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 역대기 입문[1/4](역대기 주석 입문)

히브리 말 성경 역대기에는 ‘나날의 말씀들’, 곧 ‘나날의 행적을 기록한 역사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예로니모 성인은 이 책을 ‘하느님의 역사 전체의 연대기’로 부르기를 제안하였다. 이렇게 볼 때, 우리말 이름 “역대기”는 예로니모 성인이 제안한 제목을 간단하게 줄인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칠십인역에 따라 교회의 전통 안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이름은 ‘옆에 빼 놓았던 것’, ‘곁들여 전해진 것’이라는 뜻으로 더불어 보는 역사서 정도로 여겨진다. 이는 이 책의 내용이 사무엘기와 열왕기의 보충으로 여겨진 데에서 비롯된다. 사실 실제로 역대기에 나오는 여러 내용은 많은 보충 자료와 더불어 신명기계 전승의 기록과는 다른 역사적 전망으로서, 많은 부분 사무엘기와 열왕기 내용을 옮겨 놓은 것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역대기 상·하권은 본디 하나의 책이다. 따라서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는 역대기를 상권과 하권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인위적이다. 나아가 역대기 마지막 몇 구절과(2역대 36,22-23) 에즈라기의 처음 몇 구절은(에즈 1,1-3) 그 본문이 서로 겹친다. 이를 감안할 때, 역대기-에즈라기-느헤미야기를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히브리 말 경전은 이 책들의 순서가 바뀌었다. 곧 내용으로 보아서는 역대기가 에즈라-느헤미야기보다 앞서야 하는데도, 편집 순서로는 에즈라-느헤미야기보다 나중이다. 이는 아마도 역대기가 에즈라-느헤미야기보다 늦게 유다교 경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며, 그 이유는 역대기의 내용이 사무엘기와 열왕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요 현대 번역본들은, 역대기를 에즈라-느헤미야기 앞에 둔다.

역대기의 구조는 인간의 창조에서 시작하여, 바빌론 유배 이후 기원전 5세기까지 이어지는 대역사를 저자의 관점에서 다룬다. 성경의 역사 문헌 가운데에서 역대기만큼 오랜 기간의 역사를 다룬 책은 없다. 신명기에서 열왕기에 이르는, 이른바 신명기계 역사 문헌도 가나안 정복부터 바빌론 유배까지를 다룰 뿐이어서, 아담부터 키루스의 해방령까지 이어지는 역대기의 역사 범위에는 훨씬 못 미친다. 역대기의 내용은 크게는 네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로 아담부터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거쳐 다윗에 이르는 수많은 조상들의 족보다(1역대 1─9). 둘째는 이스라엘 백성의 영원한 자랑인 다윗의 통치다. 여기에는 사울의 죽음부터 다윗의 죽음까지이다(1역대 10─29). 셋째는 지혜의 임금 솔로몬의 통치다(2역대 1─9). 마지막으로 솔로몬의 죽음부터, 바빌론 유배와 예루살렘으로의 귀환직전에 이르기까지 유다 왕국의 역사다(2역대 10─36).

역대기 상·하권과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 저자, 어느 ‘역대기 사가’ 또는 ‘역대기 편찬자’의 작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대체적으로 일반적인 견해다. 이는 역대기 전반에 걸쳐서 여러 내용들 가운데에서 여기저기에서 서로 일치하지 않는 내용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저자가 수집한 다양한 문헌들을 어떻게 이용하였느냐에 따라 생겨난 결과이기에 그렇다. 즉, 역대기의 최종 편집의 때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건들로 결정된다.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활동은 실제로 기원전 5세기, 아마도 기원전 4세기 말까지 계속되다가 끝났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헌들의 편집 시기를 기원전 4세기 중엽, 또는 기원전 350-330년 이전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 더 나아가서는 이 편집 시기를 후기 유다교의 박해내지는 내란의 시대, 곧 기원전 2세기에 유다인들이 박해를 받고 마카베오 형제들의 지휘 아래 전투를 벌이던 시대까지 끌어내려서도 분명히 안 될 것이다. 차라리 그보다는 박해라는 시련의 시대를 맞기 이전의 때인,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기에 해당하는 기원전 330-250년 사이에 이 책들이 쓰였을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어떻든 역대기 저자의 책들 안에는 정확한 편집 시기를 결정할 만한 분명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정도의 저작 시기를 제시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역대기 저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작품이 정확하게 언제 완성되었는지는 알 수 없더라도, 그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편집하고 집필하였는지, 그 작업 방법에 관해서는 좀 더 확실하게 알 수는 있다.[계속]

[참조] : 이어서 ‘2. 역대기 입문[2/4]’이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