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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1-07-09 조회수7,079 추천수10 반대(0)

미주가톨릭평화신문에 평화 책꽂이라는 지면이 있습니다. 오늘은 지난 613일에 소개된 사라예보의 첼리스트(The Cellist of Sarajevo)'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전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습니다. 22명이 죽은 자리에서 첼리스트는 22일간 첼로를 연주하기로 합니다. 첼리스트가 연주를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닙니다. 첼리스트가 연주를 한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첼리스트의 연주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인간의 품격과 인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저격수였던 여성은 첼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더 이상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노인의 물병을 더 이상 가져다주지 않기로 했던 청년은 첼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노인을 위해 물병을 가져다주기로 합니다. 특종을 내기 위해서 죽어가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으려했던 기자는 첼리스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사진 찍기를 포기합니다. 죽어가는 사람을 도와줍니다. 1992527일부터 22일간 첼리스트 Vedran Smailovic는 목숨을 걸고 사람들이 죽어간 곳에서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예전에 보았던 타이타닉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기억납니다. 이제 곧 배는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하게 됩니다. 악단은 마지막 한 사람이 구명정에 오를 때까지 음악을 연주하였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선한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배가 침몰하는 혼돈의 상황입니다. 구명정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엄혹한 현실입니다. 절망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누군가를 원망하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함석헌 선생님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신앙이란 바로 그 사람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요셉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요셉은 예수님의 모습을 많이 닮았습니다. 요셉의 형제들은 요셉을 돈을 받고 상인들에게 팔았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유다는 예수님을 율법학자와 대사제들에게 돈을 받고 팔았습니다. 요셉은 유혹을 받았지만 이겨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의 유혹을 받았지만 이겨내셨습니다. 요셉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감옥에 갇혔고,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요셉은 굶주린 사람들을 배불리 먹게 하였습니다. 가족들을 이집트 땅으로 데려와 편히 살게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셉은 자신을 팔아넘겼던 형제들을 용서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하느님께 이 사람들을 용서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용서하셨습니다. 평화를 빌어 주셨고, 성령을 주셨습니다.

 

신앙이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첼로를 연주했던 것처럼, 침몰하는 배위에서도 음악을 연주했던 것처럼 지치고 힘든 사람에게 그 사람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요셉이 자신을 버렸던 형제들을 용서했던 것처럼, 나에게 잘못한 이를 기쁜 마음으로 용서하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육신을 죽일지라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이들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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