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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속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4-01-20 조회수1,982 추천수27 반대(0) 신고

1월 20일 연중 제2주간 화요일-마르코 2장 23-28절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보속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저희 집에 미사 오신 할머니들을 위해 고백성사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고백소가 따로 없기에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성사를 봅니다.

 

한번은 아주 인자한 얼굴을 하신 편안한 분위기의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습니다. 얼굴만 뵈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마도 마음을 많이 비우셔서 욕심도 별로 없는 분위기셨습니다.

 

그런데 마주 앉으셔서 삥글삥글 웃기만 하시지 별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그럴 땐 뒤에 줄서서 계시는 분들을 생각해서 제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합니다.

 

"할머니 특별한 죄는 없으시죠?"

"그럼 다 이제 늙어빠진 게 무슨 죄가 있간디?"

"좋습니다. 할머니! 주일미사 꼭꼭 참석하시죠?"

"그럼! 가끔씩 몸 안 아프면 평일미사도 나가지."

"묵주기도도 하루에 한번씩 바치시나요?"

"한번가지고 되겠어?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세 번씩 15단씩은 꼭 바쳐."

"할머니 그럼 됐습니다. 지금 그대로만 계속 하세요. 보속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래 오래 사세요. 너무 오래는 말고 앞으로 50년만 더 사세요."

 

계속 함박웃음을 지으시는 할머니와 참으로 행복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매사에 낙천적이시고 모든 것을 웃음으로 넘기시는 할머니를 뵈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길어봐야 80년, 90년입니다. 이왕 사는 이 세상, 할머니처럼 매일 웃으면서 기쁘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 말입니다.

 

한 인간이 정말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지만 저리도 소박하게, 저리도 품위 있게, 저리도 아름답게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철저한 인본주의자임을 밝히고 계십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는 이 세상 그 어떤 제도나 사상보다 우위에 서 있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무엇보다도 한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 존재에 가장 큰 가치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셨던 예수님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다시 한번 우리 각자 스스로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간성을 회복한다는 말은 높이높이 올라간다는 말이 아니라 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한 것 같습니다.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재산을 지켜나가기 위해 매일 지지고 볶고 싸우고, 먹은 것 제대로 소화도 못시키면서, 갖은 근심과 걱정 속에 살아간다면 그 재산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버리면 버릴수록, 낮추면 낮출수록 행복하게, 매일 미소 지으며, 편안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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