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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서방전례의 분류: 갈리아 전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1 조회수2,038 추천수0

[전례 배움터] 서방전례의 분류 (2) 갈리아 전례

 

 

지난 호에서 ‘서방전례의 분류’를 크게 로마 전례, 갈리아 전례, 암브로시우스 전례, 스페인 전례, 기타 등으로 나누어, 먼저 ‘로마 전례’를 공부하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방전례 가운데 계속해서 ‘갈리아 전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명칭과 장소

 

‘갈리아 전례’라는 이름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먼저 좁은 의미로 17세기 J. 토마시우스와 I. 마비용은 갈리아 남부 지중해 지역에서 발생한 지역전례의 필사본들을 편집하면서 ‘갈리아’라는 지역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것은 갈리아 전례뿐만 아니라 스페인 전례의 기원도 이루는 공통의 라틴어 전례 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악되는 지역 전례로,  현행 프랑스 남부 지역과 일치합니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갈리아’라는 형용사를 부적절하게 중부 유럽의 저작물에 널리 사용하였습니다. 즉 로마 전례에 서서히 스며든 성가, 노래, 규정 등으로 샤를마뉴(카알 대제)에게 공식적으로 채택되어 그의 프랑크 왕국 전체에 의무적으로 부과된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로마 전례에 흡수된 (갈리아 요소라고 잘못 알려진) 이들 요소들은 교부시대부터 전해져 오던 것들이 아니라 라틴 문화에서 유래한 것이고, 갈리아 북부의 신심과 브레타니카(영국) 지역 섬들의 영성에서 발생한 요소들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갈리아 전례는 시대적으로 교부시대까지 소급되고 지역적으로는 현재 프랑스 남부지역의 전례를 말합니다. 갈리아 전례에 대한 언급은 아를르의 체사리우스 성인(+542) 및 투르의 그레고리우스(+594)의 저술과 강론집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6-7세기의 갈리아 전례를 담고 있는 고유한 문서들은 모두 단편들입니다. 이 전례는 당시 갈리아 지역에 통일성을 부여할 중심교회(총대주교좌)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 많은 지방색을 갖게 됩니다.

 

 

나. 갈리아 전례의 특징

 

① 갈리아 전례의 형성기 : 갈리아 전례가 가장 활발하게 창조된 시기는 전례문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을 통하여 볼 때 5세기 후반-6세기 중엽입니다. 이 시기의 갈리아 전례의 흔적은 재생 양피지에 적힌 볼펜뷔텔(Wolfenb  ttel)의 독서집에 나타나는데, 이 독서집은 라틴어 전례 문서 중에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② 로마 미사 구조와 비교한 갈리아 전례의 특징 : 갈리아 전례는 로마 전례에 꾸준히 영향을 끼쳤습니다. 갈리아 전례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비교대상인 로마 전례를 간단하게 살펴봅시다.

 

로마 전례는 5세기 중엽부터 단 한가지의 로마 감사기도(현행 감사기도 제1양식)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축일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감사송을 아주 다양하게 마련하여 감사기도의 도입부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로마 전례에는 미사의 결정적인 순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다섯 가지의 짧은 기도문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 기도문들은 1) 전례회중이 모이는 순간에 2) 보편지향기도의 종결 부분에 3) 빵과 포도주의 예물을 준비하고서 4) 영성체 후에 5) 전례회중의 파견 전 등입니다.

 

한편 갈리아 전례에서 감사송은 모든 미사에서 항상 동일하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감사송 이후 감사기도의 내용은 해당 미사 양식의 고유한 형태와 주제에 따라 미리 정해진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래서 감사기도가 매일 바뀐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끝으로 갈리아 전례는 평화의 인사를 감사기도 전에 행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종합해 볼 때 로마 전례는 다양한 감사송들을 단 하나의 감사기도 양식(로마 감사기도)과 연결하여 사용하였다면, 갈리아 전례는 단 하나의 감사송을 여러 가지의 감사기도 양식들과 연결하여 사용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로마 전례도 갈리아 전례도 감사기도문의 여러 곳에서 변화가 가능한 본문을 다양하게 마련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③ 로마 기도문 형식과 비교한 갈리아 전례 : 로마 전례의 신학적 특징은 기도문들이 ‘성부 하느님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ad Patrem per Christum in Spiritu Santo)’ 바쳐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갈리아 전례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는 아리우스 이단에 반대하려는 경향이 강조되어 직접 성자 그리스도께 향하는 전례기도문들이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④ 갈리아 전례의 ‘선행(先行)’ 요소와 ‘기도’ 요소 : 갈리아 전례의 특성을 형성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는 회중을 향한 전례문을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는 이미 로마의 본당 전례에서, 예를 들어 단식과 철야기도를 위한 기도문 같은 곳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리아 전례와 스페인 전례에서 이 요소는 더욱 중요한 전례 사목적 역할을 담당하여, 주례자와 전례회중 사이에 지속적인 통교를 형성해 줍니다.

 

갈리아 전례의 원천들은 하느님께 향한 기도문에 대해서는 ‘기도(collectio)’라 이름붙이고, 전례회중을 향한 기도문에 대해서는 ‘선행(praefatio:중요한 일에 앞서 행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미사에서 praefatio는 감사송이라고 번역함)’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⑤ 다채롭고 화려한 갈리아 전례 : 로마 전례의 특징 가운데 절제와 단순성이 꼽힙니다. 갈리아 민족은 감정에 치우치는 점이 많고 외적인 것에 치중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로마 전례에 비해 다채롭고 화려한 전례를 선보입니다. 그래서 갈리아 전례의 예식들은 항상 더 많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갈리아 전례의 세례성사 거행은 발씻김 예식을 포함하고 있고, 성품성사 거행은 당시 로마 전례와 달리 손에 도유하는 예식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도유는 나중에 로마 전례의 성품성사 거행에 도입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기도문의 종류도 많고, 문체는 장엄하고 화려한 색채를 풍기며 때로는 장황하고 지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⑥ 갈리아 전례의 소멸 : 갈리아 전례는 감사기도를 다양하게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고정된 양식의 감사기도(비록 부분적으로 변화하는 부분을 포함하지만)를 보유한 로마, 암브로시우스 전례와 구별되고, 오히려 스페인 전례와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리아 전례는 9세기 초 자신의 영토에서 전례의 통일을 달성하려 로마 전례를 적극 도입한 샤를마뉴(카알 대제)에 의해 결정적으로 소멸하게 됩니다.

 

 

다. 글을 맺으면서

 

지금까지 갈리아 전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갈리아 전례에 주례자와 전례회중 사이의 원활한 통교를 위해 흥미롭게 ‘선행(先行)’ 요소와 ‘기도’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우리도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을 갖고, 모두 다 함께 하느님께 사랑과 찬양과 감사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월간 빛, 2006년 9월호, 장신호 요한보스코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전례꽃꽂이연구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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