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든 덕행의 근본, 겸손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6-06-21 조회수1,700 추천수27 반대(0) 신고
6월 21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마태오 6장 1-6절, 16-18절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모든 덕행의 근본, 겸손>


가끔씩 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곤 합니다.


“그 녀석 어려울 때 제가 얼마나 도와주었는지 아세요?”


“그 프로젝트 그거, 사실 제가 아이디어 낸 겁니다.”


가만있으면 70점이라도 딸텐데, 스스로 나팔을 불어 점수 다 깎아 먹습니다.


저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더군요. 입만 열었다하면 자기 과시오 자기 자랑입니다.


“나 아니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 단체 사실 내가 기초를 다졌습니다.”


“저 건물 내가 다 지었습니다.”


적당한 자존감, 자긍심, 자부심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될 때면 그것처럼 꼴불견이 없습니다.


다 자기가 했다니 웃음이 나옵니다. 자기가 다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함께 했던 동료들의 땀과 노고는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시지 않았다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할 텐데, 이 부분은 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겸손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교의 여러 덕행들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덕행이 겸손입니다. 아무리 기도생활이 뛰어나다하더라도, 아무리 하느님 체험을 잘 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무리 높은 영적 경지에 도달했다하더라도, 아무리 많은 자선과 단식을 실천한다 하더라도 겸손의 덕이 부족하면 사실 다 헛것입니다.


요즘 우리 국민들에게 삶의 기쁨을 듬뿍 안겨주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생각할 때 마다 흐뭇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젊은 사람이 어찌 그리 겸손한지요. 참으로 기특하고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녔으면서,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면서, 그 결과 멋진 꼴을 성공시켰으면서, 그래서 밤새 응원한 국민들에게 그토록 큰 선물을 선사했으면서도 한다는 말.


“오늘 제가 한 것 별로 없습니다. 저는 11명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일 뿐입니다.”


우리 모두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인지라 우리 마음 저 밑바닥에는 드러나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은 마치 밭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가꾸지 않으면, 매일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느새 교만과 위선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합니다. 미움의 싹이 깊게 자리를 잡습니다. 뿌리가 깊게 내릴수록 후에 겪게 될 상처는 큰 것이지요.


잡초를 한 번에 뽑으려하면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매일 마음의 밭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매일 마음의 밭 이곳 저 곳을 찬찬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교만과 위선, 이중성의 뿌리가 깊지 않을 때 빨리 뽑아내시기 바랍니다.


가장 본질적인 것을 망각하지 말길 바랍니다. 이웃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외적인 것에만 몰두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교만과 위선, 형식주의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릇된 신앙생활로 접어드는 배경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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