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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전교주일: 교회의 존재 이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2,814 추천수1

전교주일 - 교회의 존재 이유

 

 

“왜삽니까?” 누가 나에게 물었다.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무얼 물었는가? 사람이 사는 이유,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상에 따라 대답은 서로 해석이 달라진다. 대답하는 사람 자신의 삶의 이유를 묻는 것인지, 또는 질문하는 이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객관적으로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삶의 의미를 묻는 것인지에 따라 대답의 방향은 그 길을 달리한다. 

 

개인의 삶은 저마다 서로 다르다. 그러기에 네 삶의 의미가 다르고 내 삶의 의미가 다르다. 같을 수가 없다. 다르기에 대답도 서로 다르게 나온다. 또 개인의 삶이므로 ‘주관적’이다. 하지만 인간 삶의 보편적인 이유라면 그것은 또한 ‘객관적’인 설명이 된다. 따라서 세 가지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이 사는 이유, 그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온 인류는 무수히 고민하고 연구해 왔다. 어느 대중가수는 자기 ‘존재의 이유’를 제목으로 해서 사랑을 노래하였다. “내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네가 있기 때문이야, 널 사랑해.” 하고. ‘내가 사랑하는 네가 있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곧 너에 대한 사랑이 내 삶의 전부라고 말한다. 자기의 삶, 자기 존재는 곧 타인에 대한 열망,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드러나는 것임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 신앙인의 삶, 교회의 삶은 그 의미가 무엇일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차적 의미를 말한다면 ‘복음 선포’라고 할 수 있다. 교회 자신만의 삶이 아니라, 교회 바깥의 사람들을 위한 삶이어야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음 선포는 교회 삶의 이유이다. 이것은 성직자나 선교사들, 또는 수도자들처럼 특정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그것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생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어떤 환경에서든 실천해야 할 자신의 일이다. 또 복음 선포는 누구에게나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교회는 10월의 마지막 전 주일을 전교주일로 정하고, 일년에 한 번 교회의 구성원들에게 복음 선포를 통한 신앙인의 정체성,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일깨우고 있다. 

 

이날의 성서 말씀은 이러한 우리의 복음 선포 사명과 그 이유를 잘 가르쳐준다. 제1독서에 나오는 이사야 예언자 시대는 정치적, 종교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던 시기였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보다 인간적인 결속에 의지하려고 하였다. 이것을 본 이사야는 모든 민족 사이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일치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날, 곧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때에 모든 민족이 주님의 산인 예루살렘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 올 것이며, 거기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며 주님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한다.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복음화에 대해 단적으로 말씀하신다. 당신이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고 용기와 위로를 주시면서,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부여하신다. 당연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가 복음을 전하는 것은 우리 모든 신앙인의 삶의 근거가 된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복음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 하느님께 절실하게 호소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느님의 백성이 참된 해방과 구원을 갈망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른다면 하느님께서는 구원의 말씀을 들려주실 것이다. 그러나 이 구원의 말씀은 우리가 직접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전해주는 전도자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하느님께 간절히 구하고, 전도자를 통해 들려주시는 하느님 말씀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그리스도의 장엄한 명령에 따라, 이 세상 끝까지 복음을 알려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이다. 교회가 복음을 전하지 않고 자기들의 구성원들간의 만족에 안주한다면 존재 이유가 상실된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선교활동에 몸바치는 사람들이 있으며, 전교 지역의 교회를 위해 많은 기도와 희생을 바친다. 만일 내가 직접 복음을 전하지 못한다면 간접적이라도 전해야 한다.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주는 일이 그것이다. 

 

전교주일을 지내면서 나의 삶을 통해 이웃의 복음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였으며 드러냈는지를 살펴보자. 그리고 복음을 전하려고 어려운 환경에서 수고하는 이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을 위해 기도해 보자.

 

[경향잡지, 2001년 10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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