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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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 8일 화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

오늘 전례

교회는 5세기 말부터 예루살렘의 마리아 성당 봉헌일인 9월 8일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탄 축일을 지내고 있었다. 8세기경부터는 이 날에서 거슬러 계산하여 9개월 전인 12월 8일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대축일'로 지냈으며, 이것이 9세기경 서방 교회에 전파되었다. 1476년 교황 식스토 4세는 이를 로마 전례력에 도입하였고, 교황 비오 9세는 1854년 12월 8일에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시다. 이 축일을 전에는 '성모 무염 시태 대축일'이라고 하였다.

입당송

주님을 생각하면 나의 마음은 기쁘고, 나의 하느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도다. 그분께서는 구원의 빛나는 옷을 나에게 입혀 주셨고, 정의가 펄럭이는 겉옷을 둘러 주셨으며, 신부처럼 패물을 달아 주셨도다.
< 대영광송 >

본기도

동정녀의 원죄 없으신 잉태로 성자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성자의 죽음을 미리 보시고 동정 마리아을 아무 죄에도 물들지 않게 하시었으니, 그분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도 거룩하고 깨끗한 정신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또한 하느님께서는 때가 찼을 때에 인류와 화해하시고자, 성자를 세상에 보내시어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게 하셨으니, 저희가 기도하고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저희 가운데 주님의 오심을 드러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교황 비오 9세는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하면서, 나자렛 천사의 독특한 인사에 나타나듯이 마리아께서는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모든 은총을 지니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고, 성령의 특은을 받아 결코 저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거의 무한하고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지닌 보물을 지니고 계신다."고 하였다. 그러나 마리아께서 이와 같은 특전적인 영예를 누리신다고 해서 우리와 전혀 다른 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마리아께서는 우리와 같은 분으로 우리 곁에 계신다. 마리아께서는 우리도 당신과 같은 겸손과 순명의 정신으로 하느님께 나아갈때 당신처럼 들어 높여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마리아께서는 우리와 같은 피조물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안에 사셨고, 또 우리를 위해 계신 분이시기에 바로 우리의 마리아이시다. 그분께서는 하느님께 순종하셨기 때문에 당신 자신과 온 인류를 구원하는 원인이 되셨다. 우리가 마리아를 사랑하는 것은 낙원에 대한 향수이며, 은총을 간절히 바라며 깨끗해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거룩하신 마리아". 이것은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대한 신앙의 핵심을 표현하고 있는 이름으로 교회가 초세기부터 불렀던 이름이다(에페소 공의회 431년). 그러나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통하여 이룩하신 놀라운 은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이 이러한 칭호를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성 이레네오는 일찍부터 마리아를 "새로운 하와"라고 부르며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암시했다. 그러나 이 칭호는 15세기에 가서야 교회의 전례 기도문 안에 명백히 나타난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성자의 죽음에서 오는 은총으로 모든 죄에서 마리아를 보호하시며, 동정녀의 원죄 없으신 잉태로 당신 아들의 합당한 거처를 마련하셨다(본기도). 이 기도문은 교황 비오 9세가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교의로 선언할 때 거의 그대로 인용되었다.

원죄 없으신 잉태는 마리아께서 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것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은총을 충반히 입으셨다는 사실도 말하고자 한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은총으로 가득 채워 주시고(감사송). 순결의 겉옷을 둘러 주셨다(입당송).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는 그분의 승천과 마찬가지로 그분께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는 것이다(감사송, 본기도, 영성체송).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승천에서 드러나듯이 원죄 없으신 잉태에서도 교회의 모습을 미리 보여 주신다. 하느님께서는 그분 안에서 "거룩하고 죄에 물들지 않았으며"(에페 5.27), "티 없고 흠이 없으시며 빛나는 아름다움을 지니신 신부인 교회를 미리 보여 주셨다"(감사송).

창세기의 말씀은 역사의 시초부터 인간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비극을 기억하게 한다. 그것은 곧 인간의 첫번째 죄, 하느님께 대한 아담과 하와의 불순명이다. 어둠의 천사가 살아 있는 자들의 어머니(하와라는 말의 뜻이 그렇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대화는 주님께 대한 반역으로 끝났다. 이제 어둠의 천사는 악과 죽음의 폭풍우를 일으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인류가 불행한 운명의 길을 걷게 되지만, 마침내는 여자에게서 태어난 한 사람이 사탄에게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예고하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의 감동스러운 찬가는 인류의 승리를 묘사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얻은 승리는 인간에게 온갖 복과 구원의 은총을 가져다주었다.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상속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마음은 더 기쁜 희망으로 부풀어 있다(제2독서).

복음서 안에서 강생의 신비는 메시아께 대한 옛 약속의 성취라는 차원에서 묘사되고 있다. "시온의 딸아,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네 안에 계신다"(스바 3,14-l5). 하느님의 아들이신 메시아께서 동정녀에게서 나실 것이다. 마침내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다는 소식이 천사를 통하여 동정 마리아께 전해지고, 하와와는 달리 천사가 전해 준 말에 순종한 동정 마리아께서 나누신 대화로 사탄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라는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고 있다(복음).

제1독서

< 나는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3,9-15.20

[ 아담이 그 열매를 먹은 후, ] 주 하느님께서 그를 부르셨다. "너 어디 있느냐?"
아담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듣고 알몸을 드러내기가 두려워 숨었습니다."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내가 따먹지 말라고 일러둔 나무 열매를 네가 따먹었구나!"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담은 핑계를 대었다.
"당신께서 저에게 짝지어 주신 여자가 그 나무에서 열매를 따 주기에 먹었을 따름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물으셨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했느냐?"
여자도 핑계를 대었다. "뱀에게 속아서 따먹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온갖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서 너는 저주를 받아, 죽기까지 배로 기어다니며 흙을 먹어야 하리라. 나는 너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아담은 아내를 인류의 어머니라 해서 하와라고 이름지어 불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려라. 묘한 일들 당신께서 하시었도다.

○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려라. 묘한 일들 당신께서 하시었도다. 당신의 오른손이, 거룩하신 그 팔이 당신의 승리를 마련하였도다. ◎

○ 주님께서 구원하심 드러내 보이시고, 그 정의 백성들 앞에서 밝히셨도다. 이스라엘 집안을 위하시는 그 사랑과 진실을 아니 잊으셨도다. ◎

○ 땅 끝마다 우리 주님의 구원하심을 모두 우러러보았도다. 온 세상아, 주님 앞에 덩실덩실 춤추어라. 즐기어라, 기뻐하여라. 고에 맞춰 노래하여라. ◎

제2독서

<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고 천지 창조 이전에 이미 우리를 뽑아 주셨습니다. >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1,3-6.11-12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늘의 온갖 영적 축복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습니다.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하시려고 천지창조 이전에 이미 우리를 뽑아 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는 자가 되게 하셔서 당신 앞에 설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장하신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뜻하시고 기뻐하시는 일이었습니다.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거저 주신 이 영광스러운 은총에 대하며 우리는 하느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뜻하신 대로 이루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을 따라 우리를 미리 정하시고 택하셔서 그리스도를 믿게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맨 먼저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
+ 루가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 때에 하느님께서 천사 가브리엘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동네로 보내시어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하고 인사하였다.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도대체 그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두려워하지 말라, 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에게 조상 다윗의 왕위를 주시어 야곱의 후손을 영원히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하고 일러주었다.
이 말을 듣고 마리아가 "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자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성령이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주실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나실 그 거룩한 아기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부르게 될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들 하였지만, 그 늙은 나이에도 아기를 가진 지가 벌써 여섯 달이나 되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