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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5. 다윗과 아비가일 / 사울과 다윗[3] / 1사무엘기[3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05 조회수8,85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 다윗과 아비가일(1사무 25,1-44)

 

사무엘이 죽자 이스라엘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온 이스라엘이 모여들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라마에 있는 그의 집에 그를 묻었다. 그 뒤 다윗은 파란 광야로 내려갔다. 그 당시 마온이라는 곳에 칼렙족으로 나발이라는 이름을 가진 거칠고 행실이 악한 이가 있었다. 그의 아내의 이름은 아비가일이었다. 그 여인은 매우 슬기롭고 용모도 아름다웠다. 나발은 카르멜에 목장을 가졌는데, 양 삼천 마리, 염소가 천 마리나 되는 대단히 큰 부자였다. 마침 그는 그곳에서 양털을 깎고 있었다. 봄에 양털을 깎는 행사는 큰 축제의 기회였다(2사무 13,23-24 참조). 다윗이 이 소식을 듣고, 젊은이 열 명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일렀다. 소위 부잣집의 봄맞이 축제 행사에 사람을 보내어, 좀 물심양면으로 구걸하는 모양새를 최대한 갖추고자 하였다.

 

카르멜로 올라가 나발을 찾아가서 내 이름으로 안부를 묻고, 그에게 이렇게 내 말을 전하여라. ‘안녕하십니까? 댁도 평안하시고, 댁의 집안도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또한 댁의 모든 소유도 아무 탈이 없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댁이 지금 양털을 깎고 있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댁의 목자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 우리는 그들을 괴롭힌 적이 없습니다. 카르멜에 있는 동안 내내 그들은 아무것도 잃지 않았습니다. 댁의 일꾼들에게 물어보시면 그들이 사실대로 알려 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좋은 날 우리가 찾아왔으니 이 젊은이들을 너그럽게 보아 주시어, 부디 댁의 종들과 댁의 아들 다윗에게 뭐든지 손에 닿는 대로 집어서 좀 보내 주십시오.’”

 

이렇게 다윗의 젊은이들이 도착하여, 나발에게 다윗의 이름으로 이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잠자코 그의 정성어린 반응을 주시했다. 그러자 나발이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도대체 다윗이 누구이며 이사이의 아들이 누구냐 말인가? 요즈음은 주인에게서 뛰쳐나온 종들이 이곳저곳서 득실거리는 판이니 좀 걱정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빵과 물, 그리고 털을 깎는 내 일꾼들에게 주려고 잡은 고기를 가져다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감히 주겠느냐?” 다윗의 젊은이들은 왔던 길로 발길을 돌려 다윗에게 돌아가, 이 모든 일을 그대로 전했다. 다윗이 자기 부하들에게 모두 허리에 칼을 차라.” 하고 이르자, 모두가 칼을 찼다. 다윗 자신도 찼다.

 

이리하여 부하 사백 명가량은 다윗을 따라 올라가고, 이백 명은 남아서 물건을 지켰다. 일꾼들 가운데 한 사람이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다윗이 광야에서 심부름꾼들을 보내어 우리 주인께 축복의 문안을 드렸는데, 주인께서 그들에게 호통만 치셨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에게 아주 잘 대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들에서 지내며 그들과 함께 돌아다니는 동안 내내, 우리는 아무런 괴로움도 당하지 않고 아무것도 잃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양을 치면서 그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내내, 밤낮으로 우리에게 성벽이 되어 주었습니다. 주인님과 주인님 집안에 돌이킬 수 없는 화가 닥치고 있으니, 마님께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셔야 할지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주인님은 성미가 고약한 분이시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빵과 술, 요리한 양, 볶은 밀과 건포도, 말린 무화과 과자 등을 서둘러 마련하여 여러 나귀에 실었다. 그리고 자기 일꾼들에게, “뒤따라갈 테니 나보다 먼저 가거라.” 하고 일렀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아비가일이 나귀를 타고 산굽이를 돌아 내려가는데, 다윗과 그의 부하들도 맞은쪽에서 그녀가 있는 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이렇게 아비가일은 다윗 일행과 마주치게 되었다. 다윗이 말하였다. “내가 광야에서 나발에게 속한 것을 모두 지켜 주어, 그에게 속한 것 가운데 아무것도 잃지 않게 해 주었지만 헛일이었다. 그는 나에게 선을 악으로 갚았다. 내가 내일 아침까지 나발에게 속한 모든 사람 가운데 벽에 오줌을 누는 자 하나라도 남겨 둔다면야,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셔도 좋다.”

 

아비가일은 다윗을 보자, 얼른 나귀에서 내려와 다윗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하였다. 그러고는 엎드린 채 애원하였다. “나리, 죄는 바로 저에게 있습니다. 당신 여종이 나리께 말씀드리는 것을 허락하시어 귀 기울여 주십시오. 나리께서는 나발이라는 고약한 이에게는 마음 쓰지 마십시오. 그는 이름 그대로 어리석은 이입니다. 당신 여종은 나리가 보내신 젊은이들을 보질 못했습니다. 나리, 살아 계신 주님과 나리를 두고 맹세합니다만, 주님께서는 나리께서 이렇게 피를 흘리시고 손수 복수하시는 일을 막아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나리의 원수들과 나리께 해 끼치려는 자들은 나발같이 되기를 빕니다. 여기 당신 여종이 나리께 가져온 이 선물은 나리를 따르는 젊은이들께 드리는 것입니다. 당신 여종의 잘못을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고는 말을 잇는다. “그리고 나리께서는 주님 전쟁을 치르시니, 주님께서 정녕 나리께 튼튼한 집안을 세우실 것이며, 한평생 어떤 재난도 겪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리를 쫓아다니며 나리 목숨을 노리는 이가 있더라도, 나리의 하느님 앞에서 나리 목숨은 생명의 보자기에 감싸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나리 원수들의 목숨을 팔맷돌처럼 팽개치실 것입니다. 이제 주님께서 나리께 약속하신 복을 그대로 이루시어 나리를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실 터인데, 지금 피 흘리며 복수하시다가, 나리께서 후회하시는 가책을 받으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주님께서 나리께 복을 내려 주실 때, 당신의 이 여종을 꼭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녀는 마치 주님이 보내신 이의 사자와 같았다. 다윗이 말하였다. “오늘 그대를 보내시어 이렇게 만나게 해 주셨으니,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미할 뿐이오. 오늘 내가 사람의 피를 흘리고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는 일을 그대가 막아 주었으니, 그대와 그대 분별력에 축복을 드리오. 그대를 해치지 않도록 나를 막아 주신, 살아 계신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두고 분명히 맹세하지만, 그대가 급히 와서 나를 만나지 않았던들, 나발에게는 내일 아침이 밝을 때까지 벽에 오줌을 누는 자 하나도 남지 못할 뻔했소.” 다윗은 그녀가 가져온 것을 받으며 말했다. “이보시오, 내가 그대의 말에 귀 기울여 그대의 청을 들어주었으니, 평안히 집으로 돌아가시오.”

 

아비가일이 나발에게 돌아와 보니, 남편은 집에서 임금이나 차릴 만한 잔치를 벌여 놓고, 흥에 겨워 취할 대로 취해 있었다. 아비가일은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그 일에 대해 알려 주지 않았다. 아침에 나발이 술에서 깨어났을 때, 그의 아내가 나발에게 그동안의 일을 알렸다. 그러자 나발은 심장이 멎으면서 돌처럼 굳었다. 열흘쯤 지나 주님께서 나발을 치시니, 그가 죽었다. 나발이 죽었다는 소식에, 다윗은 말하였다. “찬미받으실 주님께서는 내가 나발에게서 받은 모욕을 갚으셨고, 당신 종이 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셨다. 게다가 나발이 자기 악을 되받게 하셨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아비가일을 아내로 삼으려, 사람을 보내어 그 뜻을 전하게 했다.

 

다윗의 부하들이 카르멜에 있는 아비가일을 찾아 가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다윗 어르신께서 부인을 아내로 삼으시려고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아비가일은 일어나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한 다음, “이 종은 단지 나리 부하들의 발을 씻어 주는 계집종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아비가일은 서둘러 일어나 나귀에 올랐다. 그의 여종 다섯도 함께 그녀를 따라나섰다. 이렇게 아비가일은 다윗의 심부름꾼들을 따라가, 마침내 다윗의 아내가 되었다. 그때 다윗은 이미 이즈르엘의 아히노암을 아내로 맞았기 때문에, 두 아내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사울은 다윗의 아내인 자기 딸 미칼을, 갈림 출신 라이스의 아들 팔티에게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지프 사람들이 기브아에 있는 사울에게 가서 말하였다.[계속]

 

[참조] : 이어서 ‘16. 다윗이 사울을 다시 살려줌(1사무 26,1-25)’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아비가일,나발,카르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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