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함께 안개 속을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07 조회수2,046 추천수27 반대(0) 신고

12월 7일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루가 3장 1-6절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라. 그러면 죄를 용서받을 것이다."

 

 

<함께 안개 속을>

 

권고사직, 명예퇴직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무자비한 대규모 감원으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혼났습니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의 장년들이 일찌감치 일손을 놓아야만 하는 분위기가 보편화된 우리의 기업 경영 분위기가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너무도 아까운 인재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이곳저곳 기약도 없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 다녀야 하는 우리의 산업구조가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잠시 화면에 소개된 한 퇴직자 가족의 쇠락 과정을 보며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퇴직후 자영업을 시작한 한 가장은 경험부족으로 빚만 잔뜩 지고 행방불명되고 맙니다. 남은 부인과 아이들은 죽을 죄인처럼 이리저리 쫓겨다니다가 마침내 달동네에 둥지를 트지만 빚쟁이들은 추적은 집요하기만 합니다. 비가 오는 날, 엄마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빚쟁이들로부터 머리채를 붙잡힌 채 길바닥에 내팽개쳐지기가 부지기수였답니다.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절을 되돌아보지만 마치 전생에 있었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질 뿐, 굶기를 밥먹듯이 하는 지옥 같은 현실을 견디다 못해 엄마는 아이들과의 동반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엄마, 말 잘 들을 테니, 제발 죽이지 말아요. 행복하게 같이 살아요."라고 외치던 아이들의 절규에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 벌써 4번째랍니다"(KBS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 참조).

 

오늘 대림 제2주일이자 인권주일입니다. 인간은 존재 자체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피조물임을 자각하는 주일입니다. 인간은 첫째가는 하느님의 피조물이기에 그 어떤 제도나 이데올로기에 앞서 우선되어야 하는 가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주일입니다. 신분, 국적, 빈부를 떠나 생명을 지닌 한 그 어떤 인간이라도 사람답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주일입니다.

 

오늘 특별히 실직 및 사업의 실패 등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너무도 깊은 수렁 속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너무도 막막해 앞길이 전혀 안 보이는 분들, 희망을 상실한 분들을 위해서 특별한 관심과 기도가 필요한 주일입니다.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 마인드로 유명한 "유한 킴벌리" 경영자의 말씀은 참으로 이 어려운 시대 모든 경영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말씀이었습니다.

 

"정리해고를 통한 인원감축! 우선 인건비를 대폭 줄여보자는 마인드인데, 결코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서로를 위해 피해야할 유혹입니다. 그로 인해 예견되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국가적인 손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저희 회사는 인원감축이라는 뼈아픈 해결책이 아니라 3교대를 4교대로 늘리는 고용 증대의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잉여시간을 직원교육과 재충전에 투자한 결과 생산성 향상, 안전사고 감축, 노사화합이란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이 회사 경영자의 인본주의적 사고방식, 고통을 함께 분담하려는 마음씀씀이가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요즘 보통 사직서를 쓰면 사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씨구나 좋다"하는 분위기이지요. 그러나 이 회사에서 사직서를 쓰면 최고책임자와의 면담을 거쳐야 한답니다. 그리고 최고책임자로부터 "도대체 왜 사직서를 썼느냐? 좀더 함께 일할 수는 없겠냐?"는 듣기 행복한 만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답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 무리한 방법보다는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함께 나누고,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함께 견디고 함께 안개 속을 헤쳐나가는 우리가 되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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