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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 10.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10-30 조회수350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0.30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필리1,18ㄴ-26 루카14,1.7-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오늘 1독서 필리비서 1장 21절 말씀은

공동번역이 더 힘이 있고 실감이 납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

 

오늘 강론 제목도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입니다.

 

이 구절이 나올 때 마다 생각나는,

저를 따르던 후배 사제의 고백입니다.

 

“신학교 시절 아마 4-5번은 보따리를 쌌을 것입니다.

  그 때마다 저는 이 구절을 묵상하며 성소를 지켰습니다.

 ‘그리스도’대신에 다른 말을 넣어보았습니다.

 ‘나에게는 돈이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여자가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명예가 생의 전부입니다.’

 ‘나에게는 권력이 생의 전부입니다.’

  무슨 단어를 넣어 봐도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고백했을 때

  비로소 안정과 평화였습니다.

  하여 제 서품제의에도 이 구절을 디자인하여 넣었습니다.”

 

라는 요지의 고백에 저 역시 공감했고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그리스도는 우리의 모두입니다.

구원과 멸망, 생명과 죽음의 열쇠도 그리스도께 달렸습니다.

하여 그리스도는 우리의 구원, 우리의 생명, 우리의 기쁨,

우리의 평화, 우리의 희망, 우리의 사랑, 우리의 행복이라 고백합니다.

 

이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우리의 미래요 희망입니다.

세상의 미래에, 사람에 희망을 뒀다가

환멸을 맛보는 이들 얼마나 많은지요.

그리스도께, 하느님께

미래를, 희망을 둬야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기쁨과 평화 중에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살아간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입니다.

죽음만이 완전히 잊혀 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직에서 은퇴하면서 또 나이 들어가면서

서서히 사람들에게 잊혀져가니 이 또한 간접적 죽음의 체험입니다.

이래서 삶이 외롭고 쓸쓸하고 슬프고 고달픈 것입니다.

 

보이는 미래가, 희망이 사라지면서

또렷이 들어나는 참 희망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가을 단풍잎들 다 지고 꿋꿋이 서있는 나목들처럼

세상의 미래와 희망의 환상이 걷힌 후

선명히 들어나는 참 희망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이런 참 희망이신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깊어질 때

저절로 빛나는 가난이요 겸손입니다.

그리스도와 하나 됨으로 가난과 겸손의 절정에 도달해

참 나의 그리스도를 살았던 사도 바오로입니다.

생사를 초월하여 이기적 나에서 해방된 무욕의 자유로운 삶입니다.

다음 사도 바오로의 고백이 이런 경지를 보여줍니다.

 

“나의 바람은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입니다.

  그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육신 속에 머물러 있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더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겸손할 것을 권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인 이들은

저절로, 자발적으로 기쁘게 끝자리를 선택합니다.

억지로의 겸손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닮아 저절로 가난이요 겸손입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높이는 이는 높아집니다.

이게 바로 영성생활의 역설적 진리입니다.

하느님은 십자가의 겸손으로 자기를 비운 예수님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부활의 영광을 주셨듯이,

스스로 겸손으로 낮아질 때 하느님은 그를 높여주십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의 고백이 그대로 실현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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