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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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월 8일 주일

[연중 제19주일]

오늘 전례

어두운 밤에 풍랑을 만나 두려움에 시달리는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죄악의 세력과 증오의 바다 위에 떠있는 우리는 저 새벽이 동틀 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시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오로지 이 한가지 믿음으로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습니다.

입당송

주님, 당신의 언약을 돌아보시고, 당신의 가난한 이들 생명을 내내 잊지 마소서. 주님, 일어나시어 옳으심을 밝히시고, 당신을 찾는 이들의 외치는 소리를 잊지 마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주님을 감히 아버지라 부르오니, 저희 마음 속에 자녀다운 효성을 심어 주시고, 약속하신 유산을 이어받게 하소서. 또한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있는 저희를 이끌어 주시어,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시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제자들은 거꾸로 불어 오는 바람 때문에 배를 저어 갈 수 없는 바다 위에서 그들을 향해 걸어오는 '유령'을 보았다고 믿는다. 그들에게 다가오시는 분은 예수님이셨지만 그들은 그분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물위를 걷던 베드로가 물 속으로 빠져 들자 예수님께서는 그를 붙잡으시며 꾸짖으셨다.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베드로는 예수님의 손을 잡고 그를 삼켜 버리려고 했던 물과 죽음에서 구원된다. 여기에서 어떤 이는 베드로의 세례를 본다. 파도가 잔잔해지고 바람이 그쳤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주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한다. "주님께서는 참으로 하는님의 아들이십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이해한다. 곧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가 이는 바다를 헤쳐 나가는 교회를 연상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배안에 계시지 않았다. 제자들은 날이 저물기까지 주님을 기다렸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주님을 기다리면서 구원을 향한 발걸음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발걸음은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을 믿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다음에도 완전히 믿지 못했다. 그들은 의심과 두려움 때문에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도 유령을 보는 줄 알았다(루가 24,37). 우리는 베드로의 격정과 동시에 약함을 보면서 믿는 이들의 약한 믿음을 보게 된다. 우리가 주님의 부르심을 완전히 신뢰하고 따르지 않으면 의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완전히 믿고 고백할 때에만 모든 장애를 이기고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

이방인들의 신은 자기의 신성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하고 인간의 마음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폭풍과 지진은 그 신의 무기이다. 그러나 엘리야와 예수님의 하느님께서는 그런 신과는 전혀 다르시다. 하느님께서는 힘없는 인간을 감싸 주시고 부드러운 얼굴을 그에게 보이신다. 그러나 자기의 능력을 뽐내며 으스대는 자들을 물리치시고 그들의 바람을 꺾으신다(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히브리인들이 다른 백성들보다 더 낫지 않고 하느님께 대한 어떤 특권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특전을 누리고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은총으로 된 것이다. 그러나 유다 백성은 하느님께서 가장 먼저 사랑하신 백성이고 하느님과 계약을 맺은 백성이라는 사실은 그대로 유효하다. 하느님의 선택과 은총은 취소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로마 11,29). 교회는 이스라엘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없다. 유다 백성은 교회의 뿌리로서 교회를 낳아 주었고 영양분을 주었다(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거센 파도와 역풍 가운데에서 우리를 만나러 오신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에게 계시된 순간부터 우리는 베드로처럼 배라는 외형적인 안전을 버리고 열린 바다로 뛰어드는 모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베드로는 의심의 파도 속으로 뛰어든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때 믿음의 탄성을 지른다. 그리스도 신앙은 약하고 언제나 의심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면서도 폭풍에서 또 세상의 위험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예수님을 죽음의 심연에서 끌어 내셨던 하느님께서는 같은 힘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두려움과 싸울 용기를 주실 것이다(복음).

제1독서

<주님 앞에 있는 산 위에 서 있거라.>
† 열왕기 상권의 말씀입니다. 19,9ㄱ.11-13ㄱ

그 무렵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 호렙의] 한 동굴에 이르러 그 속에서 지내는 데 갑자기 주님의 말씀이 들려 왔다. "앞으로 나가서 주님 앞에 있는 산 위에 서 있거라."
그리고 주님께서 지나가시는데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다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 다음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불길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불길이 지나간 다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는 목소리를 듣고 겉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또한 저희에게 구원을 주소서.

○ 주 하느님 말씀을 제가 듣고 싶사오니, 당신의 백성과 성도들에게, 정녕 평화를 말씀하시나이다. 당신을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구원이 정녕 가까우니, 당신의 영광이 우리 땅에 계시게 되리라. ◎

○ 자비와 충성이 마주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함께 입맞추리라. 땅에서 충성이 움터 나오면, 정의가 하늘에서 굽어보리라. ◎

○ 주님께서 행복을 내려 주시면, 우리 땅은 열매를 맺어 주리라. 정의가 당신 앞을 걸어 나가면, 구원은 그 걸음을 따라가리라. ◎

제2독서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도 한이 없겠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 9,1-5

형제 여러분, 나는 그리스도의 사람으로서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성령으로 움직이는 내 양심도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해 줍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끊임없이 번민하고 있습니다.
나는 혈육을 같이하는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조금도 한이 없겠습니다. 나의 동족은 이스라엘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이 있고 하느님을 모시는 영광이 있고 하느님과 맺은 계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율법이 있고 참된 예배가 있고 하느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그들은 저 훌륭한 선조들의 후손들이며 그리스도도 인성으로 말하면 그돌에게서 나셨습니다.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을 영원토록 찬양합시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저는 주님을 기다리오며, 당신의 말씀을 기다리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

<저더러 물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22-33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후에,] 예수께서 곧 제자들을 재촉하여 배를 태워 건너편으로 먼저 가게 하시고 그 동안에 군중을 돌려 보내셨다. 군중을 보내신 뒤에 조용히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올라가셔서 날이 이미 저물었는데도 거기에 혼자 계셨다.
그 동안에 배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역풍을 만나 풍랑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벽 네시쯤 되어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셨다.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려 엉겁결에 "유령이다!" 하고 소리쳤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나다, 안심하여라. 겁낼 것 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베드로가 예수께 "주님이십니까? 그러시다면 저더러 물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 하고 소리쳤다.
예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밟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거센 바람을 보자 그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에 빠져 들게 되었다. 그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비명을 질렀다.
예수께서 곧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함께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다.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 앞에 엎드려 절하며 "주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보편 지향 기도

<공동체 스스로 준비한 기도를 바친다.>

예물기도

주님, 주님의 교회가 드리는 예물을 자비로이 받아 주소서. 이는 주님께 봉헌하도록 저희에게 주신 것이오니, 이 예물이 구원의 성체가 되게 해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주님을 찬양하여라. 예루살렘아, 밀 곡식 그 진미로 너를 배불리시도다.

영성체 후 묵상

믿음이란 얄팍한 지식의 습득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투박하고 성급한 어부 베드로처럼 넘어지고 다치더라도 우리가 오로지 주님께 의지하며 거듭거듭 일어서는 것을 뜻합니다. 그는 거듭된 실패 속에서 더욱더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하느님께 온전히 돌아서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받아 모신 이 성체로 저희를 구원하시고 진리의 빛으로 저희를 굳세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