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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장 충만한 자기실현의 장(場), 십자가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08 조회수826 추천수16 반대(0) 신고
4월 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마르코 15장 1-39절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가장 충만한 자기실현의 장(場), 십자가>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충만한 하느님 자비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언젠가 천국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랄 일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놀랄 일은 이것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천국에 와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 놀랄 일은 천국에서 만끽하게 될 기쁨이 우리의 상상을 완전히 초월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언어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표현 못할 충만한 행복이 거기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저 인간이 여기 천국에’하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의 사람들도 거기 천국에 와 있어서 또 한 번 놀라게 된답니다.”


사순절을 지낼 때 마다 제 뇌리 속을 떠나지 않는 묵상거리 한 가지가 있습니다. 어느 성지(聖地)에 들렀을 때, 한 연로하신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여러분들,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언젠가 그분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게 될 때, 여러분은 너무 기뻐서 눈물 흘릴 것입니다. 그분의 크신 사랑을 여러분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될 때, 여러분들은 너무나 깜짝 놀란 나머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게 될 것입니다.”


또 다시 맞이한 성주간(聖週間), 우리 죄인들을 향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성주간동안 우리는 또 다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습니다. 이 기간 동안 교회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오늘 ‘내 인생’에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묵상하도록 초대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정녕 역설적이기만 합니다. 인간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을 때, 십자가 사건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무한한 능력의 주님께서 사악한 무리들의 끝도 없는 폭력 앞에 어찌 그리도 무력하십니까? 만왕의 왕께서 일개 병사들의 조롱과 침 뱉음 앞에 어찌 그리 침묵하실 수 있습니까? 왜 메시아께서 인류역사상 가장 고독한 모습으로, 가장 고통스런 모습으로 그렇게 임종하십니까?


연인(戀人)들 사이에서 사랑이 깊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눈에 콩깍지가 끼는 현상’입니다. 이때는 약간 비정상이 된다지요. 딴 사람이 된답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습니다. 먼저 ‘물질공세’로 나갑니다. 평소 ‘소득’으로는 무리가 되는 고가의 선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어도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점점 너와 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더 나아가서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가 섭니다.


보십시오. 부족한 우리 인간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한없는 ‘자기증여’의 삶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사랑이 이러한데,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자기증여는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천수만 배의 자기증여가 하느님과 인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맥없이 고개를 떨어트리는 순간은 예수님 일생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 가장 무력한 순간, 그래서 가장 슬펐던 순간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하느님 아버지로 부여받았던 인류구원사업을 완전무결하게 마무리 짓던 은총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완벽한 순종’과 ‘철저한 수동성’을 통해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 가장 큰 영광과 기쁨을 드린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리도 끔찍했던 이승의 삶을 마무리 짓던 그 순간은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가장 비참했던 순간이었지만, 예수님께는 가장 충만한 자기실현의 순간이었습니다. 완벽한 자기해방의 순간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간직하셨던 꿈이 이루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오셔서 간직하셨던 꿈은 모든 인류의 행복이었습니다. 죄와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이었습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제외되지 않고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품에 안기는 것이 그분의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십자가 죽음으로 인해 이제 예수님 최후의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모든 이가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상 예수님은 이제 우리 모든 죄인들을 위한 생명의 은인, 생명의 원천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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