 짧은 다리와 팔로 잘 껴안을 수가 없는 굵고 미끄러운 줄기를 타고 올라가기가 꽤 힘들다. 그러나 올라가는 데 성공하여 홰에 올라 앉듯이 나뭇가지 둘에 걸터 앉는다. 그의 다리는 이 난간에 늘어져 있고, 그는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처럼 허리에서부터 몸을 구부린다. 군중이 광장에 이른다. 예수께서는 눈을 들어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있는 외로운 구경꾼에게 미소를 보내신다.

 

예수께서는 "자캐오, 곧 내려오시오. 오늘은 당신 집에서 머무르겠소" 하고 명령하신다.

 

자캐오는 한동안 넋을 잃고 있다가, 감격으로 얼굴이 새빨개져 가지고 부대처럼 땅으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는 흥분하여 옷을 다시 입는 것을 몹시 꾸물거린다. 그는 장부와 금고를 닫는데, 날쌘 동작으로 하고 싶어하는데, 그럴수록 동작은 더 느려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참을성있게, 그동안 어린이들을 쓰다듬어 주신다. 마침내 자캐오가 준비가 다 되었다. 그는 선생님께 가까이 와서 마을 한가운데에 넓은 정원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집 쪽으로 인도한다. 이곳은 아름다운 마을이고 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건물로는 예루살렘보다 별로 떨어지지 않은 도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예수께서는 집으로 들어가셔서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리시는 동안 병자들과 성한 사람들을 돌보신다. 참을성있게...그런 참을성은 예수만이 가지실 수 있다. 자캐오는 몹시 애를 쓰며 왔다 갔다 한다. 그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는 예수와 말을 하고 싶으나, 예수께서는 여전히 군중에 둘러싸여 계신다.

 

마침내 예수께서 "해가 지거든 오시오.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시오. 여러분에게 평화" 하고 말씀하시면서 모두 돌려 보내신다. 정원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정원으로 향한 아름답고 시원한 큰 방에 식사를 차린다. 자캐오는 일을 아주 잘 하였다. 가족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캐오가 독신이고 다만 많은 하인들만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식사가 끝난 다음 제자들이 쉬려고 수풀 그늘로  흐트러졌을 때, 자캐오는 혼자서 예수와 같이 시원한 방에 남아 있다. 그리고 자캐오가 예수를 쉬시게 하려고 그러는 것처럼 물러갔기 때문에 한동안은 예수께서 혼자 계시기로 한다. 그러나 자캐오는 이내 돌아오니 커튼을 젖히고 들여다본다. 그는 예수께서 주무시지 않고 생각에 잠겨 계신 것을 본다. 그래서 그는 가까이 온다. 그는 무거운 궤를 안고 있다. 그는 궤를 예수 곁에 탁자에 내려 놓으면서 말한다.

 

"선생님...저는 얼마전에 선생님에 대한 말을 들었습니다. 어느날 산에서 선생님은 우리 박사들이 말할 줄을 알지 못하게 된 많은 진리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진리들이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그리고 선생님은 착하시고, 죄인들을 물리치지 않으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병자들을 낫게 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병들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부정행위를 했고, 고리대금을 했고, 방탕하고, 사기꾼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냉혹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생님이 제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고쳐졌습니다. 

 

선생님이 제게 가까이오시자 관능성과 재물의 마귀가 달아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선생님이 거절하지 않으시면 선생님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가 선생님 안에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 제가 부당하게 얻은 재물을 버립니다. 선생님께 제 재산의 반을 드립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제가 부정한 수단으로 빼앗은 것을 네 곱절로 돌려 주는데 쓰일 것입니다. 저는 누구에게 부정행위를 했는지 압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그들의 것을 돌려준 다음에는 선생님이 허락하시면 선생님을 따라 다니겠습니다...."

 

"원하오. 오시오. 나는 구원하고 빛으로 부르기 위하여 왔소. 오늘은 빛과 구원이 당신 마음의 집에 왔소. 내가 당신의 연회석에 앉아서 당신을 구속했기 때문에 저 문 밖에서 불평을 하는 사람들은 당신도 그들과 같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것과 잃었던 것을 구원하러 그리고 영이 죽었던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하여 내가 왔다는 것을 잊고 있소. 당신은 다만 나를 비난하기 위해 나를 따라 다니는 많은 사람들보다 내 말을 더 잘 이해했소. 그래서 이제는 당신이 나와 함께 있게 되었소"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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