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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아있음의 서글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2-23 조회수2,372 추천수33 반대(0) 신고

2월 24일 연중 제7주간 월요일-마르코 9장 4-29절

 

"<할 수만 있다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

 

 

<살아있음의 서글픔>

 

수천 도나 되는 고열과 화염의 여파로 아직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유족들의 슬픔이 빗물되어 흘러내리는 요즘입니다. 채 피어나지도 못한 청춘들이 저리 슬피 떨어져 내려도 우리는 여전히 제몫의 밥그릇을 챙기지요.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같은 시대, 같은 동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어떤 방법으로든 그 아픔에 동참할 때입니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전국이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는 가운데서도 가뭄에 콩 나듯이 사건과 관련된 따뜻하고 흐뭇한 미담들도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대구와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이웃들도 애도의 검정리본을 가슴마다에 달고 조의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참사의 와중에도 한 기적 같은 일이 생겨 화제입니다.

 

연기에 질식되어 정신을 잃은 25세의 한 대학생이 아수라장과도 같은 응급실로 실려왔습니다. 당시 응급실은 화염에 그을린 채 신음하는 환자들과 실종된 가족들을 찾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의료진들로 뒤엉켜 제정신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지요.

 

경황이 없었던 의료진은 그 대학생이 사망한 것으로 오인해 그의 얼굴을 흰 천으로 가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표시했습니다. "신원미상, 38세!" 사망자로 분류된 그는 흰 천에 덮인 채 영안실 냉동고로 옮겨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 기적과도 같이 대학생의 어머니가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참사 소식을 접한 어머니는 학원에 간 아들에게 핸드폰을 쳤으나 응답이 없자 무조건 대구에서 가장 큰 병원 응급실로 달려왔던 것입니다.

 

서둘러 응급실을 둘러보았지만 아들을 찾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신원미상의 사망자가 두 명 있다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사망자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흰 천 밑으로 나온 발을 보고 아들임을 직감한 김씨는 흰 천을 들춰보았습니다.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 죽었을 리 없다고 생각한 김씨는 "내 아들을 살려달라"며 의료진에게 매달렸습니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몇 차례 계속한 끝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아들의 발가락이 움직인 것입니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아들은 지금 중대한 고비는 넘긴 상태라고 합니다(동아일보 참조).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더라면 아들은 항변도 못한 채 그 차가운 영안실 냉동고로 들어갈 뻔했던 것입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아들은 분명히 살아있다"는 어머니의 확신, 간절한 마음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던 아들을 살린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아버지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아들, 악령이 심하게 들린 아들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치유의 은총을 청합니다.

 

아들에게 나타난 증상들은 참으로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발작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땅위를 데굴데굴 뒹굴었습니다. 입에는 거품을 물고 빠드득 빠드득 소리가 크게 나도록 이를 갈았습니다. 불 속으로도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몸이 빳빳해져갔습니다.

 

악령으로 인해 아들의 몸에서 발생되는 일련의 중상들에 대해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아버지의 심정은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하는 죽음과도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의 끔찍한 모습에 너무도 안타깝고 안쓰러웠던 아버지는 아들의 치유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효험이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예수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예수님께 부탁을 드립니다. 예수님께 치유를 청하지만 아버지의 말투에는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실 수 있다면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를 도와 주십시오."

 

오랜 세월 악령 들린 아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던 아버지는 아무런 힘도, 확신도 없이 요행이나 한번 바라는 마음으로 청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 말에 예수님께서는 발끈하십니다.

 

"<할 수만 있다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

 

우리 인생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목표 설정에 따른 확고한 의지, "나에게는 불가능하지만 그분에게는 가능하다", "내 힘으로는 안되지만 그분과 함께라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는 강한 확신입니다. 그 확신 위에 간절한 기도가 더해지면 이 세상에 안  되는 일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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