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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소유(연중 15주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16 조회수2,630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00, 7,16  연중 제15주일 (농민 주일)

 

 

마르코 6,7-13 (열두 제자의 파견)

 

그 때에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 그리고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시며 먹을 것이나 자루도 가지지 말고 전대에 돈도 지니지 말며 신발은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은 두 벌씩 껴입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디서 누구의 집에 들어가든지 그 고장을 떠나기까지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그러나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이 있거든 그 곳을 떠나면서 그들에게 경고하는 표시로 너희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

 

이 말씀을 듣고 열두 제자는 나가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가르치며 마귀들을 쫓아 내고 수많은 병자들에게 기름을 발라 병을 고쳐 주었다.

 

 

<묵상>

 

하느님의 사람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언제 어느 곳에라도 달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자유롭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소유입니다.

 

무소유란 말 그대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신앙인에게 있어 무소유란 단지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신앙인은 분명 자유를 위한 무소유를 가능하게 하는 무엇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더러운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

 

신앙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권세'와 '믿음의 벗'이 바로 신앙인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다른 무엇을 소유하려는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복음 선포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권세'는 곧 예수님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당신의 권세를 주셨다는 것은 곧 예수님께서 항상 함께 계신다는 뜻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혼자가 아니라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다는 것은 곧 험난한 복음 선포의 길을 홀로 걷게 하시지 않고 서로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동반자를 항상 보내주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항상 함께 계시지만 오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때때로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복음 선포의 길이 더욱 힘겹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힘겨움에서 벗어나고자 여러가지 인간적인 방법에 의지하려고 하고, 점점 더 많은 것을 가져야 안전하게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방법에 의지할수록 점점 더 함께 하시는 예수님에 대한 의식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지면 더욱 불안해지고 이제 더 많은 가져야만 합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단지 당신의 권세만을 주신 것으로 그치지 않고 믿음의 동반자를 주시는 것입니다. 오감으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벗을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함께 하시기에 결코 외롭지 않은 길, 그러나 인간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외롭고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복음 선포의 길에 벗들이 함께 합니다. 예수님께서 주신 벗들을 알아보는 순간, 앞으로 걸어가야 할 주님의 길을 걷는 우리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사실 지금까지 걸어온 길도 혼자 걸어온 길은 아닙니다. 힘겹게 느껴졌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에도 분명 누군가 우리와 함께 걸어왔습니다. 예수님뿐만 아니라 믿음의 벗들이 말입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 이 순간 함께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그리고 앞으로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누군가 항상 옆에서 함께 걸어왔습니다. 앞으로 지금까지 보다 더 힘겨운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분명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값진 선물입니다.

 

주님의 길을 걸어오면서 함께 했던 많은 벗들을 떠올려 봅니다. 얼마나 고마운 이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자신이 걸어가야 할 주님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지금 또 다른 벗들과 함께 주님의 길을 걸어가는 것처럼, 그들 역시 이제는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와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복음 선포의 길을 걸어갈 때, 예수님의 권세가 내적인 힘이 된다면, 예수님께서 짝지어 주신 믿음의 벗들은 외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권세와 믿음의 벗들에 힘입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당당하게 주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함께 걸어가고 있는 벗들을 소중하게 맞아들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 벗들을 주신 예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릴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 역시 예수님의 선물로서 다른 믿음의 벗들에게 주어져, 그들의 지친 발걸음에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동반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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