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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사

제목 [미사] 영성체 후 침묵의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공지사항을 알리는 때는 언제인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02 조회수2,565 추천수0

[전례와 생활] 영성체 후 침묵의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그리고 공지사항을 알리는 때는 언제인지요?

 

 

영성체가 끝나면 이제 미사는 빠르게 마무리 단계에 들어섭니다. 감사노래, 영성체 후 기도, 축복과 파견 등의 마침 예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작 예식에 비하면 아주 단순한 예식입니다. 성체 분배가 끝난 뒤의 순서에 대해 미사경본 총지침 164항은 “그릇을 씻은 다음 사제는 주례석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얼마 동안 거룩한 침묵을 지키다가 시편 또는 다른 찬양 노래나 찬미가를 부를 수 있다.”고 침묵의 기도시간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영성체를 하는 사람이 아주 적었던 옛날에는 미사가 끝난 후에도 개인적으로 감사기도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남아 있었던 관습이 있었습니다. 사실 예부터 신자들은 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서둘러 일어나 성당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교회는 미사가 끝나면 얼마 동안 제자리에서 조용히 감사기도를 바치라고 권하였던 것입니다.

 

미사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경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이 침묵기도는 새로 도입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성체를 받아 모시고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이 시간이야말로 개인적으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 그리고 경배를 드리기에 적합한 최고의 기도 시간일 것입니다.

 

미사 중 여러 번의 침묵기도 시간 가운데에서 미사경본은 강론 후와 영성체 후의 이 시간을 최적의 침묵기도 시간으로 여겨 적극 권장합니다. 강론 후의 침묵시간은 선포된 하느님 말씀에 다가가는 묵상의 침묵 시간이며, 영성체 후의 침묵은 성찬의 신비에 대한 감사와 찬미의 기도 시간입니다.

 

이러한 묵상과 감사기도의 시간은 받아 모신 성체 신비의 의미에 잘 어울립니다. 현대인의 특징 중의 하나라면 고요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체에게 침묵기도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입니다. 사제와 신자들은 이 침묵기도를 소홀히 하지 말고 오롯한 마음으로 주님께 감사드리며, 주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침묵 시간을 생략하거나 짧은 순간에 머물게 하거나 또는 어울리지 않는 긴 묵상글로 이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최근 일부 본당들에 새로 생긴 풍습이 있다면 이 시간에 개신교 교회에서처럼 특송(?)을 하게 하는 일입니다. 침묵기도 시간이 아니라 연주를 감상하는 시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가끔은 오르간 연주로 침묵기도 시간을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긴 연주나 높은 음의 소리는 미사 전례가 권하는 이 시간의 의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마침 훈화와 공지사항은 언제 하나요?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나면 사목상의 당부나 공지사항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사경본 총지침은 166항에서 분명하게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난 다음 필요에 따라 공지 사항을 짤막하게 알린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내용이 184항에서도 지시하고 있습니다.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난 다음 사제의 지시에 따라 필요하다면 부제는 백성에게 공지사항을 짤막하게 알릴 수 있다.”

 

과거에는 그 위치가 강론 끝(레오 1세 교황 시대)이나 복음 독서 후(오늘날 일 년에 한 번 주님 공현 대축일에 그 해의 이동축일 발표 때) 또는 미사 직전이나 직후, 지역에 따라(로마, 스페인) 파견 전에 하기도 했습니다. 미사 전례 개정위원회는 공지사항을 하는 때에 대해 미사의 분위기나 신자들의 심리를 고려하여 마침 예식이 알맞다고 여겨 영성체 후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분명 과거의 관습보다는 훨씬 나은 자리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많은 본당에서는 영성체가 끝나고 제대 정리가 끝난 다음 바로 공지사항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찬의 전례는 영성체 후 기도로써 끝맺음하게 되는데, 공지사항의 경우 그 성격상 예식의 한 부분이 아니므로 영성체 후 기도 전에 하는 것은 성찬의 전례 의미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단순히 또 다시 일어서고 앉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훈화나 공시사항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분명 공지는 필요한 경우에만 짤막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미사를 끝내는 자리에서 신자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의 말을 길게 늘어놓으면 신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리적 부담이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장황한 설명은 성찬례의 생생한 느낌을 깨뜨리는 심리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더구나 공지사항 내용이 질책이나 헌금 등에 관한 사항이라면 상당한 거부감마저 가지게 합니다.

 

따라서 사제는 공지사항을 엄선하여 간단명료하게 말하고 나머지는 주보 등을 활용하도록 하되, 공지사항을 미사강론보다 더 길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신자들에게 감사의 말이나 한 주간의 평안과 축원을 비는 작별 인사를 연결시킨다면 이는 사목적으로도 미사를 신자들에게 친근하게 만드는 적극적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주일에 신자들이 성당에 와서 사제로부터 “오늘 미사를 여러분과 함께 거행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들으며, 더 나아가 “한 주간 건강하고 좋은 나날이 되기를 축원하며 다음 주에 우리 다시 이곳에서 만납시다!” 라는 작별 인사의 말을 들을 때, 그 본당의 신자들은 한 주간 한 주간을 무척 행복해 할 것입니다.

 

[월간 빛, 2010년 3월호,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목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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