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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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17일 주일

[연중 제29주일]

오늘 전례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주님이시라고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은 절대 권력을 주장하는 권력자들과 세상 끝날까지 끊임없이 맞서야 합니다. 우리는 오직 하느님께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를 하느님과 갈라놓고자 하는 온갖 이념의 우상들을 멀리하여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물질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요구하십니다.

입당송

응답이 계시었기, 주님, 당신을 부르오니, 제게 귀를 기울이시와 이 말씀을 들어 주소서. 눈동자처럼 저를 지켜 주시고, 당신 날개 그늘 아래 이 몸을 숨겨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저희가 언제나 정성스럽고 성실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게 하소서. 또한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있는 저희를 이끌어 주시어,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시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교와 정치 권력의 관계를 명백히 구분하여 답변하셨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로마에 예속되어 있는 치욕적인 상황에서 던진 유다 국수주의자들의 이 질문은 답변하기에 매우 어려운 질문이었다. 어떠한 답변을 하더라도 고소를 당하게 되어 있다. 조금만 건드려도 곧 크게 터질 것 같은 폭발물을 안고 있는 듯한 아슬아슬한 긴장의 순간이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내지 않아도 좋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면 황제의 권위를 부정하였다 하여 혁명 당원으로 몰리시게 되고, 그것을 내라고 하시면 이스라엘을 배신하시는 것이 된다. 예수님께서 지니신 스승의 권위는 완전히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 위선자들아!' 하시며 그들의 속셈을 드러내게 하신다. 문제를 제기하며 짐짓 진실한 체하는 그들은 주머니 속에 카이사르의 동전을 가득 가지고 있으니 로마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예수님께서는 조금도 굴복하지 않으시면서 쉽게 곤경에서 벗어나신다. 절대자는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시다. 하느님의 권위는 지존하며 모든 우상의 권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주님이시다"(필립 2,11). 황제는 스스로 자기의 권위를 절대적이고 신적인 것인 양 생각하지만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이 믿음은 세상 끝날까지 오직 주님께만 절대적 순종을 하게 할 것이다. 주님께서는 오직 한 분뿐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날에도 어떤 하나의 이념을 신처럼 절대화하려는 시도들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

예언자는 페르샤 황제 고레스를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 이름은 하느님의 고귀하심의 표징이다. 하느님께서는 고레스를 당신 편으로 만드시어 이 이방인이 당신을 위하여 일했다고 선언하신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필요하면 누구든 당신의 도구로 쓰신다. 하느님께서는 믿지 않는 철학자를 통해서 우리에게 오실 수도 있고, 믿음을 명백히 거부하는 어느 자연 과학자를 통해서도 오실 수 있다. 우리는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를 변화시키고 싶어하시는지에 대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제1독서).

어느 면에서 모든 공동체는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보편 공동체를 보여 준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공동체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일치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며 모든 사람, 특히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할 때, 그 공동체는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 되고 그리스도의 복음이 되며 세상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거처가 된다(제2독서).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세금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을 거부하기 위하여 정치적 권력과 완전히 결별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교회는 하나의 왕국 옆에 있는 또 다른 왕국이 아니다. 교회는 국가법과 다른 또 하나의 법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회는 이 지상에서 더 큰 공간을 얻기 위해 세상 권력과 다투지 않는다. 국가 조직과 힘을 겨루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최종적인 시각을 가지고 국가 법과 규율를 존중하고 해석하며 정치 권력가들과는 다른 방면에서 국가를 이끌어 가는 통합적 기능을 수행하고자 한다(복음).

제1독서

<내가 너의 오른손을 잡아 주어 만백성을 네 앞에 굴복시키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45,1.4-6

주님께서 당신이 기름 부어 세우신 고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 오른손을 잡아 주어, 만맥성을 네 앞에 굴복시키고, 제왕들을 무장 해제시키리라. 네 앞에 성문을 활짝 열어 젖혀, 다시는 닫히지 않게 하리라.
나의 종 야곱을 도우라고, 내가 뽑아 세운 이스라엘을 도우라고, 나는 너를 지명하여 불렀다. 나를 알지도 못하는 너에게 이 작위를 내렸다.
내가 주님이다. 누가 또 있느냐? 나밖에 다른 신은 없다. 너는 비록 나를 몰랐지만, 너를 무장시킨 것은 나다. 이는 나밖에 다른 신이 없음을, 해 뜨는 곳에서 해지는 곳에까지 알리려는 것이다. 내가 주님이다. 누구 또 있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영광과 힘을 주님께 돌려 드려라.

○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려라. 온 누리여, 주님께 노래 불러라. 당신의 영광을 백성에게, 그 기적을 만백성에게 두루 알려라. ◎

○ 주님께서는 위대하시니, 한없이 찬미를 해 드리어야, 모든 신들보다도 경외해야 마땅하니, 이방의 신들은 다 헛것이어도, 주님께서는 하늘을 만드셨도다. ◎

○ 주님께 드려라, 만백성 족속들아, 영광과 힘을 주님께 돌려 드려라. 그 이름의 영광을 주님께 돌려드려라. 제물을 받쳐 들고 궁정으로 들어가거라. ◎

○ 거룩한 옷차림하고 주님께 조배 드려라. 온 땅은 그 앞에서 무서워 떨어라. "주님께서 다스리신다." 백성에게 말하여라. 정의로써 백성들을 다스리시도다. ◎

제2독서

<우리는 여러분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데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1,1-5ㄴ

나 바오로와 실바노와 디모테오는 아버지 하느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데살로니카 교회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깃들기를 빕니다.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 모두를 생각하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서 기도할 때마다 여러분의 믿음의 활동과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꾸준한 희망을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형제 여러분, 우리는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택해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한 복음이 그저 말만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능력과 성령과 굳은 확신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세상에 빛을 내며, 생명의 말씀을 굳게 지켜라.

◎ 알렐루야.

복음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2,15-21

그 때에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물러가서 어떻게 하면 예수의 말씀을 트집잡아 올가미를 씌울까 하고 궁리한 끝에 자기네 제자들을 헤로데 당원 몇 사람과 함께 예수께 보내어 이렇게 묻게 하였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이 진실하신 분으로서 사람을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꺼리지 않고 하느님의 진리를 참되게 가르치시는 줄을 압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예수께서 그들의 간악한 속셈을 아시고 "이 위선자들아, 어찌하여 나의 속을 떠 보느냐? 세금으로 바치는 돈을 나에게 보여라." 하셨다.
그들이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자 " 이 초상과 글자는 누구의 것이냐?' 하고 물으셨다.
"카이사르의 것입니다." 그들이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저희가 자유로운 마음으로 제사를 봉헌하게 하시고, 이 거룩한 미사로 주님의 은총을 받아 깨끗하여지게 하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두려워하는 이들, 당신 자비를 바라는 이들 위에 있나니, 죽음에서 그들의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제 그들을 살게 하시도다.

영성체 후 묵상

부와 권력이 사람을 부리는 주인일 수는 없습니다. 권력이나 재력은 우상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사람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그 노동은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빼앗을 수 없으며, 그것은 사랑의 하느님께 오롯이 바쳐져야 합니다. 우리는 우상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봉헌하여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저희가 자주 천상 잔치에 참여하여, 현세의 은혜도 받고 영원한 신비도 배워 알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