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2001년 4월 1일 주일

[사순 제5주일]

오늘 전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여인에 대한 예수님의 이 말씀은 오늘날 온갖 죄악에 물들어 있는 우리의 양심을 올바로 일깨워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단죄하려고 오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비의 손길로 죄를 용서하시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끄시는 주님이십니다.

입당송

하느님, 저의 옳음을 판단하소서. 매정한 백성을 거슬러 제송사를 두둔하시고, 악하고 간사한 자에게서 저를 구하소서.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 굳센 힘이시오이다.

본기도

주 하느님, 성자께서 죽기까지 세상을 사랑하셨으니, 저희도 그 사랑 안에서 기쁘게 살아가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백성들이 예수님을 믿지 못하게 하려고 그분께 올가미를 씌우려 한다. 사순 시기에 전례는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수난을 예고하고자 한다. 산헤드린(유다인의 최고 법정)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에수님께 대한 첫 소송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만약 예수님께서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풀어 주라고 하시면 반대자들은 예수님께서 모세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고발할 것이고, 반대로 단죄하신다면 죄인들에 대한 자비를 거절하였다고 비난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탁월한 지혜를 발휘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대답을 재촉하는 고발자들에게 절대적 침묵으로 대응하신다. 이 침묵은 어떤 다른 말씀보다도 더 강하게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침묵끝에 하신 이 한 말씀에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아무리 율법에 충실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의로움을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의로운 사람은 남을 단죄하기 위하여 돌을 들지 않는다(마태 1,19참조). 여인은 자기 죄가 자져올 죽음에서 구원받고 새로운 삶으로 초대된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우리가 손에 들었던 돌을 놓을 수밖 없게 하는 구원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더 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던 이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 준다.

히브리 백성은 바빌론으로 유배를 당하였다. 예언자는 하느님의 호의와 약속에 대한 충실을 상기시킬 임무를 띠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히브리인들을 해방시키셨듯이 그렇게 이제 당신 백성을 해방시키실 것이고 사막에 안전한 길을 내시어 고국으로 다시 데려오실 것이다. 구약에서
"새로운 세상"에 대하여 말할 때에는 언제나 그리스도에 관한 예언적 선포가 암시된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다."하고 말씀하실 것이다. 사막에서 길을 찾아 얻는 것은 구원이다. 그 길은 안전하기에 그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기쁨으로 가득차 있다. 하느님께서는 불쌍한 인간 세상에 길을 내실 뿐만 아니라 몸소 길이 되어 주신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어 오신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손수 길이 되셨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 사람 중의 히브리 사람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선조들의 율법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고 과거를 상기시킨 후에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준 예수님께 사로잡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었다. 그의 입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하며, 그는 그리스도께 봉사하고 그분을 닮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선조들의 법을 따르지 않고, 유일하신 하늘의 아버지와 우리의 형제이며 친구가 되신 아드님께만 충실하고자 한다(제2독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셨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편치 않다. 죄인은 단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통상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용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거듭거듭 용서를 청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용서받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죄가 가볍기 때문일까? 우리의 죄를 재빨리 잊어 버리거나 은폐하려는 기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예수님께서 간음죄를 상대화하시는 것은 아니다. 그런 죄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하시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하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죄에 짓눌려 희망 없이 살기보다는 회개하여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신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회개의 가능성을 박탈하지 않으신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에게 마음을 쓰시고, 그가 이기심과 상호 몰이해를 넘어서 건설되는 사랑의 삶을 살도록 하신다(복음).

제1독서

<보아라,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내 백성이 양껏 마실 물을 주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3,16-2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바다에 큰 길을 내시고 거센 물길을 뚫고 한길을 내신 이, 그들을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거꾸러뜨리시고, 꺼진 심지처럼 사그라뜨리시려고 병거와 기마를 출동시키시고 군대와 용사를 출동시키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 두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 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
사막에 물을 대어 주고 광야에 물줄기를 끌어들이리니, 뽑아 세운 내 백성이 양껏 마시고, 승냥이와 타조 같은 들짐승들이 나를 공격하리라. 내가 친히 손으로 빚은 나의 백성이 나를 찬양하고 기리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께서 과연 저희에게 큰 일을 하셨기에, 저희는 못 견디게 기뻐했나이다.
○ 시온의 귀양을 풀어 주님께서 돌려 보내실 제, 저희는 마치 꿈만 같았나이다. 그 때에 저희 입은 웃음이 가득하고, 흥겨운 노랫가락 혀에 넘쳤나이다. ◎
○ 그 때에 이방인이 이르기를 "하느님께서 저들에게 큰 일을 해 주셨다." 주님께서 과연 저희에게 큰 일을 하셨기에 저희는 못 견디게 기뻐했나이다. ◎
○ 주님, 사로잡힌 저희 겨레를 남녘 땅 시냇물처럼 돌려 주소서.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 ◎
○ 뿌릴 씨를 가지고 울며 가던 그들은 곡식단 들고 올 제 춤추며 돌아오리이다. ◎

제2독서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리스도와 같이 죽을 것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립비서 말씀입니다. 3,8-14

형제 여러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다 장해물로 생각됩니다. 나에게는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려는 것입니다. 내가 율법을 지킴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내 믿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시는 것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 그리스도와 같이 죽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희망을 이미 이루었다는 것도 아니고 또 이미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나는 그것을 붙들려고 달음질칠 뿐입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를 붙드신 목적이 바로 이것입니다. 형제 여러분, 나는 그것을 이미 붙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면서 목표를 향하여 달려갈 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를 부르셔서 높은 곳에 살게 하십니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며 내가 바라는 상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너라. 나는 인자하고 자비롭도다.

◎ 길리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복음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8,1-11

그 때에 예수께서 올리브 산으로 가셨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예수께서 또다시 성전에 나타나셨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그들 앞에 앉아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그 때에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 잡힌 여자 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앞에 내세우고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예수께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이런 말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고 계셨다. 그들이 하도 대답을 재촉하므로 예수께서는 고개를 드시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바닥에 무엇인가 쓰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하나 가 버리고 마침내 예수 앞에는 그 한가운데 서 있던 여자만이 남아 있었다.
예수께서 고개를 드시고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하고 물으셨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주님의 가르침을 받은 저희가 이 제사의 힘으로 더욱 깨끗하여지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주님, 아무도 없나이다.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으리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영성체 후 묵상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내일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지니라고 요구합니다. 새로운 희망은 회개의 삶에서 비롯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가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셨으니, 언제나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로 머물러 있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