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의외의 성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2-10-21 조회수2,327 추천수33 반대(0) 신고

연중 제29주간 화요일-루가 12장 35-38절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들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처럼 되어라."

 

 

<의외의 성과>

 

오늘 저녁 밀린 숙제를 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였습니다.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는데, 왠지 자신감 없이 느껴지는 노크소리였기에 즉시 우리 기숙생 중 한 명임을 알았습니다.

 

쭈볏쭈볏거리며 제게 다가온 아이는 요즘 묵주기도에 한참 맛을 들여가는 아이, 나름대로 암기력도 있는 "품질이 좋은" 아이였습니다.

 

"이 시간에 왠일이냐? 수업 안 들어가고. 무슨 걱정이라도 있냐?"

 

"아뇨! 지난번에 신부님이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다 외우면 묵주 하나 주신다고 했잖아요. 한번 들어 보실래요? 이제 완벽하게 외웠어요."

 

저는 의외의 성과에 너무도 기뻤습니다. "그래? 우리 ** 대단한데, 그럼 내 앞에서 한번 외워볼까?"

 

아이는 그 외우기 어려운 로사리오 기도문을 전혀 막힘 없이 완벽하게 외웠습니다. 너무도 감격한 저는 제일 좋은 묵주 하나에 보너스로 사탕 세 개까지 더 보탰습니다.

 

신이 난 아이에게 저는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야, 묵주도 받았으니 이제 가끔씩 묵주기도를 바치도록 하자."

 

"벌써 매일 바치고 있어요. 쉬는 시간에 한번, 그리고 잠자리에 들어서 한번, 하루에 두 번은 기본이죠.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불쌍한 제 동생, 집나간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매일 밤, 잠자리에 들자마자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하는데,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려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녘에 오든 준비하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종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는 종처럼 되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직 세례도 받지 않은 저희 아이의 너무도 잘 준비된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아이 앞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지난여름 언젠가도 그 아이는 별이 총총한 밤 바닷가에서 "신부님, 묵주기도 같이 바쳐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아이의 묵주기도를 향한 열정을 생각하며 저 역시 다시 한번 묵주기도와 함께 준비된 삶을 시작해야겠습니다. 묵주를 양손에 꼭 움켜쥐고 잠이 든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저 역시 묵주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묵주기도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며 묵주기도와 함께 주님의 날을 준비하고자 다짐해봅니다.

 

다음과 같은 성무일도 끝기도가 매일 우리의 마지막 기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능하신 주님, 주님의 손에 내 영혼을 맡기오니 이 밤을 편히 쉬게 하시고, 거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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