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9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2-08-06 조회수1,433 추천수6 반대(0)

1988년 군대를 제대하고 본당에서 학생들에게 예비자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추억입니다.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이 기억납니다. 신이 난 저는 교리를 시작하기 전에 기타를 가지고 학생들과 노래를 불렀습니다. 앨범에는 세례를 받은 학생들과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34년 전이니 그 학생들도 이제는 누군가의 아빠와 엄마가 되었을 것입니다. 당시 고3이었던 학생이 증권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선생님인 저에게 첫 월급을 타면 저녁을 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약속 시간을 정했고 5시에 음악다방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약속을 잊고 친구들과 함께 천마산엘 갔습니다. 천마산에서 내려오면서 약속이 생각났습니다.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지만 4시간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학생은 다방에서 4시간을 기다려 주었습니다. 제가 꼭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준 학생에게 미안함 마음도 있었고, 고마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믿으면서 오랜 시간 기다리지 못하였습니다. 짜증을 낸 적도 많았고, 조금 기다리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브라함의 믿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믿고 75세가 넘은 나이였지만 정든 땅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갔습니다. 75세라면 타향으로 갔다가도 고향으로 돌아올 나이입니다. 75세라면 하던 일도 정리하고 노후를 즐길 나이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을 믿었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새로운 곳으로 떠났습니다. 신앙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하던 일을 정리하고 노후를 즐겁게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뜻이라면 도전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뜻이라면 편안함과 안락함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외아들 이사악을 하느님의 제단에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셨으니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기꺼이 제물로 바치겠다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정든 고향까지 기꺼이 떠날 수 있었기에, 하느님의 뜻이라면 100세의 나이에 얻었던 사랑하는 아들까지 기꺼이 제물로 바칠 수 있었기에 우리는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현실에 안주하려고 한 적이 많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제 것을 지키려고 한 적이 많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인들이 지녀야 할 삶의 태도와 자세를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하셨습니다. 재물에 대한 욕망과 욕심은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어 하는 청년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슬퍼하면서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가진 것이 많았고, 그것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도당한 사람을 치료해 주고, 여관에 데려가 준 사마리아 사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리고 율법학자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느냐?’ 레위와 사제는 강도당한 사람을 외면하였습니다. 율법학자는 강도당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에게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헐벗은 사람에게, 가장 아픈 사람에게, 이방인에게,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 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에 하느님께서 계시다고 하셨습니다. 나의 시간, 나의 재물, 나의 능력을 이웃들에게 기꺼이 나눌 수 있다면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늘 깨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열 처녀의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신랑이 올 때를 대비해서 등잔에 기름을 채운 처녀들은 혼인잔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랑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등잔에 기름을 채우지 못한 처녀들은 신랑이 왔을 때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기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깨어 있는 사람일까요? 해야 할 일을 깨닫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셨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병자를 고쳐주는 것입니다. 마귀를 쫓아내는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이 나를 변화시켰다면, 변화된 내가 이웃의 아픔에 함께 한다면, 세상의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고 있다면 우리는 해야 할 바를 깨닫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참된 신앙인입니다.

너희는 가진 것을 팔아 이웃에게 자선을 베풀어라. 너희 자신을 위하여 해지지 않는 돈주머니와 축나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마련하여라. 사실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의 마음이 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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