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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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31일 주일

[연중 제31주일]

오늘 전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우리가 속해 있는 단체의 지도자는 하느님 앞에서 그 공동체를 책임지기 때문에 지도자의 행동에 따라 공동체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참다운 지도자, 아니 우리 자신이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는지를 예수님께서는 가르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겸손하게 봉사하는 자세를 요구하십니다.

입당송

주님, 저를 버리지 마옵소서. 저의 주님, 이몸을 멀리하지 마옵소서. 주님, 저의 구원이시여, 어서 저를 도와 주소서.

본기도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주님을 합당히 섬기는 은총을 주시어, 저희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행복을 향하여 거침없이 나아가게 하소서. 또한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있는 저희를 이끌어 주시어, 아버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시고,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정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이미 기원전 5세기에 말라기 예언자는 그 시대의 사제들을 매섭게 비판했다. 사제들이 하느님의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백성을 넘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도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똑같은 이유로 비판하시며 제자들에게 그들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신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기는 잘하면서 자신들은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스승"이라고 불려지는 데에 있었다. 그들은 봉사에는 뜻이 없으며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고만 하였다.
주님의 제자들은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그들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관계를 완전히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자들도 믿는 이들의 공동체의 한 일원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스승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며, 아버지도 하느님 한 분뿐이시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형제이다. 그들에게는 높고 낮은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되며 모든 사람을 위하여 봉사하여야 한다. 더욱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직무는 봉사와 친교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봉사와 친교의 직무는 지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믿는 모든 이에게 적용된다. 봉사와 친교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는 이라면 누구나 교회 공동체 안에서 평등하며, 같은 위치에서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여야 한다. 그들은 모두 같은 아버지의 자녀이며, 한 분 주님의 제자들이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볼 수 있는 지도자들의 지배적인 태도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바오로 사도는 데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처럼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직접 노동을 하며 복음을 전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말라기 예언자의 메시지는 전례를 거행하는 사제들에 대한 것이다. 제사에 바쳐지는 예물들은 폐품이요, 사제들은 형식적인 예배를 바치는 기능인으로 전락했다. 사제는 예배 안에 안주할 뿐 더 이상 하느님의 중개가자 아니다. 이런 사제들이 거행하는 전례는 주술일 뿐이다. 그들은 가야파의 선조들일 뿐이다. 말라기 예언자는 이러한 사제들의 거짓 탈을 벗겨 내려고 한다(제1독서).

복음은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을 담고 있다. 복음은 선의의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하나 되게 하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으로 이끈다. 바오로 사도는 이 복음을 전하려고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정성을 다한다. 그는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목숨을 바칠 각오까지 되어 있다. 바오로 사도는 다만 복음을 전했다는 성취감에서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데살로니카 사람들이 살아 계신 하느님, 참된 하느님을 만났다는 것을 기뻐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들에게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줄 것이다(제2독서).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은, 전통에 충실하고 성서 연구에 바치는 열정 때문에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종교적 부패의 상징으로 보았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기들이 알고 있는 지식 체계 안에서 꼼짝하지 않으려고 했다. 과거에 대한 그들의 집착은 새로운 것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믿음을 지키겠다고 경찰이 되었고, 사람들이 진리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다고 슬퍼하는 교수가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했다. 이러한 모습들은 오늘날의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한 태도는 하느님의 계획에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복음).

제1독서

<너희는 바른길을 떠났다. 법을 가르친다면서 도리어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
¶ 말라기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1,14ㄴ-2,2ㄷ,8-10

나는 위대한 왕이다. 만군의 주님이 말한다. 뭇 민족이 나의 이름을 두려워하리라.
너희 사제들에게, 나 이제 이 분부를 내린다. 너희가 내말을 듣지 아니하고, 내 이름을 기릴 생각이 없으니, 너희에게 내릴 것은 재앙뿐이다. 축복 대신 저주를 내릴 수밖에 없다. 만군의 주님이 말한다.
너희는 바른길을 떠났다. 법을 가르친다면서 도리어 많은 사람을 넘어뜨렸다. 레위와 맺은 나의 계약을 깨뜨렸다. 만군의 주님이 말한다.
그래서 나도 너희를 동족에게서 멸시와 천대를 받게 하였다. 나에게서 배운 길을 지키지 않았고 법을 다룰 때 인간 차별을 한 탓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 분이 아니시냐? 우리를 내신 하느님도 한 분이 아니시냐?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는 서로 배신하여, 우리 조상이 맺은 계약을 깨뜨리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 제 영혼을 당신 평화로 지켜 주소서.

○ 주님, 잘난 체하는 마음 제게 없삽고, 눈만 높은 이 몸도 아니오이다. 한다한 일들을 좇지도 안하고, 제게 겨운 일들은 하지도 않나이다. ◎

○ 차라리 이 마음은 고스란히 가라앉아, 어미 품에 안겨 있는 어린이인 듯, 제 영혼은 젖떨어진 아기와 같나이다. ◎

○ 이스라엘아, 이제로부터 영원까지 주님만 바라고 살아 가거라. ◎

제2독서

<우리는 하느님의 복음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바칠 생각이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데살로니카 1서 말씀입니다. 2,7ㄴ-9.13

형제 여러분,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는 마치 자기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처럼 여러분을 부드럽게 대했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을 극진히 생각하는 마음에서 하느님의 복음을 나누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바칠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그토록 여러분을 사랑했습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수고와 노력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동안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노동을 했습니다.
우리가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은 우리가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을 때에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말씀은 믿는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너희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한 분뿐이시고, 너희의 지도자도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로다.

◎ 알렐루야.

복음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3,1-12

그 때에 예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모세의 자리를 이어 율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말아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마나 팔에 성구 넣는 갑을 크게 만들어 매달고 다니며 옷단에는 길다란 술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않으려 하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승이라 불러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 소리를 듣지 말아라. 너희의 스승은 오직 한 분뿐이고 너희는 모두 형제들이다. 또 이 세상 누구를 보고도 아버지라 부르지 말아라. 너희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이시다.
또 너희는 지도자라는 말도 듣지 말아라. 너희의 지도자는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중에 으뜸가는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진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교회가 바치는 이 제사가 깨끗하고 거룩한 예물이 되게 하시고 저희에게 주님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당신께서는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어, 당신을 모시고 흐뭇할 기꺼움을 주시리이다.

영성체 후 묵상

하느님을 따르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합니까?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제사를 허례허식의 제사로 만들어 버린 적은 없었습니까? 부정과 불의를 저지르고,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을 외면하지는 않았습니까? 우리 그리스도인은 봉사하는 삶으로 그분의 말씀을 전해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성체를 받아 모시고 힘을 얻은 저희에게 더욱 힘찬 능력을 드려내시어, 저희가 주님께서 약속하신 은혜를 얻게 하소서. 우리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