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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 이게 뭡니까?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1-12-18 조회수2,380 추천수28 반대(0) 신고

12월 19일 대림 제 3주간 수요일, 루가 1장 5-25절

 

"마침내 주님께서 나를 이렇게 도와 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되었구나."

 

<하느님, 이게 뭡니까?>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제 즈가리야라는 이름은 "하느님께서 기억해 주셨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아내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은 "하느님께서 맹세하셨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게 거룩하고 의로운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두 사람은 하느님께서 내리신 모든 계명을 충실히 준수하면서 구세주의 도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한가지 큰 걱정거리인 동시에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늙은이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없었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 안에서 후손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안된 일이었습니다. 유다 사회의 남아선호사상은 오늘 날 한국 못지 않았습니다. 자식은 한 가문에 대한 하느님 축복의 가장 큰 표현이었습니다. 자식은 곧 가문의 밝은 미래에 대한 보증 수표였습니다. 자식은 가문에 대한 구원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평생 거룩하게 살며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은 아무리 노력해보았지만 자식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경험해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10년, 20년, 30년, 40년...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자식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참으로 미칠 일이었습니다.

 

그간 자식 없이 살아오면서 받았던 설움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년배 이웃들은 이제 손주를 품에 안고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데, 자신들은 아직 아들조차 없으니...

 

어언 할아버지 할머니 소리를 듣게 된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역시 부담스런 것이었습니다. "쯧쯧! 안됐군. 한 때 그리 잘 나가던 집안이 이제 대가 끊길 모양이야. 아마도 뭔가 크게 잘못한 일이 있을 거야."

 

때로 실망이 너무 커서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주님, 보시다시피 저는 평생 사제직에 충실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이 내리신 계명을 철저히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이 나이 들도록 다른 사람들 둘씩, 셋씩, 넷씩 얻는 자식을 저희에게는 한 명도 주시지 않으시다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즈가리야와 엘리사벳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참한 현실에 대해 괴로워하면서도 그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하느님께 충실했습니다.

 

이토록 하느님께 충실했던 두 사람의 인생이었기에 마침내 하느님께서 개입하십니다. 두 사람의 인생을 굽어살피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십니다. 엘리사벳은 아이를 낳게 되고 그 아이는 구세주 오심을 선포하는 마지막 대예언자로 살아가게 됩니다.

 

때로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비록 오늘의 상황이 비참하다해도, 때로 모든 가능성이 막혀버린 사면초가 상태라 할지라도, 꾸준히 하느님께 신뢰할 때, 우리를 어여삐 보시고 자비를 베푸시어 구원하시는 분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엘리사벳은 솔직히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도와주셔서 나도 이제는 사람행세를 하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우리 역시 엘리사벳과 같은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비참하게 죽을 운명에 놓여있던 우리를 발견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놀라운 은총으로 건져내 주시고 보살펴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도움 없이 우리는 정녕 아무것도 아닌 존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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