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좀 쉬자!(연중 15주 목)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20 조회수2,000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0, 7, 20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1,28-30 (나에게 와서 쉬어라)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묵상>

 

어제는 사랑하는 후배 신학생과 단 둘이서 밤 늦게까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세상 안에 파견된 사제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잠을 별로 자지 못한 관계로 조금은 피곤하지만, 어제의 여운이 마음을 맑게 합니다. 이 맑은 마음으로 주님께서 새로 주신 하루를 기쁘게 생활하고 싶습니다.

 

어제 나눈 이야기의 주제가 여러가지였지만, 굳이 하나로 묶어보자면 '주님 안에 머무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딘가에 머문다'는 것은 하나의 '그리움'이며 '만남'이자 '쉼'입니다.

 

어제 이야기 도중에 대해서 '미사'에 대해서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만남'이라고 표현했지요. 사제가 되어 미사를 봉헌하면서 특별히 '만남'에 대해서 많은 느낌을 가집니다. 하느님과의 만남, 믿음의 벗들과의 만남 말이지요. 그렇기에 결코 소홀할 수없는 시간이 미사입니다. 며칠 전 청년 캠프 때 야외에서 밤에 주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세상의 어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만남을 체험했지요. 사제가 된 후 봉헌한 첫미사 이상의 감격이었습니다. 이 만남은 제게는 커다란 안식이요, 피곤한 심신을 말끔히 씻어내리는 한자락 빗줄기와 같은 청량제였습니다. 이 만남은 더 큰 만남으로 나아가는 저 자신에게 커다란 힘과 용기가 되는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후배 신학생은 미사에 대해 '그리움'이라는 말로 제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어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마음 한 구석에서 밀려오는 간절한 '그리움'이 자신을 미사로 이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후배 신학생의 순수한 믿음과 맑은 영혼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여러가지 조건을 달아 하느님과 협상하려하고, 하느님과 세상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하려는 이 세태 가운데서 살아가면서 '하느님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말 자체가 제게는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사는 '그리움을 담은 만남'입니다. 이 만남은 세상 안에 복음을 선포하고 주님의 나라를 일구어가야 하는 힘겨운 몸짓을 계속해나가야 할 신앙인에게 휴식입니다. 그렇지만 휴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요. 한걸음의 전진을 위한 첫자리가 됩니다. 이 첫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고 다시 힘겨운 몸을 추스려 이 첫자리에 오게 될 것입니다.

 

비단 미사 뿐만이 아닙니다. 신앙인의 삶의 모든 부분이 이러합니다. 그리움을 담은 만남이 주는 휴식을 취한 우리가 미사를 마치고 힘차게 복음 선포를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주님 안에 머무르면서 안식을 얻은 우리는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지고 나아가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십자가를 지기 위해서 우리는 주님안에서 쉬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인간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우리가 고통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아니 적어도 이렇게 살아가고자 매일매일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며 다짐을 합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이상한 일이 우리의 일상 생활이 될 수 있을까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예수님께서 편히 쉬게 하시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저의 체험에서 볼 때 예수님께서는 결코 편히 쉬게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함께 있으면 편안하게 쉬고 있음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십자가의 길을 가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예수님께서 지워주신 짐과 멍에가 가볍고 편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저의 체험에서 볼 때 예수님의 멍에와 짐은 부족한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멍에와 짐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까닭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십자가를 여전히 짊어지고 가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제 나름대로 이렇게 결론을 맺고 싶습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참된 안식은 예수님과 만나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것 자체라고 말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하는 것 말입니다. 다른 어떠한 조건도 없이 말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