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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의 '그리움이여...'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09 조회수702 추천수7 반대(0) 신고

4월 9일 (일)요일 (마르 15, 1-39)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34절)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 이 세상의 눈으로 볼 때 그분은, 율법에 저주받고 아무런 지지자도 없는 실패자이시다.(갈라 3, 13) 하느님께서 항상 당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계실 것이라고 안심시키셨던 예수께서는 이제 버림 받으셨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던 예수께서는 이제 아무런 징표도 보이지 않으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느님께서 모든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확신을 가져다 주셨지만 예수께서는 이제 막상 아무 응답도 듣지 못하신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예수의 이 괴로움에 잠긴 외침은 절망이 아닌 비탄의 울부짖음이다. 그분은 너무 일찍 자신의 삶으로부터 잘리워 나갔다. 그분의 사명은 실패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분은 모욕과 거부를 당하셨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도 하셨을 것이다.: "나는 헛되게 살았단 말인가? 나는 실패자인가?'

 

어둠이 땅을 뒤덮고 그분의 영혼에 침투했다. 이 세상 죄의 무게가 그분을 무겁게 짓누른다.

 

예수께서 십자가위에서 죽으심은 그분께서 전적으로 복종의 삶을 살아가신 직접적인 결과이다. 매순간 마다 그분은 자신을 위한 하느님의 뜻이라고 깨달은 것들을 받아들이셨다.

 

이제 마지막 순간의 고통 속에서, 하느님께로 향한 탄원이 문자 그대로 그분의 존재 저 깊이에서부터 뒤틀려 나간 것이다.

 

그 순간에 예수께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곧 다가올 죽음에 앞서 인간적이며 가혹한 고립에의 체험을 전적으로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분께서 비탄에 잠기신 것만은 의심할 여지없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외침이 들린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외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가장 깊은 진실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소리를 지르는 법이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믿음이 없는 사람은 예수의 이와 같은 외침을 곡해하고 악의를 품고 조롱할 것이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예수께서 외쳐 부르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란 것을 안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이 말은 죄없이 고통받는 사람의 비탄과 신뢰가 동시에 그대로 들어 있는 고대 히브리인들의 기도를 연상시킨다. 시편의 기도는 바로 그리스도의 정신이다.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소리쳐 부르건만 구원은 멀리 있습니다.

 저의 하느님, 온종일 외치건만 당신께서 응답하지 않으시니

 저는 밤에도 잠자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거룩하신 분

 이스라엘의 찬양 위에 좌정하신 분.

 저희 선조들은 당신을 신뢰하여습니다.

 신뢰하였기에 당신께서 그들을 구하셨습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 지침서:포기 / 재크린 시럽 버간, 마리아 슈완 > 

 

 

 

 '궁지에 몰린 사람은 소리를 지르는 법이다.'

 

제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지른 소리는 "저도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저는 혼자서는 못 살아요!" 라는 소리입니다.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 배우자의 죽음앞에서 하느님께,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에게, 부르짖은 소리입니다. 하도 애절한 부르짖음이었는지 남편은 제게 "따라오라." 고 하였습니다. 말 그대로 함께 죽자는 뜻이 아니라 제 심정을 받아준 것입니다.

 

남편의 투병중에 숲이 우거진 산속에서 이 말을 고백하자, 암울하던 제 심경에 조그마한 숨통이라도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함께 육영사업을 하면서 거의 24시간 함께 생활하다싶이 한 저희들이지만, 잠시 한 사람만 외부로 볼일을 보러 가도 떨어져 있는 것을 힘들어했었습니다. 

 

친구같기도 하고 자상한 아버지 같기도 한 남편이 제게 차지한 비중은 하느님보다 먼저였습니다. 가정에서도 항상 사랑으로 먼저 뒤로 물러서는 남편으로, 아이들에게는 사랑 지극한 아빠로, 이웃에게도 사랑이 많은 분으로 기억되는 남편은 저와 아이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가장으로서 살았습니다. 

 

자녀들이 모두 공부도 잘하고 경제적으로도 걱정이 없고 게다가 성당에 둘이서 열심히 다니는 저희 부부를 보며 사람들은 부러워했습니다. 어찌보면 젊어서 고생하다가 이제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시기에 뜻하지 않은 남편의 죽음의 선고는 너무나도 제게 받아들이기 힘든 명제였습니다.

 

남편이 헌신적인 성격이라 과보호라 할 정도로 제게는 힘든 일을 하나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저 혼자힘으로는 도저히 살아나갈 능력이,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 제게 하느님께서 인도하시고 저를 도와주실 분들을 안배하시어, 이제는 비교적 꿋꿋하게 주님께 의탁하며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상당히 의존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의존이 불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후에 알았습니다.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광야를 통과하면서, 조금은 자유로와져 가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의 부르짖음을 묵상하는 가운데 남편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위안을 하며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당신은 제게 시간적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부부 못지 않게 함께 있어 주었고, 또 사랑도 평생동안 받을 사랑을 충분히 주었노라고...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에 감사하노라고..."

 

 "당신을 향해 절망과 슬픔의 '그리움이여...' 라는 노래가 아니라, 희망의 '그리움이여...' 라는 가곡중의 한 소절을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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