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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좁은 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작성자박양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6-21 조회수8,05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창고들을 정리하면서 폐기 처분할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였지만, 때로 애매한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조만간 어디엔가 쓰일거야, 하는 마음에 하나 둘 제 사무실에 쌓아두었더니, 한 달 만에 제 사무실이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가 되고 말았습니다.

 

출입문도 겨우 열고 들어가야 하고, 책상까지 가려면 조심조심 걸어가야 합니다. 가끔씩 책상 앞에 앉으면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만 처분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일이지만, 때로 잊어버리는 것도 얼마나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지금 제 사무실도 갑갑하고 복잡하지만, 때로 제 영혼이나 내면의 상태도 그에 못지않게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제게 오늘 예수님께서 뼈 때리는 한 말씀을 건네시는군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넓적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마태오 복음 7장 13~14절)

 

하느님 나라의 문, 즉 생명의 문은 넓지 않고 좁다고 하십니다. 육신의 뱃살도 줄여야겠지만 영혼의 뱃살도 과감하게 줄여야겠습니다. 현세적 소유도 줄여야겠지만 다양한 걱정거리, 부정적인 기억들도 줄여야겠습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신앙생활의 연륜이 깊어질수록 몸과 마음, 영혼과 정신이 점점 깃털처럼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디에도 묶이거나 매이지 않는 한 줄기 바람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게 있어 ‘좁은 문’은 어떤 문일까? 생각해봅니다. 한적하고 안전한 곳에서, 매일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축복의 장소에 살아가면서, 맡겨진 일에 충실하고, 주어진 시간에 기도하고, 기쁘게 살고...그리 어려운 길이 아닌 것 같지만, 쉬운 길만도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것! 매일의 작은 의무들에 가치를 부여하고 충실하게, 정성껏 이행하는 것!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가장 작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고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

  

매일 우리 앞에 펼쳐지는 좁고 가파르고 불편한 길을 불평불만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가는 것!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른 그 역시 주님의 모상이며, 주님으로부터 축복받고 사랑받는 사람임을 기억하고 잘 견뎌내는 것! 그것이 구원과 생명의 좁은 길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생명과 구원으로 이르는 길이 좁고, 불편한지, 그래서 그리로 찾아드는 자들이 작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살짝 걱정되는 분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죄가 하늘을 찌르고, 구원받기에 합당치 않으며, 구원 받을 자격조차 없지만, 주님의 자비는 우리의 죄와 부당함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를 빼앗아 당신 등에 짊어지셨기 때문입니다.

 

죄라는 것! 세상 모든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의 은총 역시 보편적입니다. 주님께서 지니신 구원의 보편성이 우리의 죄를 모두 씻어주실 것이며 덮어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육화 강생으로 인해 구원의 길, 구원의 문이 예수님 자신이라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따라서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길을 찾는 일이 너무 쉬워졌습니다. 그 누구라도 예수님을 찾고, 그분을 향해 나아가고, 그분을 주님으로 고백한다면 100퍼센트 구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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