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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표징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1 조회수3,026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표징

 

 

표징은 말과 그림, 동작 그리고 그 밖의 감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들로 어떤 지시 또는 메시지를 표현합니다. 표징에는 이정표와 같이 관습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으나,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 것도 속합니다. 그러나 눈에 뜨이는 뚜렷한 표징은 표현하려는 대상의 본질과 깊이와 존재를 드러냅니다. 인간의 표정이 그러한 뚜렷한 표징에 속합니다. 일부러 위장하여 감추지만 않는다면 표정은 한 사람의 성격과 심성을 보여줍니다.

 

표징은 상징이라고도 일컬어집니다. 상징은 두 개의 떨어진 조각을 하나로 붙인다는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심발로(symballo)’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원래 상징은 반지나 지팡이 또는 그와 비슷한 물건을 반쪽으로 부러트린 조각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조각의 한쪽을 들고 있는 전령이 또 다른 반쪽 조각을 지니고 있는 수신자에게 자기의 것을 보여주는 인식표나 보증의 표지로 사용되었습니다.

 

표징은 사물의 심연, 곧 핵심을 가리킵니다. 모든 사물은 있는 그대로 보일 경우 실체의 상징이 되어 그 사물의 심연을 보여줍니다. 이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흔히 사용되는 ‘그것은 그저 상징적이다.’라는 말은 표징과 그 표징의 대상이 내적으로 일치되는 경우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표현입니다. ‘그저’라는 단어는 자의적으로 정해진 표징, 곧 단순한 관습적 표징에 대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때 세계 전체의 현실이 하느님을 가리키는 하나의 표징입니다. 세상이 창조되고 유지되는 것은 하느님 덕분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표징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는 근원적인 의미에서 볼 때 성부의 표징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요한복음을 통해 몸소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표징은 실재를 드러내고 비밀을 밝혀줍니다. 또한 표징은 실재의 심층도 드러내어 이를 비밀의 차원에 놓아둡니다. 표징은 세상이 인간 이성의 모든 척도를 넘어서는 신비이며, 그러한 신비로 남는다는 사실을 연상하게 합니다. 신앙이 우리에게 언젠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면, 이는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신비로, 다시 말해서 ‘다 받아들일 수 없는 빛’으로 체험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지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표징이 되어, 의미를 잃고 고통도 상실하며, 우리의 언어마저도 낯선 타국에서 상실합니다.(프리드리히 휄더린, 니모시네 “기억의 신”)

 

인간은 전례 안에서 표징을 만들고 표징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전례 안에서 인간은 영혼이 깃든 육체와 자신을 표현하는 영혼으로,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어 기도하고 움직입니다. 이미 말씀 안에서 이러한 것이 이루어집니다. 말씀 안에서 내면성의 첫 육화가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말하고 듣습니다. 모든 동작과 행위에서 이러한 것이 이루어집니다. 동작은 보이지 않는 내면성이 볼 수 있는 육화로 전개됩니다. 인간은 표현하고 이해합니다.(로마노 과르디니, “전례와 전례교육”)

 

[2011년 12월 4일 대림 제2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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