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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유일한 제사인 미사와 전통제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0-29 조회수3,696 추천수1

유일한 제사인 미사와 전통제사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희생제사이며 죽음에서 부활하신 살아있는 대사제의 현존하는 완전한 의식이다. 따라서 천주교회의 제사는 단 하나이다. 그리하여 “천주교에서는 유교식 제사도 인정한다. 유교식 제사를 지낸다.”는 말은 전적으로 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전례의 중심이 되는 미사는 그 안에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의 참여와 산 이와 죽은 이 모두를 포함한 통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미사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사제이시며 동시에 흠 없는 제물이신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성부께 봉헌되는 가장 완전한 제사이다. 따라서 천주교인 모두는 미사라는 그리스도의 유일한 희생제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성장한다.

 

조상신의 개념이 아닌 우리 미풍양속의 개념에서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 친척과 함께 가족애를 다지는 전통적인 제사의식은 오늘날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산업화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애의 저하를 막고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는 목적으로서 제사는 바람직하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한국 사목지침서 제134조 1항).

 

 

천주만이 제사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신

 

전통적 유교개념 안에서 제(祭)의 의미는 죽은 조상을 산 자 안에 효로서 내재화하는 효의 표현양식이다. 따라서 유교의 제사는 부모에 대한 보은의 마음을 고취시키고 그러한 정신을 계승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제례 문화는 박해의 원인이 되었다.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을 보고 임금도 모르고 부모의 은덕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사는 만물의 창조자이시며 우주의 주권자이신 성부께 드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제사이고, 모든 이를 위한 통공과 구원의 힘인 구세주의 몸과 피가 재현되는 살아있는 제사였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은 「상재상서」에서 유교의 근본이념인, 자신의 근본인 조상의 은혜를 알고 효를 행하는 것이 마땅한 윤리적 의무임을 강조하고 천주교의 교리가 이에 대치되지 않음을 역설하였다.

 

유교의 제사예식이 생명의 원천에 대한 보답인 보본반시(報本反始)의 정신인 효의 실현이며 무속의 기복적 신앙관과 조상신관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유교의 제사는 천주교와 근본적으로 다른 제사의 대상인 신관을 갖고 있다. 이 신관에 대한 신학적 해석은 현재로서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신관에 대한 전적인 동의는 천주교의 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천주교는 천주만이 이 세상과 만물을 주재하는 존재이며 제사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신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모든 자연물 등은 신이 아니며 아무리 위대한 인간의 사후 존재도 신이 될 수 없고 다만 영혼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유교에서는 천[上帝]의 지고신적 지위를 전제하면서 모든 자연과 사후 인간영혼의 기능신적 역할과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사의 대상이 되는 신존재를 크게 유형화하면 천신(天神), 지지(地祗), 인혼(人魂)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런 신들의 세계는 기능과 위계에 의한 봉건적이며 구조적 질서를 갖는다. 곧 천 또는 상재는 신의 기능을 유일하게 장악하는 자가 아니라 제한된 기능의 역할을 하는 군신(群神)들이 충돌됨이 없이 이 모든 군신 위에 군림하고 있다. 유교의 신들은 제사를 통하여 인간과 관계를 심화시키는데 이 신들의 세계도 인간사회의 조직이나 봉건계급 질서에 상응하여 관련하는 범위가 한정되었다.

 

천에 대한 제사는 천자의 고유한 제사 대상이고, 토지신과 곡물신에 대한 사직(社稷)은 제후까지 제사드릴 수 있었다. 공자와 선현은 국가적으로 학교에서 제사 되고 조상신은 모든 인간의 일반적인 제사 대상으로 가정에서 가묘(家廟)마다 제사 된다. 천주교가 조선사회에서는 왕실이나 국가기구를 통해 전파된 것이 아니라, 다만 민간에서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전교되었던 만큼, 일차적으로 가정의 조상제사를 거부하였다.

 

 

제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그리스도의 희생제사인 미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올바른 제례문화 토착화의 관건이다. 기일에 죽은 이를 위해 음식을 차리고 나누는 예식은 초대 로마 교회의 예식에도 지방의 풍습으로 토착화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식은 죽은 이들에 대한 정성과 추모를 위한 것이지 조상신에 대한 신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제사를 일년에 몇 차례 어떤 음식으로 어떤 형식으로 차리고 거행하는가보다는 내 자신이 어떤 죽음관과 내세관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신자 가정의 명절과 기일의 제사는 유일한 제사인 미사의 정신인 사랑과 통공의 의미를 고유한 미풍양속 안에서 발견하는 효와 기도의 신심예식으로서 이해하여야 한다.

 

한국 천주교회는 제의논쟁 금지법령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큰 시련을 겪었고 순교의 길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제사공인’으로 말미암아 유교의 제사를 지낸다고 알아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1939년의 교황교서는 1742년에 금지하고 제의논쟁을 못하도록 서약시킨 규정을 취소시킨 것이다. 왜냐하면 “시대의 변천과 사상의 변화”로 인해서 사람들은 제사에 대해서 새롭게 알아듣게 되었으며 비록 미신과 같은 동기에서 시작된 풍습일지라도 오늘날에는 미신의 요소나 위험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교황청의 교서로 우리의 제사를 공인받은 것이 아니고 천주교의 교리에 부합되지 않는 신관이나 미신적 요소를 가려내야 할 사명을 받은 것이다. 곧 우리 자신이 그리스도교의 올바른 죽음관과 부활관으로 복음화되어 전통문화를 올바로 수용할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개방적 취지에 따라 연구하고 활동하는 것이 시급하다. 금지와 허락의 차원에서가 아니고 제례문화에서 참된 예배와 문화적 종교적인 연구가 시급하다.

 

[경향잡지, 2003년 2월호, 허윤석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시노드 문화분과 책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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