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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8: 본당, 성당, 경당, 공소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29 조회수3,152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8) 본당(本堂), 성당(聖堂), 경당(經堂), 공소(公所)


성당, 전례 거행에 적합한 지가 관건

 

 

한국 천주교회 전례공간의 역사적 발전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보통 유럽교회는 전례공간의 크기 순으로 성당이나 본당 그리고 경당이나 공소의 순으로 그 개념이 발전하지만 한국은 박해시대로 인한 성직자의 부재(不在)와 선교지역이라는 특징으로 유럽과는 반대로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는 공소가 먼저 형성되었고 경당, 성당, 본당 순으로 발전하는 역사적 특징을 갖고 있다.

 

박해시대와 성직자들의 부족으로 한국 천주교회는 공소예절이 빈번하였다. 공소(公所)란 교회가 정한 전례공간을 의미하는 한국 천주교회의 토착화된 전례용어다. 박해시대 때는 평신도 지도자의 집이 공소(公所)가 되어 교리와 기도를 하였고 이후 공소를 따로 만들어 사제가 오시면 미사를 드리는 공적인 장소로 발전하였다. 경당(經堂)은 기도문을 나타내는 경(經)에 집 당(堂)을 합쳐 만든 글자로 경문 외우는 집이라는 뜻이다. 공소는 경당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중국 천주교회에서는 청방(廳房)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를 조선 천주교회에서 번역하여 경당이라고 하였다. 청방(廳房)은 관청(官廳)의 방(房)이라는 뜻으로 청방보다는 경당이 더 영성적이며 전례적 의미가 드러난다. 박해시대를 지나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된 후 지역별로 신자들이 정착하고 교회의 관할권을 나누면서 신자들이 거주하는 관할권의 성당을 본당(本堂)이라고 불렀다.

 

서방에서 그리스도교 예배를 거행하는 공간에 대한 용어들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사용한다. 예배의 주례자인 사도들과 그 후계자인 주교들이 특성화하는 용어이거나 건축양식이 그대로 그리스도교화되어 사용한 용어가 있다. 사도시대부터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전해 듣고 그분이 행하라고 한 예(禮)를 모여서 실현할 장소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유대교의 회당을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로마제국시대의 박해로 인해서 드러내놓고 그리스도교 예배를 행할 수가 없어서 초기 한국 천주교회가 약간 큰 집에서 모여서 공동체의 기도와 성사생활을 했던 것처럼 약간 큰 집인 도무스(Domus)에서 모였다. 이러한 교회의 형태를 도무스 엑첼시에(Domus ecclesiae·가정교회)라 한다. 그리고 죽은 이들을 매장했던 가타쿰바(Catacumba·지하무덤)에서는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예식을 거행했다고 한다. 여기서의 Domus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음이 변화되어 현재는 이탈리아어로 두오모(Duomo)라 하고 ‘주교좌(主敎座)가 있는 대성당’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의 박해시기를 지나 마지막 박해 황제인 디오클레티아누스(284-305)가 죽고, 헬레나 황후의 아들인 콘스탄티누스 1세 황제(306-337)가 권력을 잡으면서 313년 밀라노 칙령을 선포해 그리스도교 자유를 보장하였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교는 공식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동장소로서 사용되던 건축양식인 바실리카(Basilica)를 처음으로 324년 완공된 라테라노의 성 요한 성당에 적용했다. 이때부터 하나의 건축양식이었던 바실리카(Basilica)는 직사각형의 공간에 원주들로 구성한 성당을 일컫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이 형태는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성당건축의 양식이 되었고 많은 교우들이 모여서 성사를 거행하기에 적합하다.

 

프랑스쪽을 여행하다 보면 거대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들을 가테드레(Cathedrale)라고 많이 부른다. 이 용어는 주교가 앉는 팔걸이가 있는 의자, 즉 주교좌인 가테드라(cathedra)에서 유래했다. 초대 그리스도교에서는 주교가 이 주교좌에 앉아서 의식거행을 주도했고 교도직을 수행했다. 그래서 주교좌는 주교의 권위와 가르침을 상징한다. 이러한 의미를 지금도 이어받아서 강론도 이곳에서 행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테드레(Cathedrale)는 주교좌가 있는 교구의 중심성당을 말한다.

 

본당 공동체나 수도원 공동체가 사용하는 성당이 아닌 왕이나 성주가 머무는 궁전이나 대성당의 측랑에 배치된 작은 제대들이 있는 곳을 가펠라(cappella)라고 한다. 이를 한글로는 ‘경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본래 이 용어는 투르의 주교 마르티누스의 유물인 가파(cappa·성대한 예식 때 주례자가 사용하는 망토 모양의 전례의복)를 보관하고 있는 파리 왕궁의 한 방을 가리켰으나 이제는 소성당을 의미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식스토 4세 교황이 개인적으로 미사를 드렸고 현재는 교황 선출장소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심판 벽화로 유명한 시스티나 경당이 가장 유명하다. 즉 가펠라(cappella)는 본당공동체나 수도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공적 미사의 장소라기보다는 개인신심을 위한 미사나 소규모 공동체가 모여 기도를 하거나 개별적으로 묵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하겠다.

 

성당은 기본적으로 기도와 성사거행을 중심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래서 성당건축에 있어서 비용의 많고 적음, 규모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지역과 교우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 전례거행에 적합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느냐가 관건이다.

 

[가톨릭신문, 2011년 10월 30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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