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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30 조회수351 추천수4 반대(0) 신고

221230.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그는 나자렛 사람으로 불릴 것이다.”(마태 2,23)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축일입니다.
 
그런데 성가정이란 대체 어떤 가정을 말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을 오늘 <복음>에서 찾는다면, ‘성가정’이란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가정이요, ‘말씀’에 순명하는 가정이요, ‘말씀’이 성취되는 가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곧 말씀이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분이 주인 되게 하는 가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두 가지 말씀의 성취를 전해줍니다.
 
<하나>는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마태 2,25)라는 말씀의 성취요, <또 하나>는 “그는 나자렛 사람으로 불릴 것이다.”(마태 2,23)라는 말씀의 성취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들의 성취 안에는 모진 고통들이 함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곧 이 가정은 이집트에서 불려나오기까지, 또 나자렛 사람으로 불리기까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쫓겨다녀야했고, 변방의 거류민으로 살아야 했고, 숨어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고통이 없는 가정이 ‘성가정’이라는 말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아니 어쩌면, ‘성가정’에는 고통이 필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말씀의 성취에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성가정’이란 고통이 없고 편안하고 안정된 단란한 가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고통 속에서도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요 자리가 되는 가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말씀을 이루는 사람이기에 앞서, ‘말씀이 이루어져야 하는 장소요 공간’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말씀이 활동하고 성취되는 모습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무엇보다도 신비로운 것은 ‘말씀이신 분’께서 말을 하지도 못하는 아기 모습으로 우리 가정과 우리 공동체 안에 들어와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아기는 말을 할 줄 모르면서도 우리를 이끄십니다.
 
참으로 묘한 신비입니다. ‘말씀이시면서 말을 못하는’ 이 아기는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고통으로, 때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때로는 보이지도 않은 빈자리가 되어 우리네 가정, 우리네 공동체를 이끄십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님은 우리 가정과 공동체의 주인이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빈자리’로 계십니다. 마치 ‘가나안의 혼인잔치’에서 주인공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빈자리’로 있는 신부처럼, 우리 가정 안에서도 ‘빈자리’로 계시면서 우리 모두를 품으시고 끌어안으십니다. 그러면서도 성취를 이루십니다. 그러니, ‘공동체의 빈자리’, 그곳이 바로 중심임을 보아야 할 일입니다. 곧 ‘자기 자신이 중심이 아님’을 보아야 할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정, 우리의 공동체 안에 말씀이 살아있는지 들여다볼 일입니다. 곧 ‘말씀이신 분’이 우리 안에 작고 낮고 무력하게 말 못하는 아기의 모습으로 살아계심을 볼 일입니다. ‘말씀’은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항상 작고 낮은 이로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결코 자신을 높이거나 교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예수님을 관상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보다 작고 나약한 예수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보다 작고 무력한 예수님을 만났는가? 나를 사랑하기에 언제나 나보다 작은 모습으로 내 앞에 무력하게 낮아져 있는 그분을 말입니다. 심지어는 ‘없는 자’, ‘빈지리’가 되어 있는 그분을 말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거라.”(마태 2,20)

주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들은 말씀에 따라 살아가는 가정이 되게 하소서.
말씀이 살아있고 존중되는 말씀과 함께 친교를 나누는 가정이 되게 하소서.
말씀이 항상 중심이요 주인이 되는, 말씀에 순명하는 가정이 되게 하소서.
말씀 안에서 서로의 고통을 끌어안고 십자가를 함께 지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는 가정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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