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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의 평화, 세상의 평화(부활 5주 화)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5-23 조회수1,96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0, 5, 23 부활 제5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요한 14,27-31 (예수의 평화)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떠나갔다가 너희에게로 다시 오겠다는 말을 너희가 듣지 않았느냐? 아버지께서는 나보다 훌륭하신 분이니 만일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어버지께로 가는 것을 기뻐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일을 미리 알려 주는 것은 그 일이 일어날 때 너희로 하여금 믿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세상의 권력자가 가까이 오고 있다. 그가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께서 분부하신 대로 실천한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하겠다."

 

 

<묵상>

 

배가 부른 고양이가 있습니다. 그 앞에 쥐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아 먹지 않습니다. 배가 부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고양이와 쥐 사이에 생명을 건 전투는 벌어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고양이는 배가 꺼질 것이고, 그러면 고양이와 쥐 사이에 숨막히는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쥐는 고양이가 배가 부른 한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 아주 한시적인 평화입니다.

 

이 평화가 많은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입니다. 세상의 평화이지요. 우리는 너무 쉽게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부릅니다. 왜 전쟁이 없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힘이 강한 사람에게 약한 사람은 대항하지 못합니다. 시키는 대로 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싸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평화로운 상태입니다. 똑같은 힘을 가진 사람 사이에서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괜히 싸움을 벌여보았자, 서로에게 상처만 낼 뿐입니다. 겉보기에는 평화롭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참 평화는 아닙니다.

 

나라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를 한 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겉보기에는 우호적이고 평화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전 매향리 미군 사격장에서의 오폭 사고로 인하여 매향리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주한 미군에 의해 자행된 살인 사건들, 미군 기지에 의한 산림 훼손 등,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아픔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픔을 호소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미온적이고 미국 정부는 당당합니다. 미군에 의해 자행되는 온갖 범법 행위가 67년 발효되고, 91년 부분적으로 개정된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에 묵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하고도 아무 소리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 당국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힘없는 자들의 침묵이 평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세상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화,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평화는 세상의 평화, 세상이 생각하는 평화와는 다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의 굴종이나 침묵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전쟁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 굴종이나 침묵으로 잘못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의 불의를 뒤짚어 하느님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온 몸과 마음을 투신함으로써 얻어지는 해방과 자유와 정의의 상태가 곧 예수님께서 주시고자 하는 평화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마태 10, 34) 라고 말씀하신 것이고, 오늘 복음에서 들었던 것처럼 고별 담화의 결론으로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거짓 평화를 깨뜨림으로써 참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거짓 평화를 깨뜨리고 예수님의 참 평화를 일구기 위해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이 자리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다른 모든 이들이 평화라고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평화를 가장한 불의, 불평등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세상 안에서 예수님의 평화를 일구기 위해 애쓰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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