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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리가 될 수 없는 양(연중 14주 금)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7-14 조회수2,832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0, 7, 14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10,16-23 (박해를 각오하라)

 

그 때에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은 마치 양을 이리 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너희는 뱀같이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양순해야 한다.

 

너희를 법정에 넘겨 주고 회당에서 매질할 사람들이 있을 터인데 그들을 조심하여라. 또 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왕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으며 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나를 증언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잡혀 갔을 때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때가 오면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일러 주실 것이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형제끼리 서로 잡아 넘겨 죽게 할 것이며, 아비도 또한 제 자식을 그렇게 하고 자식도 제 부모를 고발하여 죽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 동네에서 너희를 박해하거든 저 동네로 피하여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이스라엘의 동네들을 다 돌기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묵상>

 

신앙인은 이리 떼 가운데에 서 있는 한 마리 양입니다. 군침을 흘리며 노려보고 있는 이리들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 마리 양과 같습니다. 주인과 함께 있었더라면 이러한 두려움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이리 떼 가운데 서게 된 것입니다.

 

애초에 자신이 원해서 이리 떼 가운데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주인이 보낸 것입니다. 참 매정한 주인 같습니다. 잡혀 먹힐 것을 뻔히 알면서 보냈으니까요. 그러나 이리 떼로 덮힌 험악한 세상을 평화넘치는 세상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양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인은 자신의 양을 믿었습니다. 양들이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주인은 양을 보내면서 약속했습니다. 항상 함께 있겠다고.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을 지라도  말입니다.

 

양을 둘러 싼 이리들이 양에게 이리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이리가 되면 잡아먹지 않겠다고, 이리가 되어 맘껏 즐겨보자고 유혹합니다. 때로는 달콤한 미끼로, 때로는 무자비한 협박으로 말입니다. 양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잡아 먹히느냐? 아니면 이리가 되느냐? 잡아 먹히는 것은 죽음입니다. 그렇다고 이리가 되는 것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양이 이미 양이기를 포기하고 양을 잡아먹는 이리가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사명을 받아 우상 가득한 세상에 파견된 양입니다. 우상은 신앙인을 유혹합니다. 자신을 따르라고, 그것이 참된 삶이요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을 동원하면서 유혹합니다. 돈, 자본, 권력, 지위 등등 온갖 우상들이 날뛰면서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들을 섬기라고 달려듭니다. 자신을 통해서만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댑니다. 신앙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서 우상들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냐? 아니면 은근 슬쩍 우상에게 자기 몸을 맡기면서 적당히 살아갈 것이냐?

 

우상을 거부하면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험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상이 판치는 세상의 변두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쫓겨남으로써 참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적으로는 감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안타깝게도 많은 신앙인들이 우상에 몸을 팔아 세상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가면서,  한술 더 떠 우상의 선전부대가 되어 '우상'이 '참된 하느님'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양을 이리 떼 가운데 보내는 심정으로,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되새겨 봅니다.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믿음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우상의 늪에 허우적대고 때때로 우상과 함께 놀아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계실 예수님의 상처받은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지 않느냐? 하느님의 성령이 너를 지켜주지 않느냐? 두려워하지 말아라.'라고 간절히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양이 이리가 될 수 없듯이,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결코 우상의 노예가 될 수 없음을 생각합니다. 아니 우상의 노예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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