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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사

제목 [미사] 성찬 전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3,315 추천수0

[전례 해설] 성찬의 전례

 

 

“신부님, 저는 지금 밥맛도 없고, 일하기도 싫고, 사람 만나기가 두렵습니다. 무섭고 떨립니다.” 직장에 다니는 한 아가씨가 찾아와 울먹이며 털어놓았다. “왜, 무슨 일이 있었어?” 하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 친구가 며칠 전 죽었어요. 그것도 처참한 모습으로 자살했대요. 현장을 확인해 볼 수 없었지만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믿어지지 않아요. 그저 허무할 뿐입니다.”

 

재산 상실, 배신, 죽음은 허무의 주요 원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허무감은 죽음에서 비롯된다. 아주 가깝고 친했던 사람의 죽음은 그만큼 더 큰 허무와 고통을 안겨 준다. 이처럼 고통과 죽음, 어두움과 현세 악은 인간의 가장 중대한 문제가 아닌가. 그것을 누가 해결할 수 있는가.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믿고 있다. 그분의 죽음은 사람의 죄에 대한 보속이요, 희생이며, 속죄였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 온 것이다”(마태 20,28). 이로써 우리는 용서와 구원의 은혜, 부활의 생명에 참여할 은혜를 받았다. 우리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또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골로 2,12). 한마디로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즉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살고 있다.

 

 

미사의 핵심

 

미사의 첫째 부분을 말씀의 전례라 하고, 미사의 둘째 부분이며 핵심 부분을 성찬의 전례라고 일컫는다. 그리스도께서는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파스카의 제사와 잔치를 설정하시고 교회 안에 십자가 상 제사가 계속되도록 하셨다(미사 총지침, 48항).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과월절 양으로서 희생되셨으므로”(1고린 5,7) 십자가의 제사가 제단에서 거행될 때마다 우리의구원사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교회 헌장, 3항). 이 제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이고 사랑의 성사이며, 일치의 표징이요, 장래 영광의 보증을 주는 파스카 잔치이다(전례 헌장, 47항).

 

 

성찬의 제정

 

성찬의 전례를 잘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예수님의 최후 만찬과 초대교회의 만찬 예식을 살펴보아야 한다. 신약성서의 네 곳 즉 공관 복음(마태오, 마르코, 루가)과 바오로 사도의 서간인 고린토 전서에 최후 만찬 기록이 나온다. 여기에 핵심 내용이 들어 있다.

 

마태오 복음(26장 26-28절) : “그들이 음식을 먹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시고, 또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시고 그들에게 돌리시며 ‘너희는 모두 이 잔을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마르코 복음(14장 22-24절) :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건네시자 그들은 잔을 돌려 가며 마셨다. 그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루가 복음(22장 19-20절) : “또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음식을 나눈 뒤에 또 그와 같이 잔을 들어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 피를 흘리는 것이다.’ 하셨다”

 

바오로 사도가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l1장 23-25절) :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손에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시고 ‘이것은 너희들을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니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식후에 잔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니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 예를 행하여라.’ 말씀하셨습니다.”

 

요한은 성찬의 제정에 관한 기록이 아니고 예수님 자신을 표현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의 약속과 의미’에 대하여 기록하였다(요한 6,48-58 참조).

 

 

최후 만찬의 공통점

 

마태오와 루가 복음은 80년경에 쓰여졌고 그보다 먼저 마르코 복음(70년경)과 고린토 전서(55년경)가 완성되었다. 마태오의 최후 만찬 기록은 마르코의 것을 본떠서 약간 수정하고 덧붙인 것이다.

 

루가는 마르코와 고린토 전서를 혼합하여 만들었다고도 하고 일부 학자들은 그리스권의 교회들에 전해진 별도의 전승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결국 예수님의 최후 만찬 사실은 마르코와 고린토 전서에 더욱 충실히 전해진다.

 

예수께서 돌아가신 때는 30년 4월 7일이다. 공관 복음서는 예수의 최후 만찬이 과월절 식사였다고 한다(앞의 복음 인용 참조). 그러나 요한 복음은 과월절 전날이었다고 하였다. “그날은 과윌절 준비일이었다”(요한 19,14). 돌아가실 것을 예견한 예수께서 과월절 식사를 하루 앞당긴 것으로 본다.

 

신약성서 중 제일 먼저 기록된 것이 데살로니카 전서로 51년경이다.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20여 년 간 신약성서가 없었다. 즉 성서는 없고 전통만 있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내가 여러분에게 전해 준 것은 주님께로부터 받은 것입니다.“(1고린 11,23)라고 성찬 전례의 기원을 밝히고 있다. 즉 30년대와 40년대의 성찬식을 그대로 전해 받은 것이라고 하였다.

 

다음에 네 가지 성찬 기사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만찬 음식으로 빵과 포도주를 사용하였다. 둘째는 예수님의 동작이다.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또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빵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고 하였다. 셋째로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무엇인가.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것은 나의 피다.”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께서 수난 전날 저녁에 제정하신 이 거룩한 행위를 재현하면서 이를 일반적으로 성찬(Eucharistia)이라 하였다.

 

 

감사와 찬미, 삶과 기쁨의 축제

 

성찬의 원어인 ‘에우카리스티아’는 그리스어로서 본래 감사의 뜻이며 인간 상호간에 주고받는 감사와, 기도의 형태로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로 구별할 수 있다(사도 24,3과 l데살 3,9을 비교). 이 감사의 기도는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축복 기도와 연결된다. 또한 자연의 산물인 음식은 하느님이 베푼 은혜이므로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게 된다. 이렇게 감사와 찬미와 축복은 성찬식에서 뺄 수 없는 예절이다.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구원의 표징으로 선택하셨다. 빵은 주님의 몸이고 포도주는 주님의 피를 대신하는 희생 제물이 되었다. 빵과 포도주는 생명의 양식이며 힘과 기쁨을 준다. 그리고 최후 만찬을 통하여 한 공동체를 형성하였다. 즉 빵과 포도주라는 자연의 음식물은 성찬식을 통하여 생명과 힘과 기쁨의 공동체를 만들어 영적인 변화를 준다.

 

영성체는 주님과의 결합이고 하나를 이룬다. 주님이 현존하시고 구원을 이룬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2,20). 또한 그리스도와 결합된 사람은 이웃과도 서로 일치하게 된다. “빵은 하나이고 우리 모두가 그 한 덩어리의 빵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이니 비록 우리가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인 것입니다”(1고린 10,17).

 

예수의 몸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주는 것이고 그분의 피는 ‘너희를 위하여’ 또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신 것이다. 또한 최후 만찬은 하느님 나라에서 먹게 될 ‘완성된 과월절 음식’(루가 22,15-16)과 새 포도주(마르 14,25)의 준비였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한다면 미사 참여는 큰 감사 행위이다. 성찬의 전례는 구원 업적을 찬미하는 파스카 신비요, 기념 제사이며 감사 제사, 십자가의 제사이다. 우리의 감사는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약속까지 미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

 

[경향잡지, 1992년 3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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