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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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7월 11일 주일

[연중 제15주일 (성 베네딕토 아바스 기념 없음)]

오늘 전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절망 가운데서도 하느님의 구원 말씀은 꼭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 나라를 갈망하는 그리스도인은 이 메마른 땅에서도 굳은 믿음과 뜨거운 열정으로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만들어 가고, 하느님 말씀이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입당송

저는 의로움으로 주님 얼굴을 뵈오리다. 깨어나 당신을 뵈옴으로 흡족하오리다.

본기도

길 잃은 사람들에게 진리의 빛을 보이시어, 올바른 길로 돌아오게 하시는 하느님, 그리스도교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가 그 이름에 어긋나는 것을 버리고 올바로 살아가게 하소서. 또한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있는 저희를 이끌어 주시어,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시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예수님께서 사시던 시대 환경을 볼 때 비유를 사용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구약성서는 이러한 예를 많이 보이고 있다. 이렇게 비유를 써서 말하는 것은 그 시대 라비들이 보통 사용하던 방식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리시고, 회개하여 주님께 돌아오라고 말씀하신다. 비유로 가르치는 것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그 비유 자체로 밝혀 주려 한 것인데, 여기서는 그 뜻이 숨어져 있다.
예수님께서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시기 위해서만 비유로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다. 그 비유에 나타나는 장면들은 분명하지만 다르게 알아듣게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유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말하는 이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묻거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복음사가들은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를 설명했다. 마태오에 따르면, 비유를 이해하려면 계시를 받아들일 열린 마음과 반대에 부딪히고 겉으로는 실패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성실하게 말씀을 받아들이고 실행하겠다는 다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역사 안에 복음을 받아들이기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는 자기 쇄신을 통하여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했고, 그것이 결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간 지"2000년이 지났다. 어떤 이들은 때때로 "많은 씨를 뿌렸는데, 소득이 적다. 손실만 크다."하고 말한다. 하느님께서 무모하게 씨를 낭비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를 이해하는 우리는 말씀을 듣는 대로 곧바로 받아들이고 그 말씀의 씨앗이 우리 안에서 자라나 열매를 맺도록 말씀의 작용에 우리를 내맡겨야 한다.

말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말은 미래를 책임지게 한다. 말을 들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에 새로운 무엇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정치적인 협상들은 말로써 한 국가와 다른 국가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세우게 한다. 그렇다면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구원하신 하느님 말씀이 우리 안에서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느님 말씀은 하느님의 뜻을 꼭 이루고야 만다(제1독서).

우리는 세상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이 시대가 겪는 아픔과 불확실성 앞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큰 위기 앞에서라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그들을 침울하게 하는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고통을 겪을 때를 거듭 나기 위한 기회로 여긴다. 믿는 이들은 믿음으로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의 손안에 있음을 확신한다. 어느 것도 하느님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최종적인 승리가 하느님의 손안에 있기에 하느님을 신뢰하며 오늘 당하는 고통도 겪어 내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제2독서).

중동 지방의 농사짓는 관습에 따르면 농사지을 밭에서 자갈이나 바위를 골라 낼 때말고는 땅을 일구지 않은 채 씨를 뿌렸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좋지 않은 밭들에 씨를 뿌리신다. 얼마나 수확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확량은 씨앗의 품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씨앗은 본성적으로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 뿌려진 씨앗들 가운데는 분명 열매를 맺는 씨앗들이 있다. 이것이 씨를 뿌리는 동기이다. 씨앗이 수확을 내는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도 어떤 모양으로든지 하느님 나라를 성장시킨다. 예수님께서는 고대의 현자들처럼 이미 해답을 갖고 질문하신다. 누가 하나에서 백의 수확을 거두게 할 수 있겠는가? 누가 밭을 기름지게 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단 하나의 대답만이 있다.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은 예수님 자신이시다. 그분께서는 씨를 뿌리는 분이며 씨이시다(복음).

제1독서

<비는 땅에서 싹이 돋아 자라게 한다.>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55,10-11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 내리는 눈이, 하늘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흠뻑 적시어, 싹이 돋아 자라게 하며, 씨 뿌린 사람에게 씨앗과 먹을 양식을 내주듯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그 받은 사명을 이루어, 나의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나에게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열매를 맺었도다.

○ 땅을 굽어보시고 단비를 내리시어, 골고루 가멸지게 만드셨나이다. 하늘스런 시내에 물을 그득 채
우시어, 곡식을 장만하기 이렇듯 하셨도다. ◎

○ 이랑에는 물 대시고, 흙덩이는 고르시고, 소나기로 푸시고, 새싹에는 강복하셨나이다. ◎

○ 은혜로써 연사를 꾸며 주시니, 가시는 그 길마다 기름이 듣나이다. 사막의 목장에도 방울져 흐르고
언덕들은 기쁨을 동였나이다. ◎

○ 풀이 난 벌판은 양 떼로 입히었고, 골골이 밀 곡식은 덮여 있으니, 노랫소리 흥겹게 높으니이다.◎

제2독서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8,18-23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에 비추어 보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이 제 구실을 못 하게 된 것은 제 본의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 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하느님의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날과 우리의 몸이 해방될 날을 고대하면서 속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며, 씨 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아 얻는 이들은 모두 영원히 살
리라.

◎ 알렐루야.

복음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3,1-23<또는 13,1-9>

그 날 예수께서 집에서 나와 호숫가에 앉으셨더니 사람들이 또 많이 모여들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배에 올라 앉으시고 군중은 그대로 모두 호숫가에 서 있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여러 가지를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쪼아 먹었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 밭에 떨어졌다. 싹은 곧 나왔지만 흙이 깊지 않아서 해가 뜨자 타 버려 뿌리도 붙이지 못한 채 말랐다.
또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서 맺은 열매가 백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배가 된 것도 있고 삼십 배가 된 것도 있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제자들이 예수께 가까이 와서 "저 사람들에게는 왜 비유로 말씀하십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알 수 있는 특권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받지 못하였다. 가진 사람은 더 받아 넉넉하게 되겠지만 못 가진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내가 그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사야가 일찍이. '너희도 듣고 또 들어도 알아듣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이백성이 마음의 문을 닫고 귀를 막고 눈을 감은 탓이니, 그렇지만 않다면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서서 마침내 나한테 온전하게 고침을 받으리라.' 고 말하지 않았더냐?
그러나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많은 예언자들과 의인들이 너희가 지금 보는 것을 보려고 했으나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지금 듣는 것을 들으려고 했으나 듣지 못하였다.
이제 너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내포한 뜻을 들어 보아라.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할 때에는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말씀을 빼앗아 간다. 길바닥에 떨어졌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또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곧 기꺼이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그 마음 속에 뿌리가 내리지 않아 오래 가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은 그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닥쳐오면 곧 넘어지고 만다.
또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이 말씀을 억눌러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그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은 백배 혹은 육십 배 혹은 삼십 배의 열매를 맺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친다.>

예물기도

주님, 교회가 바치는 예물을 굽어보시고, 성체성사로 신자들에게 성덕을 더해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제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만군의 주님, 저의 임금님, 저의 하느님, 주님,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

영성체 후 묵상

주님 말씀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는 신앙인은 씨 뿌리는 사람처럼 절망에서도 영원한 생명을 희망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체성사와 이웃 안에서 한결같이 우리에게 손을 내미시는 그리스도께 가까이 가며 그분의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의 믿음은 백배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거룩한 선물을 받고 비오니, 성체를 자주 모심으로써 저희 구원의 열매가 날로 자라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