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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의 구조: 시작예식 - 자비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9 조회수2,804 추천수0

미사의 구조 : 시작예식 (5) 자비송(Kyrie)

 

 

자비송(Kyrie 기리에)은 참된 하느님이신 그리스도께 향하는 신자들의 환호이자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고백이다.

 

이러한 고백 양식은 본래 고대 이교 문화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태양신을 섬기는 고대 동방 의식에서 인간은 태양이 떠오를 때 해를 향하여 허리를 굽혀 절하면서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간청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다른 신들에게 기도할 때나, 신으로 간주하던 황제가 방문할 때나,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행진을 할 때에도 "기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을 외치면서 열렬히 환영하곤 하였다.

 

이런 옛 이교 관습이 5세기 경에 그리스도인들의 전례 안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수녀인 에테리아가 400년경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면서 그 당시의 전례를 기록한 '에테리아 여행기'를 보면 예루살렘 교회에서 바치던 저녁기도 중에 한 부제가 기도 지향을 말하면 소년들이 매번 "기리에 엘레이손(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응답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안티오키아에서도 백성과 소년들이 시간 전례 중에 간청기도와 '기리에'(Kyrie)로 구성된 호칭기도 형식의 기도를 바쳤다.

 

이런 사실들을 볼 때 '기리에'는 처음부터 간청기도의 일부인 공동체의 응답 환호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리에'는 처음에 미사에서 독서를 봉독하고 난후 독서 후에 따르는 기도를 하기 전에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부활성야의 말씀 전례에서는 '독서-화답송-독서후 기도'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자비송'은 동방교회의 호칭기도에서 로마 전례에 도입되었지만, 동방교회에서는 '기리에' 전에 지향을 나타내는 탄원 구절이 있던 것이 로마 전례에서는 감사기도(성찬기도) 중에 교회를 위한 기도와 함께 청원기도가 첨가되고, 또 봉헌 전에 보편 지향 기도(신자들의 기도)도 발달했으므로 후렴 부분인 "기리에 엘레이손(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만이 찬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후에 "그리스떼 엘레이손(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가 첨가되어 세 번씩 반복하게 되고 풍부한 선율로 장식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세 번씩 반복하는 것은 성서적 전통에서 거룩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중세 때에는 세 번 모두가 그리스도께 드리는 환호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기리에'는 성부께, 두 번째 '그리스떼'는 성자께, 마지막 '기리에'는 성령께 올리는 환호라고 잘못된 해석을 하였다.

 

자비송에 대한 현행 미사 지침은 지나친 반복을 피하고자 두 번씩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음악적인 요청에 의해서만 세 번 부르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자비송은 신자들이 주님께 환호하며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공동체 모두가 바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기도(자비송)는 우리의 죄를 사해주신 주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찬양으로 그분을 공경하고 섬김을 드러내는 환호이다. 그러므로 마르코 복음 10장에 나오는 예리고의 소경 바르티매오가 길가에 앉아 있다가 나자렛 예수가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그분의 자비와 능력을 굳게 신뢰하는 가운데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크게 외쳤던 것처럼, 우리 모두도 그런 마음 자세를 가지고 이 자비송을 노래하거나 기도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4년 4월 18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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