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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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날 불쑥 내게로 온 당신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2-26 조회수925 추천수9 반대(0) 신고
연중 제8주일-마르코 2장 18-22절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 없지 않으냐?”



<어느 날 불쑥 내게로 온 당신>


똑같은 언어,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데, 시인(詩人)들의 언어는 어찌 그리도 빛깔이 곱고 향기로운지 모릅니다. 초봄에 어울리는 시 한 구절 음미해보시지요.


어느 날 불쑥 나에게로 온 당신

그 날 이후

나의 계절은

항상 봄이랍니다.

-전성재, ‘내게 찾아온 당신’-


또 다시 봄입니다. 따뜻했던 우리 생애의 초봄에 뜻밖의 반가운 선물로 다가오셨던 주님을 기억합니다. 그분으로 인해 쓰라린 시절, 혹독한 겨울도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음에 감사하는 아침입니다.


미사를 봉헌 할 때 마다 좌석 배치 상 어쩔 수 없이 신자들, 형제들, 아이들의 얼굴을 마주보게 됩니다. 한 명 한명의 얼굴을 쭉 한번 훑어보면 천차만별입니다.


미사가 파스카의 신비를 기념하는 승리의 잔치, 구세주 하느님께서 죄 많고 부족한 우리 인간에게 오시는 감사의 축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구원의 전례이기에 당연히 행복에 겨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얼굴들도 많습니다.


주일미사! 의무라니, 빠지면 귀찮게 고백성사를 봐야한다니 어쩔 수 없이 오셔서, ‘제발 좀 빨리 끝나라’는 표정의 얼굴들도 눈에 띕니다.


더 심한 분들은 도대체 의욕이 없는 분들입니다.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소가 닭 바라보듯이 멀뚱멀뚱 바라봅니다.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흥미도 반응도 없습니다.


겨우 일어나서 달려온 듯 까치집을 지은 머리, 졸음 가득한 부석부석한 얼굴로 연신 머리를 꾸벅거리는 사람들도 있네요.


인상을 잔뜩 구기고, ‘세상 언제 끝나나’하는 괴로운 표정, 연옥벌이라도 받고 있는듯한 형제들도 계십니다.


그런가 하면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는 표정도 눈에 띕니다. 진지한 얼굴, 단정한 자세, 미사 전례의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려는 경건한 모습입니다. 마치도 이 세상에서 드리는 마지막 미사인 듯 정성이 지극합니다.


미사는 속죄의 제사, 희생의 제사, 십자가의 제사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기쁨의 축제입니다. 따라서 미사가 거행되는 시간은 환희의 순간입니다. 감사의 순간입니다. 은총의 순간입니다.


부족한 죄인들이 천상잔치에 참여하니 너무도 기쁜 나머지, 너무도 감사하고 은혜로운 나머지 감격에 겨워 눈물이 흐르는 은총의 순간이 미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강조하고 계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강생하신 이후의 나날들은 축제의 나날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일생의 매 순간은 혼인잔치가 계속되는 흥겨운 나날입니다.


매일의 미사, 매일의 묵주기도, 매 아침저녁 기도의 순간은 혼인잔치의 주인공, 신랑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눈을 뜨고 새롭게 맞이하는 새날의 아침은 죽음에서 구원으로 건너감을 또 다시 체험한 감사의 나날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는 우리의 모든 나날은

항상

희망과 축복으로 가득 찬

따뜻한 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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