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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성통곡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06-05 조회수2,719 추천수33 반대(0) 신고

6월 6일 연중 제 9주간 목요일-마르코 12장 28-34절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제 몸같이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낫습니다."

 

 

<대성통곡>

 

어제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사무실에서 밀린 숙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귀청을 찢는 듯한 "대성통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60여명이나 되는 혈기 왕성한 아이들이 함께 살다보니 돌발사태가 잦은 관계로 저는 습관처럼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뛰었습니다.

 

소리의 근원지는 교무실과 교실을 거쳐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격투(?) 끝에 코에 강펀치를 얻어맞고는 서럽게 울고 있었습니다. 수돗물에 코피를 씻으면서. 평소에 미운 짓을 곧잘 하는 아이였기에 다른 아이들은 고소하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 아이만 제 사무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소파에 앉혔습니다. 얼마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저는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잘 우는 아이들에게 주로 써먹는 수법을 꺼냈습니다. "**야, 남자는 아무 때나 그렇게 눈물을 보이는 것이 아니란다. 남자는 평생 3번만 울어야 하는 데, 그게 언젠지 아냐?"등등.

 

그리고는 즉시 대화를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쪽으로 돌렸습니다. "너 오늘 저녁 한국이 이길 것 같냐? 아니면 폴란드가 이길 것 같냐?" "한국이 이긴다고?" "좋아, 그럼 나는 폴란드에 걸고 너는 한국에 걸고 700원 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내기하는 거다." "좋아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의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이것저것 먹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제게나 아이에게나 참으로 편안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아이와 짧은 시간이나마 단둘이 지내면서 사랑은 말이나 생각으로만은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이 삶 안에서 구체화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함께 있음"을 통해서 실현됩니다.

 

우리는 때로 "사랑"이란 단어를 너무 거창하게 또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랑은 보다 단순한 것입니다. 함께 있는데서 시작합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우리 삶 가까이, 아니 한가운데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이 무엇인지 설명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을 말로서만 외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당신 말씀을 듣느라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 군중들의 굶주림을 당신 사랑의 기적으로 해결해 주셨습니다.

 

눈만 뜨면 외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우리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선포하는 "사랑"이란 단어가 혀끝에서만 맴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이란 씨앗을 이제는 행동으로 결실을 거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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