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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 때 왜 성체만 영하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3 조회수2,201 추천수0

미사 때 왜 성체만 영하나요?

 

 

가톨릭에 입문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예비자입니다. 개신교에 다니는 친구가 미사의 영성체에 대해 비판하여 말하기를, "최후 만찬 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다 주셨는데 왜 천주교에서는 신부만 둘 다 영하고 신자들은 성체만 영하는가, 그것은 반쪽 성찬례가 아닌가"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은 무엇인지요?

 

 

최후 만찬 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빵을 주시며 "이는 내 몸이다" 하시고, 포도주 잔을 돌리시면서 "이는 내 피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식을 통하여 예수님은 제자들이 당신의 파스카 신비를 언제나 기억하도록, 그리하여 당신 사업이 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시오"(1고린 11,24-25) 하고 당부하셨던 것입니다.

 

성령강림 후 제자들은 예수님의 분부대로 만찬 예식을 행하는 가운데 빵과 포도주를 마실 때마다 그분의 행적과 말씀을 새겨듣고, 자신들 역시 예수님처럼 성부의 뜻대로 살아가기를 다짐하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으심을 전하시오"(1고린 11,26)라는 사도 바울로의 말을 실천하였습니다. 이렇게 충실하게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성체와 성혈을 영했던 교회가 왜 성체만 영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가?

 

 

현실적 이유

 

일반적으로 11세기까지는 양형영성체(성체와 성혈을 다 받아 모시는 것)가 지켜졌으나 12세기말에 이르러 단형영성체(성체만 영하는 것)가 우세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다음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교회에서는 사제가 신자의 입에 직접 성체를 넣어 주었습니다.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를 함부로 다룰까 염려하여서 그러했으나, 성체를 입에 영해 줄 때 사제의 손에 신자의 입에서 나온 침이 묻게 마련이었습니다. 침을 일일이 닦을 수 없는 사제로서는 침 묻은 손가락으로 계속 성체를 영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위생 문제와 연결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만일 어느 한 신자가 전염병을 가지고 있다면 성체를 영하는 신자는 모두 사제의 침 묻은 손가락을 통해 전염될 것이 아닌가 하고. 이에 신자들의 성체께 대한 신앙의 성숙을 함께 고려한 교회는 입으로 성체를 영해 주는 방식 대신 신자의 손에 성체를 얹어 주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미국 교회는 일찍이 양형영성체를 도입하였으나, 에이즈(AIDS)에 대한 공포 때문에 신자들이 성작에 입 대기를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혈을 모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성작에 직접 입을 대야 하는데, 자기보다 먼저 성혈을 영한 사람 가운데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의 이유가 중세 교회에도 있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도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아직 병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였던 중세에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입니다.

 

둘째, 공동체의 규모가 커진 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초기 사도시대 교회나 우리나라 농촌 성당처럼 가족적인 분위기의 소공동체에서는 양형영성체를 하는 데 별반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 같은 대도시의 큰 성당에서 양형영성체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미사 전례가 지나치게 길어짐으로써 신자들이 얼마나 피곤해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본당에서는 성체를 영해 주는 것만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성체 분배자가 여럿 있으면 그나마 낫지만, 그래도 성체 분배 자체가 하나의 시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에 성혈까지 영해 준다면 예식이 얼마나 장황하게 될는지요. 성작을 들고 있을 복사들이 성체 분배자마다 한 명씩 따로 있어야 할 것이요, 한 신자당 영성체하는 시간도 자연 길어지게 마련일 것입니다.

 

 

신학적 이유

 

단형영성체를 정당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신학적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빵과 포도주라는 형상 안에 예수님이 계시다고 말할 때, 이는 빵(성체) 안에는 예수님의 살만 존재하고 포도주(성혈) 안에는 예수님의 피만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성체에도 온전히 예수님이 계시고 성혈 안에도 예수님이 온전히 계시다는 신학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신학이 발전하게 됨으로써 성체만 영해도 예수님을 온전히 모시는 것이란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다른 한편 성혈 안에 예수님이 현존하신다는 신학이 발달함으로써, 미사 때 성혈을 마시다가 성혈을 쏟을까 두려워하는 가운데 점차 성혈을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서방 교회의 이러한 단형영성체 관행은 항상 양형영성체를 하는 동방 교회들과 서방 교회의 일부로부터 반박을 당하게 되었고, 이에 로마 교회는 1415년의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양형영성체를 금하는 결정을 내리고, 이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 양형영성체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양형영성체로

 

위에서 말한 실제적 이유와 신학적 이유로 인해서 단형영성체 관행이 교회 안에 자리잡게 되었지만, 성찬례(미사)의 의미를 꿰뚫어본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의 전례 개혁은, 신자들이 양형영성체를 할 때 미사의 본의미가 더 잘 드러나게 된다고 천명하였습니다(미사경본의 총지침 240-252항 참조). 즉, 최후 만찬 모습과 가깝게 지냄으로써, 최후 만찬이 드러내고자 하였던 십자가 제사의 의미를 신자들이 좀더 실감나게 접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제 신자들이 양형영성체를 하는 것이 신학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중세의 현실적인 이유들이 여전히 우리에게도 유효한 까닭에 양형영성체를 실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큰 본당은 작은 본당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소공동체 미사, 피정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 드리는 미사 때는 양형영성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출처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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