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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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2월 13일 주일

[연중 제6주일]

오늘 전례

예수님 시대에 나병은 불치의 병만이 아니라 사회적 종교적인 죽음으로 여겨졌습니다. 구세주를 만난 나환자는 그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받습니다. 오늘의 나환자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사회에서 버림받는 사람들,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썩어 문드러져 가는 우리 마음의 나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그 버림받은 사람들의 존엄성 안에서 주님을 찾고, 치유자이신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여야 합니다.

입당송

주님, 제 몸을 막아 주는 큰 바위, 저를 살리는 굳은 성채 되소서. 저의 바위 저의 성채는 당신이시니, 당신의 이름으로 저를 이끌어 데려가 주소서.

본기도

하느님, 바르고 성실한 사람 안에 머무시기를 바라시니, 저희가 주님의 마땅한 거처가 되게 하소서. 또한 이 희년에 저희가 아버지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께 순종하며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살게 하여 주소서. 성부와 성령과.....

말씀의 초대

예수님 시대에 나병은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죽음, 예배로부터의 제외,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치시는 매우 큰 상처이기도 했다. 이사야는 죄를 범한 백성을 나병 환자를 연상하게 하는 모습으로 그렸다(1,5-6). 또한 이스라엘의 죄를 기워 갚는 '주님의 종'을 같은 모습으로 암시했다(52,13-53,12).
우리는 이제 나병 환자와 예수님의 만남이 지니는 모든 의미를 이해한다. 부정한 이가 거룩한 분을 마주 대하고 있다. 사회에서 거부된 사람이 훗날 배척받고 멸시받을 종 앞에 있다. 파멸로 이끄는 나병이 깨끗하게 하는 권능을 지닌 분을 만난다. 죄가 자신을 위한 희생 제물을 만나고, 악이 구제 수단을 만난다. 구세주께서는 나병 환자 안에서 죄에 빠진 세상을 만지고 깨끗하게 하신다. 침묵 명령을 받았지만 예수님께서 보내신 기적의 수혜자를 보고 종교 책임자들은 메시아께서 오셨고 그분께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함께 계시어 그들이 인간의 품위를 되찾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병은 우리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장벽을 치우지 못했다. 병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병자들도 오늘의 나병 환자라 할 수 있다. 조악한 환경 속에 생활하며 사람들에게서 제대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여기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상황 앞에서 우리는 예수님과 나병 환자의 만남 이야기에 개인적으로 끼어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다. 우리도 어느 의미에서 나병 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우리의 숨은 죄를 예수님께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상처로부터 치유되어 말씀을 바로 듣고 또한 전할 수 있게 된다.

매우 오랫동안 나병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갖게 한 채찍이었다. 히브리인들은 이 몹쓸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공시했었다. 나병 환자는 죄의 징표로 인식되고 부정한 사람으로 간주되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다, 건강한 사람을 위하여 오지시 않고 병자들을 위하여 오신 예수님께서 나병 환자를 치유하신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처럼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사람들에게 추방되어 모습이 형편 없게 되셨다.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멸시받고 격리되어야 하는 "나병 환자"란 없고 다만 서로 사랑하고 존경할 사람들만이 있다는 것을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것이다(제1독서).

성 바오로는 지나친 윤리관으로 위축되지 말고 일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신앙은 음식을 끊는 데 있지 않다.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평범하지만 믿음과 사랑의 전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매일의 삶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낸다. 모든 이를 환영하고 아무도 공격하지 않으며 형제들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삶이 곧 믿음과 사랑의 전망 안에 살아가는 삶이다. 사랑으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이는 바로 주님께 봉사하는 것이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영혼과 육신이 헝클어진 나병 환자 한 사람을 고쳐 주셨다. 그에게 인간의 품위를 돌려 주시고 성전의 사제들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라고 그를 보내셨다. 사실 나병 환자의 치유는 메시아께서 오셨음을 알리는 징표이다(마태 11,5). 믿음 안에서, 오직 믿음으로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를 치유하고자 하시는 그 연민의 정에 감사할 수 있다. 우리가 성체성사에 참여하고 돌아갈 때, 조금 더 "치유된" 사람의 모습을 지닌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크게 증언할 수 있을 것이다(복음).

제1독서

<부정한 사람은 진지 밖에 자리잡고 따로 살아야 한다.>
¶ 레위기의 말씀입니다. 13,1-2.44-46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살갗에 부스럼이나 뾰루지나 어루러기가 생기면, 살갗에 문둥병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니 아론 사제에게나, 그의 아들 사제 중 누구에게든지 데려와야 한다.
그는 악성 피부병이 머리에 난 환자이므로 사제는 반드시 그를 부정한 사람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악성 피부병 환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윗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야 한다. 병이 있는 동안은 그는 부정을 벗지 못한다. 부정하니 만큼, 그는 진지 밖에 자리잡고 따로 살아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주님께서는 저의 피난처이시니, 구원의 기쁨으로 저를 휘감아 주시리이다.

○ 복되다, 그 죄 사하여지고, 그 허물 씻어진 이여, 주님께서 탓을 아니 돌리시고, 마음에 거짓이 없는 사람이여, 복되도다. ◎

○ 제가 당신께 죄를 고백하고, 잘못을 아니 감추며, "주님께 저의 죄악을 아뢰나이다."하였을 제, 제 죄의 잘못을 용서해 주셨나이다. ◎

○ 너희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꺼워하여라. 즐거워하여라. 마음 바른 사람들아, 모두 다 춤추며 기뻐하여라. ◎

제2독서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으십시오.>
¶ 사도 바오로의 고린토 1서 말씀입니다. 10,31-11,1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일을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십시오. 여러분은 유다인에게나 그리스인에게나 하느님의 교회에나 어느 누구에게든지 양심의 가책을 받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도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씁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구하여 결국 그들을 구원하려는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으십시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우리 가운데 위대한 예언자가 나타나셨으니,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 주심이로다.

◎ 알렐루야

복음

<그는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0-45

그 때에 나병 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 하시자 그는 곧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
예수께서 곧 그를 보내시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한 대로 예물을 드려 네가 깨끗해진 것을 그들에게 증명하여라." 하고 엄하게 이르셨다.
그러나 그는 물러가서 이 일을 널리 선전하며 퍼뜨렸기 때문에 그 때부터 예수께서는 드러나게 동네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동네에서 떨어진 외딴 곳에 머물러 계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예수께 모여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주님, 봉헌된 이 예물로 저희를 깨끗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며,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이들에게 영원한 갚음을 주소서, 우리 주....

영성체송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으니, 그들의 소원이 너끈히 채워졌느니라.

영성체 후 묵상

주님께서는 오로지 당신만을 신뢰하는 버림받은 사람들을 연민의 정으로 치유하여 주십니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이 장차 버림받을 주님의 종을 만나 구원을 받습니다. 주님께서는 나병 환자에게 하신 것처럼 이 세상을 어루만져 깨끗하게 하여 주십니다.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자신의 죄악을 치유받은 우리는 그 감사의 보답으로 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한 형제로 받아들여 구원받은 사람들의 나라를 세워가야 합니다.

영성체 후 기도

성찬으로 저희를 기르시는 주님, 저희가 참 생명을 주는 이 양식을 언제나 찾게 하소서. 우리 주.....