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전례/미사

제목 [상징] 거룩한 표징: 기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6 조회수2,786 추천수0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기름 (1)

 

 

지중해 지역과 특히 팔레스티나 지역을 대표하는 특정 식물은 올리브나무입니다. 올리브나무는 매우 단단한 식물로 종종 수백 년 넘게 살기도 합니다. 시드는 법이 없고, 잎사귀의 앞면은 부드러운 검푸른 색이고 뒷면은 은색입니다. 올리브나무 가지를 바라보면 오스트리아의 시인 요제프 봐인헤버(Josef Weinheber)가 사용한 ‘은월(銀月)녹색’(mondsilbergrun)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짧고 굵은 나무의 몸통은 나이가 들면서 울퉁불퉁해집니다. 그러다가 뿌리에서 새 가지가 솟아나 다시 새 나무가 되고 2년마다 풍부한 열매를 맺습니다. 푸르거나 검은 열매는 손으로 따거나 흔들어 떨어뜨려 수확합니다. 씨앗과 함께 무거운 맷돌로 눌러 압착하여 기름을 짜냅니다.

 

창세기는 노아가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 비둘기는 부리에 올리브나무 가지를 물고 돌아옵니다. 이는 대홍수 다음에 땅에서 다시 생명이 살 수 있게 되었다는 표징입니다(창세 8,11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올리브나무 가지는 하느님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세상 사이의 평화를 상징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그리스도인의 고달픈 삶을 기름을 짜내는 것에 비유하였습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의 고통을 통해서 짜낸 좋은 기름이 영원한 생명의 항아리 안으로 흘러들어 간다고 하였습니다.

 

기름은 오래전부터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기름은 통증을 완화시키고, 상처를 치유하고, 피곤함에 지친 신체에 기운을 북돋우고, 피부를 시원하게 해주고, 운동선수가 경기에 출정할 때 몸에 발라 윤기가 흐르게 하였으며, 축제나 만찬 때 ‘기쁨의 기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기름은 등잔의 원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쯤 해서 우리는 성경에 등장하는 지혜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 그리고 지하묘지에서 발견된 수많은 등잔을 떠올리게 됩니다. [2012년 11월 25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기름 (2)

 

 

야생 올리브나무 가지로 만든 화관은 올림픽 경기의 승자를 위한 장식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올리브나무 가지는 승리와 평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야생 올리브나무는 오래 지속되는 힘과 능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로마의 풍습에서도 올리브나무가 내포하는 이러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마 ‘포럼’(Forum Romanum)에는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옆에 성스러운 올리브나무가 영속의 상징으로 심어져 있습니다. 올리브나무 가지는 생명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출생, 혼인, 장례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민족들의 종교에서도 기름에 신적 힘이 깃들여 있는 것으로 여겨 임금, 사제, 신생아 그리고 망자에게 도유를 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구약 시대에는 사제, 임금, 예언자, 심지어 예식 도구들까지도 기름으로 도유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사람과 백성 전체는 ‘아름다운 자태로 멋있게 자란 올리브나무’에 비유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유대교와 이민족들의 종교적 전통을 고려하면서 아주 일찍부터 성령을 전하는 표징으로 도유하는 관행을 실천하였습니다. 그래서 세례 준비의 시작, 세례, 견진, 사제 서품, 주교 서품 때 도유하고, 병자성사 때에도 도유합니다. 또한 성당, 제대, 성물들도 도유합니다. 세례와 견진 때 이마나 정수리에 도유를 한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왕직과 예언직과 사제직에 참여합니다. 기름의 향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삶을 통하여 하느님의 향기가 세상 안으로 흘러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비신자용 기름, 병자성사용 기름, 축성 성유는 성주간 동안 장엄한 성유 축성 미사에서 주교가 가능한 한 모든 사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축성하게 됩니다. 이리하여 교구에서 1년 동안 쓸 기름이 항아리에 가득 차게 됩니다.

 

성유 축성을 위한 기도문의 깊이는 한낮에 한 시간 정도 올리브 과수원을 고요하게 거닐거나, 시에나의 언덕이나 달마티노의 언덕 또는 예루살렘 도시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는 언덕의 올리브 과수원을 거닐다보면 더 잘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내는 시간은 또한 자신의 세례와 견진을 떠올리며, 이 성사들이 가져다주는 힘으로 쇄신하는 때여야 할 것입니다. [2012년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