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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눈엣가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4-08 조회수695 추천수12 반대(0) 신고
4월 8일 사순 제5주간 토요일-요한 11장 45-56절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눈엣가시>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았던 가장 사명 가운데 가장 큰 사명은 하느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백성들에게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로 예언자들은 자신들이 전해야할 하느님의 말씀이 쌍날칼처럼 날카로워서 섬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때로 그 말씀이 당대 세도가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비수 같은 말씀이어서 늘 도망가고만 싶었습니다.


듣기 싫다고 귀를 막는 백성들에게, 제발 그만하라고 소리 지르는 지도자들을 향해 예언자들은 죽기보다 싫었지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니 눈물을 머금고 ‘쓴 소리’를 마구 퍼부어야 했습니다.


구약시대 예언자로 선택되었다는 것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시작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습니다. 사람들로부터의 존경, 안정된 생활과도 전혀 거리가 멀었습니다. 늘 외톨이가 되어, 늘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일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어린 소년 시절부터 원치 않았던 예언자의 길에 접어든 예레미야가 한 평생 겪었던 고초는 정말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한 평생 적대자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늘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과 같은 아슬아슬한 생활을 계속했습니다.


한때 예레미야는 자신이 받은 예언직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이런 고백까지 했습니다.


“아, 불행한 이 몸! 어머니, 어쩌자고 날 낳으셨나요? 온 세상을 상대로 시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 빚을 놓은 적도 없고 빚을 얻은 적도 없는데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


요즘 계속되는 요한복음 역시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배척받고 있는 예수님의 고독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사사건건 예수님의 행동거지에 ‘태클’을 겁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이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옳은 말씀만 하시는 예수님이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바리사이들은 수석사제들에게 압력을 넣어 의회를 소집합니다. 그리고 의회석상에서 예수님의 죄목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발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처형할 것을 종용합니다.


그 자리에는 그해의 대사제 가야파도 직무상 함께 자리하고 있었는데, 여러 의견들이 개진된 다음 결론삼아 한 마디 던집니다.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가야파가 던진 이 말은 사실 민감하고 난처한 ‘예수 사건’ 앞에 자신을 다치지 않고 싶다는 자기변호용 발언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예수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백성들 앞에서 위신이 실추된 바리사이들은 계속해서 예수님을 고발해왔습니다. 백성들 역시 ‘예수 사건’에 대한 뭔가 뚜렷한 지침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로마당국이나 헤로데 왕권 역시 ‘예수 사건’으로 인해 민심이 동요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았습니다.


그는 왜 하필 내가 대사제직을 맡은 기간에 이런 난감한 문제가 생겼을까, 고민이 않았습니다.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무엇인가, 길을 찾기 위해 골똘히 연구했습니다. 가장 자신에게 바람직한 것은 더 이상 시끄러워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아마도 대사제의 직분에까지 올라간 사람으로 예수님의 신성을 조금이나마 감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수님을 더욱 주도면밀하게 지켜보고, 그에 대한 정확한 정체파악을 위해 더 기다려봐야 하나, 고민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일이 복잡하게 꼬이는 것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로마군대의 개입, 그로 인한 국론의 분열, 흉흉해질 민심, 이런 것들이 싫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메시아의 도래보다 자신과 가족들의 안위가 더 급선무였습니다.


결국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한 사람을 처형하는 쪽으로.


이제 의회의 결의도 끝났습니다. 남아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어떻게 체포하고, 언제 처형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한 사람을 거슬러 모든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는 사랑 자체이신 분, 백성들의 구원자로 오셨지만, 백성들은 그를 끝내 몰라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무고한 그를 법정에 세워 흉악한 범법자처럼 다뤘으며, 끝내 그를 십자가에 매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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