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결핍이야말로 은총입니다. 결핍은 우리를 성화에로 인도합니다!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8 조회수8,129 추천수4 반대(0) 신고

피정 오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어설프지만 작은 야외 식당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기본 골조는 웃기게도 축구 골대입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철 파이프와 폐자재들을 주워 모아, 얼기설기 용접을 해서 대충 뼈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위에다 천막까지 씌우니 그럴 듯하게 꼴을 갖추었습니다. 수도도 설비하고 조명까지 설치하니 금상첨화였습니다. 나름 개원식도 하고 축하공연도 하고 맛있게 고기도 구워먹었습니다.

 

그런데...바로 그날 밤에 엄청난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렸습니다. 미사를 끝내고 조마조마한 마음을 달래며 식당으로 달려가 봤더니, 완전 초토화되었습니다. 천장은 비가 줄줄 새고 있었고, 고정시켜놓은 접합부위가 벌어져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건물을 짓는데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바닥재를 제대로 깔고, 시멘트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키고, 용접도 새로 하고, 천장도 스티로폼 판넬을 끊어와 제대로 얹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교 교회의 초석이 되신 두 사도, 베드로 바오로 사도의 축일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합심해서 교회의 기초를 단단히 놓으셨기에, 오늘 우리 교회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두 분을 향한 깊은 감사의 정과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옵니다.

 

두 사도 역시 주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의 초기 그릇된 기초로 인해 삶 전체가 와르르 무너져 버린 적이 있습니다. 은혜롭게도 두 사도는 철저한 삶의 붕괴 이후 새로운 집을 다시 지었습니다. 그 결과가 위대한 대 사도인 것입니다.

 

오늘 미사 전례 중 감사송은 두 사도의 역할과 사명을 명확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이렇듯 서로 다른 방법으로, 모든 민족들을 그리스도의 한 가족으로 모아,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같은 승리의 월계관으로 결합되었나이다.”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는 이제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사도로 존경과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만, 두 분 역시 젊은 시절의 방황과 미성숙과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한없이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주님께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던 두 사도의 성소 여정을 언제나 부족함과 나약함으로 인해 고민하는 오늘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고되고 힘겨운 오랜 신앙 여정 끝에 마침내 자신의 결핍을 솔직히 인정하게 된 두 사도에게 하느님께서는 기쁜 마음으로 그들의 삶에 본격적으로 개입하시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한계, 나약함, 결핍으로 인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고, 그 순간 우리는 참 인간이자 참 하느님이신 예수님께 한 걸음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니 그토록 우리가 원망하는 우리의 결핍이야말로 우리를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은총의 도구였습니다. 따라서 내 결핍, 내 가족의 결핍, 내 이웃의 결핍 앞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시각은 한 가지입니다.

 

결핍은 축복입니다. 결핍은 은총입니다. 결핍은 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우리들 삶의 길목을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결핍을 체험하게 될 때 마다, 뿐만 아니라 내 결핍을 확인하게 될 때 마다 우리는 외쳐야 합니다.

 

“결핍이야말로 은총입니다. 결핍은 우리를 성화에로 인도합니다. 결핍을 통해서 우리는 구원됩니다. 결핍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내게 오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