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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게으름에 대한 부끄러운 고백
작성자노이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0-08-30 조회수2,177 추천수9 반대(0) 신고

<말씀> 데살2서 3, 6-10 ;16-18

 

<묵상>

 오늘 주시는 독서의 말씀은 "게으름에 대한 경고"이다.

내게는 이것이 그동안 QT를 게을리하고 미루고 띠엄띠엄 해왔던 나의 영적 게으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몇년 전엔가, QT를 하기 전에는 아침밥도 먹지 않겠다, 다른 인쇄물이나 활자를 먼저 읽지 않겠다고 마음의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슬금슬금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테이블 위에 놓인 신문에 쉽게 눈길이 가고, 커피를 홀짝이거나 식탁 위에 차려진 ’육의 양식’ 부터 챙기게 된 것이다.  처음엔 정말 별일 아니었다.

 아침 시간의 우선순위가 이런 식으로 서서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한 지 1년 쯤 된 모양이다. 그래도 내 일상은 늘 괜찮아 보였다. 아침식사로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신문을 실컷 뒤적인 후에도, 말씀 묵상은 늘 달고 은혜로왔으니까...

 

 영적 게으름의 결과는 하루 아침에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기도가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듯이...   아침의 첫 시간을 드리지 않고 묵상을 미루다보니 자칫하면 외출할 일에 시간을 쫓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묵상의 시간을 놓쳐버리기 일쑤였다. 나의 뒤바뀐 우선순위는 결국 매일 아침 주님과 고요히 만나던 성서 묵상 시간을 이틀에 한번, 나흘에 한번으로 건너뒤게 하더니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 두주일에 한번 QT를 하는 것도 내 삶에 전혀 지장이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지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장이 있음을 감지하는 센서가 예민하게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물론 아무도 내게 질책하거나 꾸짖지 않는다. 주님께서 나의 성서묵상이 게을러졌음에 대해 yellow card를 내미실 리 없다.  그러나 묵상이 뜸해지다보니 기도가 엷어졌고, 하루종일 말씀이 내 안에 머물러 계시지 못하다보니 내 판단과 시각, 내 욕구와 입맛대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 아침, 말씀을 이렇게 깨우쳐 주시는 까닭은 어제밤 전화로 나눈 자매님과의 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자매님은 7년 가까이 함께 묵상 모임을 가졌던 분인데 그동안 성서공부다, 봉사다, 하여 3년간이나 주님과의 개인적 만남의 시간(Quiet Time)을 멀리해왔다고 하셨다.  그러나 자신의 영적 게으름을 바로 그 날의 독서 말씀인 에제키엘 37장의 ’마른 뼈’들을 통해 보여주시고 그분의 생기를 불어넣어 회복시켜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감격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 전화를 받는 내내, 이는 반드시 나에게도 깨닫기를 원하시는 바가 있음이 묵직한 진동으로  울려왔다.  그리고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아침의 첫 시간을 주님과 함께 하였다.(물론 신문도 보지 않았고 아침 식사도 하기 전이었다. ^^)  오늘부터는 독서 말씀을 묵상해야지, 하며...

 

그러자 즉시 보여주신 말씀이 게으름에 대한 경고이다. 오늘 말씀에서처럼 영적으로 게으른 생활을 하게 되면 정말 남의 일에만 참견하게 된다(11절). 말씀에 머물러 있을 때는 나를 살펴보고 나의 헛점과 문제점에 대해 아파하며 기도하게 되는데 확실히 말씀 묵상이 경홀해지다보니 자꾸 남에게 시선이 머물고, 비교하고 판단하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 마지막 작별인사에서 ’주님께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계시기를 빕니다.’라고 하셨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도록 청하고 찾아가는 것은 내 몫이다. 내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내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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